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 리모델링’ 머물러야 하나, 떠나야 하나

2007-02-08 (목)
크게 작게
한바탕 부수고 먼지 범벅 될텐데

시공업자나 부동산업자들
“가족들 머물러 있으면 공사 더디고 비용 더들어”
소규모 아니라면 임시로 거처 옮기는 것도 바람직

피터 키시치는 인생에서 스릴을 추구하는 스타일이 전혀 아니다. 패사디나 거주 마케팅사 간부인 그는 번지 점프 같은 모험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안정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가정적인 남성. 그런 그가 부인과 함께 몇 년 전 6만달러를 투자, 1930년생 지중해풍 주택을 리모델링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모험이라고 할 만한 대담한 결정을 내렸다. 시공업자를 선정한 그는 공사기간 3개월 동안 적당한 공간을 임대, 짐을 꾸리는 대신 가족들과 그대로 집에 머물기로 선택한 것이다.
한 펑크그룹의 노래 중에 ‘머물러야 하나, 가야 하나’(Should I Stay or Should I Go?)라는 곡이 있지만 이 가사야말로 리모델링을 하는 모든 홈오너들이 회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키시치는 “머문 이유를 사람들이 궁금해 하더라”며 “준비과정에서 정신이 없기는 했지만 이사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두 자녀가 있는 입장에서 리모델링이 생활을 확 바꾸도록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들은 머물기로 했고, 3,100스퀘어피트에 이르는 주택의 한 쪽을 막아 생활공간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키시치 가족은 침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고 임시 부엌으로 변한 다이닝룸에 마이크로웨이브 오븐, 냉장고 등을 옮겨놓고 식사를 해결했다. 공사는 주로 집안 뒤편서 이뤄져 가족들은 인부들을 피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시공업자와 대화할 수 있었다.
매튜·매리애나 달라니 부부는 정반대 케이스. 이들은 몇 달 전 웨스트 패사디나 주택의 증·개축 공사를 하면서 대혼란을 피해 도망쳤다. 1913년에 지어진 캘리포니아 벙갈로 스타일 주택이 방이 충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새 부엌과 홈 오피스, 매스터 베드룸이 무엇보다 절실해 시작한 공사였다. 매리애나 달라니는 “낯선 인부들이 못을 박아대고 원형톱이 윙윙 돌아가는 집에 살면서 일상생활을 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고 말했다.
달라니는 그것이 옳은 판단이었다고 말한다. “공사 규모를 생각할 때 그것을 참고 살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집을 비우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로 인해 잃어버린 건 없었다”고 달라니는 얘기한다. 달라니 가족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가구가 딸린 수수한 2베드룸 콘도를 임대했다. 렌트는 월 2,500달러.


HSPACE=5

<주택을 리모델링 할 때 방 하나를 뜯어고치는 정도의 소규모가 아니고 형편이 허락한다면 임시 거처를 마련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달라지 가족은 자신들만의 평화와 체취가 스며 있는 집을 그리워했다. 달라니는 “하지만 우리가 없었기 때문에 공사 진척이 빨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 그랬으면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다”고 말한다. 달라니는 공사에 든 30만달러를 재융자를 통해 조달했다. 6개월 동안 나가 사느라 치러야 했던 대가는 주택의 가치상승에 비하면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고 이들은 여겼다.
전문가들은 “머무느냐 떠나느냐를 결정하는 기본 원칙은, 공사 규모가 크고 생활에 방해가 많이 된다면, 그리고 형편이 허락한다면 짐을 꾸리는 것이 좋다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서 인부들은 일을 더 신속히 진행할 수 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음 놓고 일할 수 있고, 집 주인의 고막에 대해 걱정하는 일 없이 마음껏 시끄러운 기계를 사용할 수 있다. 인부들이 하루 일을 마치고 어느 정도 정돈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피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실수로 유틸리티가 파손되었을 때 주인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마당에 파놓은 구덩이 주변에 보호막을 칠 필요도 없다. 바닥에 떨어진 못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머무느냐 떠나느냐 2가지 상반되는 선택관 관련 비용 계산을 해놓은 업계 자료는 없다. 하지만 1920년대 이래로 대를 이어 시공업자로 일하고 있는 노스리지의 스캇 스털링은 경험을 통해 배웠다. 가족들이 사는 상태에서 리모델링하는 게 빈집의 경우보다 비용이 10~15% 더 든다는 것을. 그는 고객들이 설사 아이들과 애완동물을 데리고 거처를 옮기는 것이 힘들다 할지라도 전부 떠나주기를 바란다. 그가 지적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가족들이 있을 경우 타일 하나를 붙이고 페인트 붓칠 한 번 하는 것을 다 지켜보기 때문에 공사가 생각처럼 빨리 진전을 보지 못한다고 느낀다는 점.
웨스트레이크의 부동산업자인 로버트 어윈도 “룸 하나의 리모델링 같은 소규모가 아니라면 일단 임시 거처를 찾는 게 지혜롭다”고 말한다. 물론 어윈도 공사비용을 수표로 끊어주고 나서 렌트 수표를 추가로 써야 할 때 홈오너의 손이 떨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키시치의 경우 집에 살면서 공사를 진행함으로써 그같은 문제를 예방했다. 하지만 인부들은 매일 청소를 하고 공간을 분리한 두꺼운 비닐과 테입이 제자리에 붙어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키시치 가족은 게다가 임시 부엌에서 끼니를 해결하느라 자주 야외에서 바비큐를 하거나 음식을 투고해 먹어야 했다. 키시치는 “거의 레스토랑 비평가가 되었을 정도”라면서 “3개월이 끝나갈 무렵에는 더 참지 못할 지경이었다”고 토로했다.
달라니 가족도 공감한다. 이들은 현재 2번째 리모델링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아마도 집을 떠날 것 같지 않단다. “다시 콘도를 빌려 생활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HSPACE=5

<집에 그대로 살면서 공사를 할 경우 장비를 밟을 수 있는 등의 위험에 노출된다>

머물러야 할 이유
■렌트 포함한 임시 거처를 구하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우편물을 새 주소로 포워딩하는 일부터 애완동물을 다른 데 맡기는 일에 이르기까지 이사와 관련된 번거로운 일을 피할 수 있다.
■일의 진척을 직접 살펴볼 수 있고 시공업자의 문제해결을 돕거나 계획을 변경하는 것이 용이하다.
■공사와 관련해 할 얘기가 있을 때 이웃들이 집주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떠나야 할 이유
■시공업자들이 작업하기가 수월하다. 매일 청소를 하고 집의 일부를 막는 데 필요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집에 있으면 파놓은 구덩이 같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케이블 TV가 며칠간 나오지 않는 것과 같은 일이 생길 때 집에 있지 않으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시공업자 하는 일을 사소한 부분까지 일일이 간섭하지 않고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매일 아침 7시부터 들리는 해머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나지 않아도 좋다.

<김장섭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