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영상미 뛰어난 공포영화

서스펜스와 긴장감으로 가득 찬 시적 공포영화로 특히 흑백 영상미가 몹시 아름답다. 프랑스 감독 조르주 프랑쥐의 1959년작. 프랑켄스타인 등 ‘광적인 의사’의 집념을 주제로 한 초현실적 분위기를 갖춘 서정적 공포영화로 아름답다. 공포영화와 동화를 혼성한 것같은 작품으로 얼굴 없는 천사 같은 주인공 크리스티안의 데스마스크 닮은 가면을 쓴 모습이 마치 인간의 혼을 유혹하는 귀신처럼 으스스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파리 교외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제네시에르(피에르 브라쇠르)는 자기가 몰던 차의 사고로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진 딸 크리스티안(에디트 스코브)의 얼굴을 회복시키는데 광적으로 매달린다. 의사는 충실한 여조수 루이즈(알리다 발리)를 시켜 젊은 여인들을 납치한 뒤 수술실로 옮긴다. 여자들의 얼굴 피부를 떠내 딸에게 이식수술을 하는데 수술은 번번이 실패한다.
거울마다 검은 천으로 가린 저택에서 얼굴에 하얀 가면을 쓴 채 사는 크리스티안은 자기 방과 실험실과 실험용 개들이 있는 곳을 왕래하는 것이 일과다. 옷깃을 올린 백의를 입은 크리스티안이 쓴 무표정한 하얀 가면에 뚫린 구멍을 통해 밖을 내다보는 두 눈이 저 세상 여인의 것 같다. 크리스티안은 마치 유영하듯 걸어 더욱 우아한 귀기를 내뿜는다.
한편 경찰은 얼굴 피부가 따내진 젊은 여인들의 연쇄 살인사건이 제네시에르와 관련된다는 심증을 잡고 수사망을 좁혀간다. 그리고 결코 자신의 과거의 얼굴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크리스티안은 자기 때문에 젊은 여인들이 살해당하는 것에 대해 절망하고 좌절하다가 거의 광기가 발동, 처참한 비극이 일어난다.
의사의 수술 장면이 쇼킹한데 사람의 심리를 극도로 불안하게 만든다. 크리스티안이 집에서 뛰쳐나와 가면을 벗어 던지고 밤길을 물 흐르듯 걸어가는 주위로 흰 비둘기들이 날아가는 라스트 신이야말로 한 편의 영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