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벨’(Babel) ★★★★½(5개 만점)

2006-10-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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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Babel) ★★★★½(5개 만점)

로버트가 총에 맞은 수전을 안고 괴로워하고 있다.

인간성 단절과 함께 비극은 시작된다

복잡-다양한 스토리
사냥총으로 연결해
한 얘기로 묶은 수작

제목이 말해 주듯이 이 영화는 인간 상호 소통과 대화의 불가능성과 어려움을 그린 긴장감과 감정 가득한 철학적 내성을 지닌 드라마다. 멕시코 감독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나리투의 3부작 ‘개같은 사랑’과 ‘21 그램’에 이은 종결판인데 그의 다른 두 영화처럼 여러 개의 얘기가 시간을 타고 넘으며 서술된다.
여기서 묘사되는 비극과 고통과 사건등은 모두 인간의 우매함 때문에 일어나는데 감독은 인간성의 접촉을 강렬히 호소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불체자문제와 제3세계문제 및 테러등 세계적 현안등도 다루고 있다.
‘개같은 사랑’의 야성적 감성과 ‘21 그램’의 비극적 운명성등이 아쉽긴 하지만 대단히 재미 있고 절박하며 또 많은 것을 생각케 만드는 수작이다. 모로코, LA, 멕시코의 티와나및 도쿄등지를 무대로 처음에 보면 서로상관 없는듯한 부분적 얘기들이 진행되다가 그것들이 절묘하게 하나의 큰 얘기로 모양을 갖춘다.
모로코 산악지방에서 양을 키우는 남자가 성능 좋은 사냥용총을 사 어린 두 아들에게 맡긴다. 이 두 형제 중 형이 총의 성능시험을 한다고 산 밑 도로를 달리는 관광버스를 향해 발사한다.
LA상류층 가정의 어린 두 남매를 멕시칸보모 아멜리아(아드리아나 바라사)가 아이들의 부모가 모로코여행을 간 사이 돌보고 있다. 아멜리아는 자기대신 아이들을 맡아줄 사람을 못 찾자 아이들을 무분별한 조카 산티아고(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운전하는 차에 태우고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티와나로 달린다. 다시 모로코. 셋째 아기의 죽음의 후유증을 치유하려고 관광차 여기에 온 리처드(브래드 핏)와 수전(케이트 블랜쳇)은 서로 감정의 앙금을 걸러 내지 못한 채 다툰다.
도쿄의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여고생 치에코(린코 키쿠치)는 홀아버지(코지 야쿠쇼)와의 감정통화 결여로 반항적이다(그녀가 틴에이저들이 모이는 식당에서 짧은 스커트 속 팬티를 벗은 뒤 자신의 은밀한 곳을 근처 테이블에 앉은 남자들에게 보여 주는 충격적인 장면이 그녀의 좌절감과 함께 절박한 심정을 충격적으로 보여준다.)
소년이 쏜 총에 맞아 빈사지경에 이른 수전을 모로코의 시골집에 뉘여 놓고 로버트는 미대사관 등지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호소한다.
그리고 소년들의 아버지는 외출했다 돌아와 아이들에게 테러리스트가 미국인 관광객을 살해했다고 알려준다. 수전의 피습(?)은 테러로 둔갑해 삽시간에 전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매스컴을 탄다. 이 복잡한 얘기를 연결해 주는 것이 사냥용 장총이다.
너무 말끔한 것이 흠이지만 우리 내면과 주변을 돌아 보게 만드는 감동적인 영화로 핏과 바라사와 키쿠치가 돋보이는 연기를 한다. 아이들(모로코 아이들은 비배우)과 나머지 배우들도 잘 한다. R. Paramount Vantage. 아크라이트(323-464-4226), 센추리15(310-289-4AMC), 샌타모니카 브로드웨이(800-FANDANG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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