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USC 인근 인터넷카페‘쉴만한 물가’

2007-01-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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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들 고민 내려놓는 곳

“유복한줄만 알았는데 방황·좌절 많아”
신승호 목사‘캠퍼스 사역’무료 운영
학교측‘종교 디렉터’인정 교내 예배도

USC 학생들이 자주 찾는 유니버시티 빌리지에 가면‘쉴만한 물가’라는 인터넷 카페가 있다.
컵라면도 놓여져 있고 과자나 사탕 같은 주전부리도 차려져 있다. 컴퓨터도 쓸 수 있고, 문서 출력과 바인딩까지 할 수 있다. 읽을 만한 책도 꽂혀져 있고,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소파도 있다.
웬만한 쉼터보다 나은 이 곳을 무료로 운영하는 사람은 신승호 목사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는 시편 말씀처럼 USC 학생을 편히 쉬게 하려는 비전을 품고 2004년 8월에 터를 잡았다.
올해 쉰 여섯이 되는 신 목사가 아들 뻘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역할 생각을 했을까. 자신도 계획에 없었던 일이라고 한다.
“2003년 레돈도 비치에 찬양하는 교회를 개척했을 때입니다. 교회에 열심히 봉사하던 USC 박사과정 소속 학생 두 명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이들이 한적한 비치에서 사역하지 말고 USC로 올라가자고 제안하더군요. 처음에는 ‘사립학교 다니는 유학생이 뭐 부족한 게 있겠나’싶었어요.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가 않더군요.”
여러가지 어려운 현실 앞에 방황하는 유학생 사회가 보이기 시작했단다. 반 이상을 누락시키는 공학박사 과정에서 탈락해 진로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 학사 과정을 따라가지 못해 좌절하는 학생, 장학금을 못 받아 학업 중단 위기에 처한 학생, 학업과 결혼 생활의 균형 사이에서 배우자와 갈등하는 학생….
“다양한 문제 유형이 존재하고 있더군요. 이런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채 술에 빠지거나, 이혼 직전에 몰린 학생도 만났습니다. 중도 탈락한 학생은 한국으로 돌아갈 낯이 없다고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기도 했습니다.”
유학생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바꾸자 신 목사는 USC가 새로운 선교지로 보이기 시작했다. USC에서 공부하고 있는 135개국 6,881명의 유학생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백낙금 사모는 “아시아, 아랍, 아프리카에서 온 학생들은 복음을 전혀 접해보지 못한 경우도 많아 멀리 가지 않아도 해외 선교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한다.
신 목사의 사역이 쉽지만은 않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유학생 대상 사역이라 재정 형편이 어렵다. 어학 연수생부터 단기 유학생까지 유학생도 종류가 여럿이라 오래 머무는 교인도 적다. 유학생들이 지적 능력이 뛰어나 복음을 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신 목사는 좌절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 역시 1989년 예술의 전당 공연과장 당시 비강암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나일론 신자’였기 때문이다. 죽을 고비를 넘긴 뒤 목사 소명을 깨달았던 자신처럼 두뇌가 명석한 학생들도 언젠가는 주님 사랑을 깨달을 시간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USC도 유학생을 지도하는 신 목사를 ‘종교 디렉터’로 인정해 정식 직원 대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신 목사는 주일예배도 USC 피시 보울 채플에서 갖고 있다. 신 목사는 “유학생에게 물질뿐 아니라 정신적 지원을 대가없이 지원해 복음이 더 널리 전파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카페는 3311 S. Hoover St. #3311, LA에 위치하고 있다.
문의 (213)745-6202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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