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재산세를 왜 렌더가 대신 내?

2007-03-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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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에 대한 재산세와 주택보험을 왜 남의 손을 빌려서 내야 할까? 이런 의문을 가져봄직도 하지만 대부분의 홈 오너들은 재산세와 주택보험료를 모기지 은행이 미리 받아뒀다가 때가 되면 대납해 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자신의 다른 청구서 페이먼트는 자신이 잘 알아서 내지만 이 부분만은 왜 남에게 의뢰를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재산세 ·주택 보험료 대납 모기지 에스크로 서비스
의무사항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홈 오너들 이용
에스크로 구좌 1만달러면 연 500달러 이자 날리는 셈
비정부 융자로 에퀴티 10% 이상이면 빠질 수 있어

모기지 업계에 의하면 미 전국 홈 론 사용자의 대다수가 모기지 에스크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모기지 융자기관(lender)이 재산세와 주택보험료를 매달 내는 모기지 페이먼트에 포함시켜 받은 뒤 이 펀드에서 일년에 두 번 재산세와 보험료를 대신 납부해 주는 것이다. 렌더들은 차용인(borrower)의 편리를 도모하기 위한 ‘서비스’라고 말한다. 에스크로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도 대부분의 홈 오너들은 이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에스크로 서비스를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연방주택국(FHA)나 퇴역군인국(VA)이 지원하는 정부 보증 모기지 융자는 에스크로 어카운트를 의무화하고 있다. 차용인이 세금을 미납하거나 보험을 가입하지 않는 위험을 제거해 주기 때문이다.
정부보증 융자가 아닌 일반 모기지 융자의 경우 집의 에퀴티가 20% 아래인 경우에는 에스크로 어카운트가 의무사항이다. 캘리포니아의 경우는 10%아래인 경우 에스크로 어카운트를 반드시 개설해야 한다.
그렇다면 많은 홈 오너들은 에스크로 어카운트가 선택 사항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이용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의무사항이 아닌 경우에는 홈 오너가 직접 납부하는 편이 돈을 절약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에스크로 어카운트에 연간 1만달러를 넣어둔다면 이자를 5%로 잡으면 500달러의 이자 수입을 날리는 셈.
금전적으로 따지면 직접 납부하는 편이 이익인데도 불구하고 대다수 홈 오너들이 에스크로 어카운트를 이용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대 부동산 융자 기관중 하나인 컨트리와이드 홈 론의 매니징 디렉터 마이클 그로스는 “에스크로 어카운트를 이용하는 편이 예산에 따라 재산세와 보험료를 차질 없이 납부하기 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재산세와 보험료 납부에 따른 심적 부담을 일찌감치 덜어주는 것은 사실이다. 일부 지역의 경우 보험료 납부가 며칠만 늦어도 보험이 취소된다.
컨트리와이드의 경우 차용인의 61%가 에스크로 어카운트가 요구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이용하고 있다.
에스크로 어카운트는 렌더에게 상당한 수입을 안긴다. 에스크로 어카운트에 적립되는 자금에 대한 이자 또는 그 돈을 투자했을 경우 생길 수 있는 수입은 고스란히 렌더의 몫이다.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무료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돈을 내고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사정이기 때문에 뉴욕과 코네티컷등 일부 주에서는 렌더는 에스크로 어카운트에 대해 이자를 지불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나 많은 경우 이에 대한 규정은 없다.
머니마켓 이자율이 예전처럼 2%선이라면 이자래야 얼마되지 않기 때문에 에스크로 어카운트가 시비거리가 안됐지만 지금은 머니마켓에 넣어둬도 5% 가량의 이자가 나온다. 홈 오너 본인이 재산세와 보험에 대한 구좌를 열어두고 잘 관리를 하면 5%의 이익은 자신의 것이 된다.
문제는 절대로 실수하지 않고 잘 관리하여 차질없이 납부할 수 있느냐 하는 점. 예산에 따라 살림을 꾸리는 것이 어렵거나, 재산세와 보험료로 떼어 둔 돈을 여행비로 써버리는 사람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자신이 납부할 수 있는 것이다.
일부 렌더들은 실제 재산세와 보험료보다 약간 더 많이 징수하기도 한다. 세금과 보험료가 갑자기 인상될지 모르기 때문에 얼마간의 여유자금을 더 받아둔다는 것인데 업계의 이런 관행을 뉴욕주는 금하고 있다. 버몬트주는 에스크로 여유자금(reserve)을 최대 8%까지 제한하고 있으며 몬태나주는 최대 10%로 규제하고 있다. 다른 대부분의 주에서는 연말에 에스크로 페이먼트가 한달 또는 두달치가 남도록 징수하고 있다.
렌더들은 리저브가 있어서 세금 및 보험이 갑자기 올랐을 때 고통을 완화시켜준다고 말하지만 대다수 홈 오너들은 그 정도의 재정적 쿠션은 갖고 있기 때문에 사실 필요 없는 것. 얼마 되지 않지만 리저브에 대한 이자도 렌더에게 안겨야 할 이유는 없다.
리저브는 웰스파고 등 일부 융자기관에서는 선택사항이 아니나 컨트리와이드 같은 곳에서는 리저브에서 빠질 수 있는 옵션을 주고 있다.
리저브 페이먼트를 없애달라고 전화하면 되는데, 주의할 점이 있다. 컨트리와이드의 경우 리저브를 없애달라고 전화를 해도 다음 해에는 자동적으로 리저브 옵션으로 넘어가므로 전화번호를 곁에 붙여두고 해마다 전화를 걸어야 한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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