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아포칼립토’

2006-12-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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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아포칼립토’

재구아 포가 마을을 습격한 제로 울프에게 붙잡혔다.

‘아포칼립토’(Apocalypto)★★★★(5개 만점)

액션, 스피드… 눈 못떼는 영상
걸작 서사극 ‘마야문명 몰락기’

멜 깁슨이 레이시스트인지는 몰라도 영화 하나는 정말 잘 만든다. 거인 대장장이의 명검을 만드는 솜씨요 날카로운 시력과 넓은 날개폭을 가진 독수리가 공중 높이 떠서 내려다보는 조감도와도 같다.
마야문명의 몰락기의 얘기를 대부분 원주민 비배우들을 써 그들의 방언으로 대사를 마련한(자막이 있다)이 정글 속 생존 투쟁과 끊임없는 도주와 추격의 영화는 시각과 감관에 엄청난 충격과 감동을 가할 만한 보기 드문 걸작 서사 액션모험물이다.
눈을 뜨고 볼 수 없고 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하고 끔찍하고 폭력적인데 힘차고 생명력 있고 맹렬하고 감각적이며 또 육감적이고 정열적이다. 스크린 사상 여태껏 만나보지 못한 새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첫 장면은 정글 속을 달리는 원주민의 하체가 빠른 속도로 묘사된다. 사냥 장면인데 처음부터 맹렬한 속도로 진행되는 영화는 끝날 때까지 관객의 숨이 턱에 닿도록 뛰고 또 뛴다.
사냥 장면에서 총명하고 용감한 젊은 재구아 포(루이 영블러드) 등 평화적인 원주민들이 인간적으로 묘사된다.
이들이 사는 마을을 제로 울프(라울 트루히요)와 그의 새디스틱한 아들 스네이크 잉크(로돌포 팔라시오스)가 이끄는 홀케인족 약탈자들이 습격,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재구아 포와 그의 아버지 등 주민들을 포로로 잡는다.
재구아 포는 붙잡히기 전 만삭의 아내 세븐(달리아 에르난데스)과 어린 아들을 인근의 깊은 구덩이에 피신시킨다. 그리고 포로들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스네이크 잉크가 재구아 포의 아버지를 살해, 두 젊은이는 불구대천의 적이 된다.
영화의 중간 부분을 이루는 마야시티의 극도로 혼란한 모습과 높은 피라밋 위에서의 인간제물의식 그리고 제로 울프 등의 인간사냥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세트와 분장과 의상과 대규모 군중신 등은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 그러나 인간희생 장면은 너무 잔인하다. 제사장이 오랜 가뭄을 풀어달라고 드리는 제사의 제물이 된 포로들의 심장을 산채로 도려내고 목을 자르는 장면에서 피가 홍수처럼 범람한다.
기상변화로 여기서 운 좋게 살아남은 재구아 포 등은 이번에는 운동장에서 인간사냥의 표적이 된다.
여기서도 살아남은 재구아 포는 아내와 아들을 구하기 위해 정글 속을 재구아처럼 달리는데 그 뒤를 제로 울프와 그의 졸개들이 뒤쫓는다.
유혈 폭력 액션과 한 문명의 쇠락을 잘 섞어 그린 뛰어난 영화로 영블러드 등 출연진의 연기가 아주 좋다. 특히 경탄할 것은 정글의 무성한 미와 도주와 추격을 쏜살같은 속도로 잡은 촬영.
R. Buena Vista. 전지역.

<박흥진>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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