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카지노 로열’(Casino Royale) ★★★★(5개 만점)

2006-11-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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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로열’(Casino Royale) ★★★★(5개 만점)

제6대 제임스 본드(대니얼 크레이그)는 역대 본드중 가장 야수적이다.

달라진 본드… 야수적이고 표독하고

새 제임스 본드는 마치 우리에서 탈출한 표범처럼 폭력적이요 야수적이며 표독스러웠다. 그의 폭력은 거의 가학적으로 잔인한데 본드의 특성인 냉소와 함께 오만하기가 짝이 없다.
대니얼 크레이그가 제6대 본드로 선정됐다고 발표했을 때 본드 팬들은 그가 금발인데다 키도 안 크고 카리스마가 없다고 투덜댔었는데 영화를 보니 공연한 불평임이 드러났다. 그는 역대 본드들처럼 젠틀맨 본드가 아니라 쌈꾼 본드인데 마티니를 쉐이큰(Shaken)할 것이냐 아니면 스터드(Stirred)할 것이냐는 바텐더의 물음에 “내가 그런데 관심 있어 할 사람으로 보이냐”고 쏴붙이기까지 한다. 확실히 본드가 달라졌다.
‘카지노 로열’은 스파이 출신의 이안 플레밍이 제일 먼저 쓴 시리즈다. 크레이그는 역대 본드 중 소설 속 본드에 가장 가까운데 영화는 최첨단 무기 대신 주로 칼과 총과 주먹을 쓰면서 격렬한 육박전 액션을 보여준다(최첨단 무기 제조자인 Q가 영화에서 사라졌다). 이번 본드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본드인데 갈등하는 마음과 사랑에 우는 사나이다.
시리즈 21번째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 이전 장면은 흑백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2명을 죽인 본드는 영국 정보부 MI6의 부장 M(주디 덴치)에 의해 007로 승진된다. 그러나 M은 얼마 있다가 오만불손하고 명령을 거역하는 본드에게 실망하고 호되게 꾸짖는다.
오프닝 크레딧 장면에 이어 이 영화에서 가장 압권인 아프리카의 공사장에서의 본드와 자살폭탄 테러리스트간의 장시간 추격전이 묘사된다. 이 추격전에서 본드가 비무장한 사람을 죽인 것이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M은 본드에게 숨어 있으라고 지시한다.
그러나 본드는 지시를 어기고 폭탄 테러리스트의 배후를 캐기 위해 바하마에 이어 마이애미로 온다(마이애미 공항에서 또 한 차례 요란한 추격 액션 신 벌어진다).
본드의 적은 가끔 피눈물을 흘리는 국제 테러의 재정후원자 르 쉬프르(매즈 미켈슨). 르 쉬프르는 앙골라 반군으로부터 받은 군자금을 증권투자에서 잃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몬테네그로 호텔서 억만달러짜리 포커게임을 마련한다. 그리고 본드도 르 쉬프르를 저지하기 위해 게임에 참석한다. 각 참가자의 판돈은 1,000만달러로 이 돈을 본드에게 전달하는 여자가 섹시한 베스퍼 린드(에바 그린). 그런데 베스퍼는 처음 사람 잡는 본드에게 매우 적대적이다. 게임 휴식시간에 본드를 노린 자들과 본드간의 폭력이 작렬한다. 마지막의 장시간 액션은 베니스에서 벌어진다. 흥분되고 재미 좋으나 상영시간 2시간30분이 너무 길고 쓸데없이 플롯을 꼬아댔다. 마틴 캠벨 감독. PG-13. Sony.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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