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집 마련 “한갓 꿈이었을 뿐일까

2007-03-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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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꿈- 내 집 마련. 그 꿈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나아가 그 꿈에 집착을 갖고 무리하게 실현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냐는 회의마저 높아가고 있다. 최근 주택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특히 서브 프라임 모기지 융자로 무리하게 집을 장만했던 수많은 저소득 가정이 페이먼트를 못해 줄줄이 집을 차압으로 잃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모기지 회사들도 크레딧이 약한 저소득층 바이어에게 융자를 방만하게 제공했던 정책이 잘못된 것임을 뒤늦게 깨닫고 황급히 융자기준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융자의 고삐를 죄면 서민들은 집 마련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래저래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서브 프라임 융자로 집 샀던 서민들
페이먼트 못해 수만명이 집 뺏겨
무리한 주택 매입‘드림 아닌 대실패’

지난 2년간 수만명의 서민들은 집을 잃고 있다. 주택 붐이 일었던 기간 유혹적인 초기 저리 이자와 노 다운 융자로 집을 매입했는데, 정해진 기간이 끝나면서 페이먼트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 버렸기 때문이다.
이들이 집을 보유했던 기간은 아주 짧았다. 잠깐 단꿈에 젖었을 뿐 이내 내 집은 허상에 다름 아니었던 것으로 판명 났다.
무엇이 잘 못됐던 것일까. 펜실베니아대학 와턴 경영대학원 부동산 재정 교수 조셉 규어코는 “(정부의 내 집 마련 정책이) 너무 나갔던 것이 틀림없다”고 말한다. 그는 역대 대부분의 대통령들이 기치로 내걸고 추진해왔던 전 국민 내 집 마련 정책이 지나치면 화근이 될 수 있으며 주택 보유 비율이 높다고 해서 항상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시카고 인근 케이프 카드 거주 나다니엘 쉴즈. 그는 5월이면 4베드룸 하우스를 차압으로 잃게 된다. 모기지 페이먼트가 최근 1,300달러로 올라 더 이상 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만해도 약 1천 달러였지만 이자율이 높게 조정되고 이혼과 시간당 14.98달러 받던 정부사무직 일자리도 잃으면서 수입이 크게 줄었다. 그는 2004년 2년 고정후 나머지 28년 변동인 혼합형 모기지를 얻어 집을 매입했는데 그의 모기지 이자율은 지난해 8월 6.6%에서 8.1%, 지금은 9.6%로 올라 있다. 현재 시카고 교육구 청소일로 시간당 10.40달러를 받고 있는 그는 “이 집을 정말 사랑했는데…”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내 집을 마련했다는 기쁨에 덱과 거라지를 새로 만들어 넣는 등 적지 않은 돈과 공을 들였다. 시카고 주택 서비스국은 쉴즈를 구출해 주기 위해 도움을 주었지만 크레딧이 약하고 소득이 적어 재융자나 융자 조정이 불가능했다. 집을 시장에 내 놓아보기도 했지만 매물이 쌓인 상황에서 선뜻 나서는 바이어도 없었다.
지난 세기를 통해 미국민들의 주택 보유 비율은 빠르게 증가해 왔다. 최근 주택 거품과 과잉 건설로 좀 둔화됐지만 현재 약 69%에 달한다.
이처럼 내 집 가진 홈오너들이 많아진 것은 서브 프라임 융자가 큰 몫을 했다. 쉴즈처럼 크레딧이 약한 바이어에게도 처음에 낮은 이자율을 제공하여 집을 사게 했다. 초기 낮은 페이먼트도 사실 많은 가정에는 무리였다. 서브 프라임 융자로 집을 산 홈오너들의 경우 모기지 페이먼트, 보험, 재산세 등 주택관련 비융으로 세후 소득의 37%를 지출하고 있다.
크레딧이 좋은 프라임 차입자의 경우보다 주택비 부담이 무려 20% 포인트나 많다. 또 서브 프라임 차입자들이 지난 2000년에 지출했던 주택비보다도 10%포인트 더 많이 지출하고 있다. 손님을 끌기 위한 초기 낮은 이자율이 몇 년 지나면 더 올라가기 때문에 주택비 지출 부담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주택시장이 악화될 때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쪽도 서브 프라임 융자로 집을 샀던 사람들이다. 지난해 4분기중 서브 프라임 모기지의 8%(45만개의 융자)가 차압으로 떨어졌다.
소득이 많지 않은 가정에서 어렵게 모은 얼마 되지 않은 저축을 집에다 털어 부었는데 그것이 실패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시라큐스대학 경제학교수 스튜어트 로젠탈은 “너무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우려한다. “위험한 주식을 사라고 부추기지 않는데 왜 우리는 저소득층 가정에 위험한 자산에 투자하라고 부추기고 있나. 더욱이 이처럼 빠듯한 시장에서 말이다“
전 국민 내집 마련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이후 미정부의 일관된 캐치 프레이즈. 현 부시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며 한발 더 나아가 ‘홈오너십 사회’를 주창해 왔다. 패니메 프레디 맥을 통해 모기지 융자를 충분히 공급하는데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주택 마련 정부 지원도 막대했다. 모기지 이자 절감을 위해 연방정부는 올해에만 800억달러를 지원하고 주 및 로컬 정부 재산세 절감도 155억달러에 이른다. 주택 매매시 비과세로 370억달러를 지원했다. 임대 주택 분야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주택보유비율은 늘었지만 왜곡을 초래했다. 2000~05년 사이 소득 상위 5분위 2(4만6,883만 달러 이상 가정)의 홈 오너쉽 비율이 크게 증가했을 뿐, 하위 소득 5분의2 가정(소득 20,180달러 이하)은 42.4%에 머물렀다. 이는 25년 전보다 3%포인트 낮아진 것이며 전국 평균보다 26%포인트나 낮은 비율이다.
요란한 정책 선전과는 달리 실질적인 수혜자는 서민이 아니다. 부자들이 더 큰 집을 사는데 이용됐을 뿐이다. 모기지가 100만달러인 고소득 가정은 모기지 이자 공제로 2만1,000달러의 혜택을 보지만 22만 달러 모기지를 갖고 있는 보통 가정은 1,600달러 혜택에 불과하다.
나아가 주택이 과연 바람직한 투자 대상이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집을 사게 되면 홈 임프루브먼트 등 자연스레 집에 많은 돈을 들이는 등 투자 자산 배분에 균형을 잃게 되기 쉽고 자산의 많은 부분이 한 장소에 묶이게 된다는 것. 집에 너무 많은 돈을 들이면 이동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불이 붙었던 내 집 마련 붐. 전문가들은 주택 보유는 이미 고원에 올랐으며 앞으로는 당분간 숨고르기 형국으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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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거주 쉴즈는 차압으로 자신의 집을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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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네바다의 집을 샀던 이 젊은 부부는 지금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를 원하지만 집값이 떨어져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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