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상 법’

2007-01-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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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약혼자가 혼전 계약서를 작성하라고 하는데 해야하나요?

<문> 제가 결혼할 날짜가 다가오는데 약혼자가 저를 보고 혼전 계약서를 결혼식 전에 사인하라고 합니다. 약혼자는 최근에 인터넷 웹사이트로 성공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사업가인데 그 사람의 사업체 변호사가 꼭 사인하라고 시켰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계약서 내용 확인 뒤
당사자간 합의하에 작성해야


<답> 약혼자가 아무리 신용하는 변호사라고 해도 혼전 계약서를 사인하고 안하고는 약혼자와 질문한 고객 둘 사이의 개인적인 결정이므로 그 변호사가 사인을 하라고 한다고 해서 무조건 사인할 일이 아닙니다. 약혼자의 변호사는 약혼자를 대변하는 변호사이지, 고객의 변호사가 아니므로 그 변호사 말만 믿고 무턱대고 사인하지 않아야 합니다.
첫째로 해야 할 일은 혼전 계약서 작성에 경험이 많은 변호사를 찾아서 어떤 내용이 그 계약서에 들어 있는지, 고치거나 지워야 할 항목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본인과 본인의 변호사가 결정해야 합니다. 가정법, 이혼을 다루는 변호사라고 모두 혼전 계약서를 작성할 줄 아는 것은 아닙니다.
샌프란시스코 자아언츠 야구팀의 유명한 배리 본즈는 결혼하기 직전에 자기 에이전트 겸 변호사가 쓴 혼전 계약서를 스웨덴에서 온 본즈 보다 훨씬 나이 어린 약혼자한테 라스베가스로 결혼하러 가기 직전 사인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 약혼녀는 ‘선’이라고 교육수준도 낮고 영어도 잘 못하는 여자였습니다. 선은 변호사도 구하지 않고 그냥 사인을 하고 본즈와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이혼을 할 때 선은 자기가 사인한 혼전 계약서를 무효화하려고 했습니다.
E.T. 영화를 만든 유명한 영화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인디애나 존스 영화를 만들다가 케이트 캡쇼라는 금발머리 미인 여배우와 사랑에 빠져서 그 당시 아내였던 에이미 어빙이란 여배우와 이혼하려고 할 때 아주 엄청난 돈을 주고 이혼을 했습니다. 그 이유는 워낙 결혼 중에 스필버그 감독이 돈도 많이 벌었지만 결혼 전에 에이미 어빙이 사인한 혼전 계약서가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에이미 어빙은 변호사도 없이 스필버그 감독과 감독의 변호사가 하라는 데로 사인을 했기 때문에 그 계약서가 효과 없다는 근거로 엄청난 위자료를 성공적으로 받아 냈습니다.
본즈 선수와 선은 재판까지 갔고, 판사는 그 계약서가 법적 효과가 있는 계약이라고 결정을 하고 그 계약에 써있는 데로 선이 위자료를 얼마 못 받는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선이란 아가씨는 영어를 잘 못하고 스웨덴 여자라 미국법도 잘 몰랐을 텐데 손해를 많이 본 것이었습니다.
선이란 아가씨는 손해 당하기 싫었는지 상급 법원으로 항소를 해서, 가주 상급 법원에서는 그 혼전 계약서가 무효라는 결정이 나왔습니다. 돈이 워낙 많이 걸린 이혼이라 그런지, 본즈 선수 성격이 지기를 싫어해서 인지, 본즈 선수는 끝내 대법원으로 항소를 해서 결국 이기고야 말았습니다. 대법원까지 가려면 변호사 비용이 최소한 수십만달러는 들었을 것입니다. 본즈 선수의 이혼 이후로 가주 국회에서는 혼전 계약서를 규제하는 가정법을 많이 변경하였습니다.
새로 변경된 가정법상으로는 혼전 계약서가 무효가 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최소한 지금 질문한 고객처럼 변호사가 따로 있거나, 아니면 변호사를 구하지 않겠다는 것을 글로 써서 사인을 따로 해야 하고, 그 계약서를 받고 사인 할 때까지 최소한 7일은 생각해 볼 시간이 주어져야 하고, 따로 변호사와 상담해 보라고 권고를 받았어야하고, 변호사를 따로 구하지 않겠다고 결정할 경우는 본인이 사인하는 계약을 아주 잘 설명 받고 구체적으로 이해한 다음에 사인을 해야하고, 계약서가 써진 언어에 유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본인이 영어가 유창하지 않을 경우는 약혼자보고 그 계약서를 공인된 번역사 한테 번역을 받아달라고 해서 읽어보거나, 변호사를 따로 고용해서 내용을 알고 사인해야 합니다. 모르고 사인했다가, 혹시 결혼이 잘못 되었을 경우는 배우자 부양이나 이혼수당을 제대로 못 받고, 큰 손해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서류든지 계약서 내용을 읽어보고 마음에 안 든다면 사인을 안 하겠다고 약혼자한테 솔직히 말하고, 서로 결혼식 올리기 전에 미리 재정문제를 진솔하게 토의해 보라고 권장하고 싶습니다.


<린다 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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