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0품목 이하’(10 Items or Less)★★★½

2006-12-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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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상큼한 72분짜리 소품

연기파 모간 프리맨과 페넬로피 크루스에 이어 할리웃 주무대에 오른 스페인 여우 파스 베이가(‘스팽글리시’)의 콤비가 아름답고 보기 좋은 소품 중의 소품. 크레딧을 뺀 상영시간이 72분밖에 안 되는 영화로 극장 개봉과 함께 DVD로도 출시된다.
프리맨이 큰 영화에 나오던 중 잠시 쉬는 셈치고 산책 나온 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뛰어난 연기를 한다. 날듯 경쾌하고 상냥하고 인자한 연기다. 아직 액센트가 강한 베이가도 에누리 없이 딱 떨어지는 연기를 한다. 2인극이다시피 한 일종의 로드 무비로 생면부지의 남녀가 차를 타고 가면서 내내 얘기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세차하고 샤핑하고 먹고 마시는 내용이다. 매우 인간적이요 희망적인 영화여서 기분이 좋다.
액션영화 배우 그(프리맨)는 4년을 놀다가 비로소 배역이 제의된 인디 영화의 주인공을 연기하기 위해 LA의 라티노 지역 카슨에 있는 한 그로서리 마켓을 방문한다. 그는 마켓 지배인 노릇을 공부하러 왔으나 지배인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여자가 계산력이 엄청나게 빠른 ‘10품목 이하’줄의 점원 스칼렛(베이가). 아름답고 허튼 짓이나 소리 안 하는 스칼렛과 그의 희롱하는 듯한 대사가 재미 있는데 텅 빈 마켓 안 풍경이 마치 다른 세상의 것처럼 거의 초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우습고 재미있다.
브렌트우드의 집에까지 갈 차가 없는(그가 왜 차가 없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그를 스칼렛이 자기 차로 데려다 주면서 로드 무비의 형태를 갖춘다. 형태를 갖춘다. 스칼렛은 그를 집에 데려다 주기 전에 먼저 비서직 인터뷰에 가야 한다. 그리고 그는 스칼렛에게 인터뷰에 응하는 기술을 가르쳐 주고 옷도 사주고 세차도 해준다.
마침내 인터뷰를 마치고 나온 스칼렛은 저녁이 되어 그의 집 앞에 도착한다. 마지막 차 안에서의 두 사람의 작별모습이 ‘로마의 휴일’의 그것을 연상케 한다. LA의 공장 지역과 근로자들이 사는 지역을 찍은 촬영이 좋다. R. 브래드 실버링. Think Film. 뮤직홀(310-274-6869), 타운센터 5(818-981-9811), 플레이하우스 7(626-844-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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