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 모르는게 약? 아는게 힘?

2007-01-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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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미국생활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 주일 새벽, 교회에 가기 전 잠깐 시간이 있어 화분에 물을 주려고 수도꼭지를 틀었다. 물이 나오질 않는다. 뒷마당으로 갔다. 마찬가지다. 순간 잔디밭이 새벽빛에 반짝이는 게 아닌가. “세상에 이럴 수가.”살얼음이었다. 화초 이파리 위로 댕글댕글 얼음이 얼고 수도꼭지도 얼었다.
진작 일기예보를 듣고 준비했어야 했다. 하와이산 풀루메리아가 꽁꽁 얼었고 탐스럽던 이파리들은 물에 삶은 듯 시뻘겋게 축 처져버렸다. 다시 소생할 수 있을까? 임시 처방으로 차고에 넣고 기다려 보기로 한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한다. 또 “아는 게 힘”이란 말도 있다. 어느 게 맞는 말일까? 둘 다 맞을 수도, 아니면 틀리는 말이 될 수도 있다.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이다. 살아오면서, 모르기 때문에 손해 본 것도 많지만 덕 본 것도 많다. 또 아는 것이 힘이 된 적도 있었지만 더 맥을 못 춘 적도 있다.
상업용 부동산을 취급하려면 참 많은 것을 알고 또 고려해야 한다. 내가 사는 집이라면 구조와 건물상태, 동네와 학군 및 지역에 대한 것들만 고려하면 되겠지만, 투자라면 다른 각도에서 체크해야 할 것도 많다. 이 경우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은 전혀 해당이 안 된다. 오로지 아는 것만 힘이 될 뿐이다. 단순히 아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경험을 통해 갈고 닦으며 알게 된 것이라야 살아있는 힘이 될 수 있다.
투자가가 원하는 것을 우선 알아야 한다. 얼마를 어떤 곳에 투자하고 어떤 회수율을 기대하는 지를 파악한 뒤로는 그에 알맞은 물건을 찾아줘야 한다. 아파트나 샤핑센타, 리테일, 땅 등 모두 성격이 다르고 지역마다 상승률이 다르고 리스 조건에 따라 겉으로 보기엔 같아도 전혀 다른 내용과 결과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컨설팅을 하려면 많은 것을 고려하고 배려해야 한다.
어디선가 읽은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바보이니 상대를 말고, 모른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가르치면 되는 사람이고, 아는 것을 아는 사람은 현자이니 따르라”는 말을 생각해 본다. 적어도 나는 내가 많이 모른다는 것쯤은 알고 있는 쪽에 속하고 싶다. 그리고 계속해서 공부하며 아는 것을 늘려가고 싶다.
나의 무지로 죽게 된 풀루메리아를 보며 나의 고객들을 다시한번 귀한 마음으로 생각하게 된다. 나의 부족함으로 손해 본 고객은 없는가? 좀 더 정확하고 폭 넓은 지식으로 투자가들의 꿈을 이루어 주는 힘 있는 브로커가 되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따듯한 날 돋아날 지도 모르는 새싹을 그려본다.

로라 김 <원 프라퍼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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