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밀 파괴’(Breach)★★★½(5개 만점)

2007-02-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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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 파괴’(Breach)★★★½(5개 만점)

오닐(라이언 필리페· 왼쪽)과 핸슨(크리스 쿠퍼)이 성당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잘 짜여진 냉철한 스파이 드라마

FBI 소련간첩 로버트 핸슨 실화
너무 고지식하고 박력없어 아쉬워

미연방수사국(FBI) 베테런 요원으로 20여년간 고도로 민감한 국가기밀을 소련측에 전달했던 로버트 핸슨의 실화를 다룬 차분한 스파이 스릴러 드라마다. 잘 조여진 구성과 초점이 뚜렷한 플롯 그리고 사실에 바탕을 둔 질서정연한 이야기의 진행 및 핸슨역의 크리스 쿠퍼의 엄격한 연기 등으로 인해 품격 있고 냉철한 스파이 드라마가 되었다. 지적 성인들을 위한 최적격의 영화다.
아쉬운 것은 영화가 너무나 고지식하고 톤이 가라앉았다는 점. 긴장감 가득한 스파이 스릴러가 되기엔 박력이 없어 극영화라기보다는 FBI의 사건구사 기록일지를 보는 느낌이다. 그러나 과장 없이 단순 명료하게 잘 만든 영화다.
핸슨은 모범 가장이요 독실한 가톨릭 신자. 영화가 시작 될 때 그는 일선에서 후퇴한 FBI의 기록 누출방지 시스템 책임자의 새 자리에 임명된다. 물론 핸슨은 새 자리에 불만하나 이미 그 때는 핸슨은 FBI의 장기간 수사의 초점 대상이 되어 있을 때다. 핸슨은 22년간을 소련측에 A급 국가 기밀을 전달했는데 그 중에는 소련군 정보부 내 미국 스파이의 신원도 있어 이들이 즉결 처형되기도 했다.
핸슨의 반역혐의를 조사하는 책임자가 케이트 버로우스(로라 린니). 버로우스는 핸슨의 반역증거를 포착하기 위해 풋내기 요원으로 야심 있는 에릭 오닐(라이언 필리페)을 핸슨의 보좌관에 임명한다. 그러나 버로우스는 오닐에게 핸슨이 성도착증자여서 조사가 필요하다고 속인다.
역시 가톨릭 신자인 오닐과 핸슨의 관계가 얘기의 큰 흐름을 이루는데 오닐은 신심 깊고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하는 핸슨을 오히려 존경하게 된다. 그래서 오닐은 핸슨 수사가 시간 낭비라고 버로우스에게 항의하자 그제야 버로우스는 오닐에게 사실을 알려준다.
서브 플롯으로 오닐이 자기 임무에 대해 침묵을 지키면서 이는 아내와의 갈등이 있지만 허약하다. 오닐은 자기를 아들처럼 대하는 핸슨에 대한 외경심을 채 버리지 못한 채 그를 수사하면서 일종의 죄책감 같은 것마저 느낀다. 그러나 오닐역은 어디까지나 핸슨의 부수적인 것. 쿠퍼가 허점 한 치 없는 준엄하고 냉정한 연기를 압도적으로 하면서 화면을 완전히 점령한다. 핸슨은 FBI의 수사 끝에 수년 전 체포돼 현재 종신형을 살고 있다. 영화의 시간대가 워싱턴 DC의 겨울철이어서 스파이 영화 분위기에 한결 어울린다. 빌리 레이 감독. PG-13. Universal.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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