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300 vs 250,000… ‘피범벅’화면

2007-03-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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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½(5개 만점)

개원전 480년 스파르탄 - 페르시아군의 처절한 대 살육전 담아

사람빼고 모두 컴퓨터그래픽 처리
상영시간 2시간, 절반이 전투액션


목이 뎅강 날아가고 팔과 다리가 뎅강 뎅강 날아가면서 새빨간 핏방울들이 슬로모션으로 화면에 흩뿌려진다.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강을 이루면서 칼과 창과 화살이 동원된 대살육이 극사실적으로 묘사되는 이 영화는 근육을 풀지 못해 몸이 근질거리는 장정들을 위한 만화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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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탄들이 페르시아군인들을 바다로 떨어뜨리고 있다>

기원전 480년 그리스의 테르모필레에서 벌어진 스파르타 용사 300명대 25만명의 페르샤군 간의 처절한 사투를 그렸는데 원작은 그래픽 노블 ‘신 시티’를 그린 프랭크 밀러의 작품. ‘신 시티’에 ‘트로이’와 ‘알렉산더’를 접합시킨 듯한 작품으로 지나치게 유혈폭력적인 데다가 2시간 상영시간의 근 절반을 전투장면으로 채워 시각과 감관이 뻐근하다.
사람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를 사용했다. 푸른 스크린 앞에 배우를 놓고 연기를 하게 한 뒤 이것을 컴퓨터가 만들어낸 이미지들과 섞어 장면을 구성했다. 현실감과는 거리가 먼데 기술적으로는 뛰어날지 모르나 인간미가 있는 영화의 장래가 걱정된다.
완전히 전투액션 위주여서 시대의 역사적 설명은 거의 없다. 발광하다시피 사납고 잔인하고 폭력적인데 눈부신 시각미에 감탄하다가도 과다한 유혈폭력 때문에 체한 기분이다. 그리고 색조는 시종일관 어둡다.
클럽 패션모델 스타일을 한 페르시아의 왕 저크시즈(로드리고 산토로)가 25만대군을 이끌고 그리스 해안에 도착하자 스파르타의 왕 레오나이다스(제라드 버틀러)가 정예군 300명을 이끌고 테르모필레로 진군한다. 레오나이다스는 신탁의 지시를 어기고 출전, 도시국가 스파르타의 의회는 왕비(레나 헤디)의 원군 요청을 거절한다.
레오니다스는 해안의 그리스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봉쇄하고 페르시아군을 맞는다. 거의 벌거벗다시피 한 스파르타 전사들과 잘 차려 입은 페르시아군 간에 전투가 시작되면서 스파르탄의 창이 페르시아군을 꼬치처럼 꿰뚫고 칼이 목과 팔과 다리를 마구 잘라낸다. 페르시아군의 사체로 높은 벽을 쌓은 스파르탄을 향해 페르시아군이 여러 차례 물결을 이루며 공격을 하나 죽음을 선택한 스파르탄의 용기와 전투술에 밀려난다. 저크시즈는 가면을 쓴 ‘불사신’이라 불리는 군대와 기형적인 거인과 코끼리와 코뿔소 부대를 동원, 끊임없이 스파르탄을 공격한다.
스파르탄은 사흘간 적을 막다가 몰사했는데 이들의 애국과 용기에 힘을 얻은 그리스 연합군이 페르시아군을 막아 저크시즈의 그리스 점령의 꿈은 무산되고 만다(스파르타와 페르시아간의 전투가 요즘 동서양의 전투를 연상케 한다.) (*역시 이 전투를 그린 1962년작 영화 ‘300명의 스파르탄’(The 300 Spartans)의 DVD가 폭스에 의해 나왔다.) 잭 스나이더 감독. R. WB.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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