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산책 ‘거침없이 품바’

2007-03-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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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와 같다”(파스칼)는 말은 언뜻 인간의 연약함에 대해 말하는 것 같지만, 이는 사고의 능력으로나 형이하학적인 면에서 인간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말인 듯싶다.
그렇듯 오래전부터 많은 철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은 ‘인간은 만물의 영장’임을 말해왔고, 오늘날까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 인간 스스로가 꼭 그렇게 말 안하여도 이미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개벽하실 때 아담과 이브를 만드시고 인간으로 하여금 만물을 다스리게끔 ‘영장’으로 창조하셨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흙에서 시작된 인간의 문명이 컴퓨터의 칩으로 움직이는 로버트의 세상이 되기까지 인간의 능력은 세상을 크게 변화시켜 나가고 있는 중인데, 한편으로는 급속도로 변하는 세상이 오히려 어지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서정이 담긴 편지를 주고받던 예전의 모습들이 꼭꼭 숨어버린 대신 인터넷과 전화로 간단히 하고 싶은 말들만 통하면 되는 간단명료한 세상으로 바뀌었고, 만나고 싶으면 그 즉시 쭉 달려가 만나는 기다릴 것도 없고 생각할 여지도 없이 마구 달려가는 거침없는 만물 세상이니, 이런 식으로 다시 반세기가 지난후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궁금해진다.
또한 결코 약하지 않은 인간의 우월성으로 인해 많은 생명체들에게 위협적 존재가 될 만큼 오늘날 행해지고 있는 인간의 자연파괴 역시 후기구석기시대 이후 많은 생물을 멸종시키거나 멸종의 위기까지 몰아왔고, 또 최근에 와서는 인간이 ‘기상의 이변’까지 속수무책으로 몰고 가는 ‘만물의 영장(靈長)’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잠시나마 이러한 만물로 부터의 탈출을 위해 딸과 단둘이서 모처럼만에 소극장에서 열리는 연극을 보러 갔을 때가 있었다. 커다란 무대 위에서 화려하고 찬란하게 펼쳐지는 오페라와는 달리 소극장이었던 그 연극무대는 배우와 관객이 한 호흡이 되어 소박한 장면을 이끌어가는 무대였다.
‘성자 품바’의 각설이 타령이 엮어내는 해학과 풍자에서 가난과 배고픔 속에서 비록 천대는 받았을 지언정 ‘따스한 정’ 만큼은 있었던 사회였음을 느꼈었다. 아니 꼭 연극을 통하여 확인하지 않더라도 그 당시에는 그랬으니 말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세상의 변화는 물론이고, 생각과 철학의 각도도 크게 바뀌었다. 예전에는 도리와 인격의 품이 한 구석에서나마 지탱해 왔었지만, 요즘엔 물질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아주 쉽게 도의를 저버리고 자신의 방향과 생각을 쉽게 바꾸어 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개인의 자유’라는 슬로건 아래에서 웬만한 것은 다 드러내놓고 한다.
이러다가 혹시, 조용히 잠자고 있던 고대의 철학자들이 벌떡 일어나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부터 인간은 만물의 종속이다!”라고 외칠지도 모르겠다. 그러지 않아도 인간들의 마음이 ‘만물’을 따라 다니는데 혈안이 되어 있고, ‘만물’의 욕심에 눈이 멀어 인간 서로의 마음을 서글프게 하는 일들이 많은데 말이다. 어쩌면 인간 스스로가 영장의 권한을 깨트리는 자충수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가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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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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