한국일보

70년대 유행‘동시상영’영화 다시 나왔다

2007-04-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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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화면·상영중 필름 끊기고 영사기 소리까지 재현

‘그라인드하우스’(Grindhouse)
과거 한국에서도 있었지만 미국에서도 2편 동시 상영극장이 있었다(현재 7165 Beverly Blvd.에 있는 뉴베벌리 시네마가 이런 극장의 하나). 여기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저질 불량품 싸구려 영화들로 좀비영화와 자동차 추격영화 또는 난장판 액션영화 등이 주였는데 이런 영화들을 상영하던 극장을 그라인드하우스라고 일컫는다. 지금은 이런 영화들이 컬트무비로 대접을 받고 있다.
이런 영화들이 붐을 이룬 것은 1970년대로 ‘그라인드하우스’는 이들을 보고 자라면서 영향을 받은 두 친구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스(‘신 시티’)와 쿠엔틴 타란티노(‘킬 빌’)가 이들 영화에 바치는 헌사 같은 작품. 옛날식으로 둘이 각기 만든 2편의 영화를 동시에 상영하는데 상영시간이 192분. 둘은 옛날 영화 흉내를 그대로 냈는데 화면에 비가 오고 필름이 중간에 끊어지는가 하면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까지 내고 있다. 이 영화를 위해 만든 4편의 예고편도 함께 상영된다. ‘그라인드하우스 영화’는 치고받고 찌르고 베고 자르고 쫓고 쫓기면서 상소리를 하고 볼륨 있는 발가벗은 여체와 화염과 폭발, 유혈과 총성이 판을 치는 시궁창 모양과 냄새를 지닌 영화들이다. 간단히 말해 막가파식 영화.


‘공포의 지구’(Planet Terror) ★★½(5개 만점)


HSPACE=5

<체리가 의족 대신 기관총 외다리를 하고 좀비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공포영화의 대가 조지 로메로의 ‘산송장’ 시리즈의 흉내를 냈는데 본 영화가 시작되기 전 ‘마셰티’라는 저질 영화의 예고편이 선을 보인다. 주인공은 세상 살맛 잃어버린 고고 댄서 체리(로즈 맥고완). 동네에 있는 군부대에서 누출된 유독 화학물질에 의해 온 동네 사람들이 좀비가 돼 생사람 고기를 뜯어 먹겠다고 난리법석을 떤다.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는 영화에서 볼만한 것은 체리의 외다리 기관총 액션. 좀비 때문에 오른쪽 다리가 날아간 체리의 남은 다리 부문에 그의 옛 애인 레이가 기관총을 마치 의족처럼 달아 준다.
그리고 체리는 쿵푸 영화에서처럼 공중을 훨훨 날아다니며 외다리 기관총으로 좀비들을 박살낸다. 브루스 윌리스가 군인 좀비로 나온다. 구역질이 날 만큼 징그러운 장면이 있다. 로드리게스 감독.
이어 8분간의 휴계시간이 있는데 이때 나가서는 안 된다. 8분간 로브 좀비 등 3명의 감독이 만든 3편의 영화 ‘SS의 늑대인간 여인들’(니콜라스 케이지가 나온다)과 ‘돈트’ 그리고 ‘댕스기빙’ 등이 상영된다. 어떻게 보면 4편의 예고편이 본 영화보다 더 재미 있다.


‘불사의 스턴트 카’(Death Proof) ★★★
가공할 스턴트, 막강여권 과시

HSPACE=5

<마이크가 모는 검은 다지 차저와 충돌한 차가 박살이 났다>

전반부는 3명의 젊은 여자가 차속과 식당 겸 술집에서 끊임없이 재잘대는 장면으로 이어지고 후반부는 또 다른 3명의 여자가 스턴트맨과 목숨을 건 자동차 추격전을 벌이는 것으로 장식된다.
타란티노가 1971년작 자동차 추격 액션영화 ‘배니싱 포인트’에 바치는 경배로 그가 촬영도 맡았다. 이 영화는 한 마디로 말해 여권의 막강한 힘을 찬양한 것.
3명의 젊은 여자들이 텍사스 오스틴 거리를 차를 몰고 다니면서 끊임없이 섹스와 드럭 얘기를 하는데 말 많은 (터무니없지만 위트와 철학이 있다) 속사포 타란티노의 수제자들 같다. 이들이 저녁에 들른 식당 바에 얼굴 왼쪽에 길고 깊은 상처가 난 스턴트맨 마이크(커트 러셀)가 앉아 있다. 마이크의 차는 다지 차저로 단단하게 만들어져 어떤 스턴트에서도 운전자의 목숨을 보호한다. 그런데 마이크는 자기 차로 자신이 고른 목표인 여자들이 모는 차를 박아 차와 사람을 박살내는 것이 취미.
후반부는 마이크가 킴(트레이시 토마스)이 운전하고 조이 벨과 애버내시(로사리오 도슨)가 동승한 다지 챌린저를 좁고 꼬불꼬불한 들길을 초고속으로 달리면서 계속 뒤와 옆에서 쫓는 장면의 연속이다.
세 여인은 모두 스턴트우먼. 여기서 멋있는 것은 자기 실제 이름으로 나오는 조이 벨(‘킬 빌’에서 우마 서먼의 스턴트 역)의 스턴트. 초고속으로 달리는 차의 본넷 위에 날개를 펼친 독수리처럼 앉아 스릴을 즐기는데 마이크가 이들의 차를 뒤에서 받으면서 조이는 본넷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친다. 가공할 스턴트다.
마이크에게 시달리던 세 여인이 역습을 하면서 2대의 차는 완전히 파지처럼 되는데 끝에 가면 여자들이 박수를 칠 것이다. 액션영화 치곤 연기들이 좋다. R. Dimension. 전지역.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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