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리 앙트와넷’

2006-10-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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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e Antolnatte)
★★½

프랜시스 코폴라의 딸 소피아가 각본을 쓰고 감독한 수정주의 현대판 마리 앙트와넷 시대극인데 겉만 알록달록하고 달콤했지 속에는 자양분이라곤 하나도 없는 영화다. 소피아는 현대 여고생이나 젊은 여자 어른들을 위해 이 영화를 만든 것 같은데 팝 튠과 록뮤직이 나오고 일부 대사도 완전히 시대를 망각한 요즘 것이다. 2시간 내내 젊고 방종한 여자의 파티를 구경하는 셈으로 플롯이 거의 없고 그저 먹고 마시고 재잘대고 춤추고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역사적 의미도 없고 사건도 제대로 다루지 않아 이 영화 보고서는 프랑스 혁명 전야에 관해 배울 것이 전무하다. 헤어쇼, 드레스쇼, 요리쇼의 영화로 호화롭고 사치스럽기 짝이 없어 시신경이 원색으로 물들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궁정의식의 반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왕족놀이 구경에 정신이 다 피곤해진다.
14세 때 후에 루이 16세가 된 15세난 프랑스 왕자 루이(제이슨 슈와르츠만-소피아의 친척으로 그의 미스 캐스팅은 코믹할 지경)에게 시집와 잘 놀고 잘 먹고 잘 살다가 단두대에서 목이 날아간 사치하고 철없는 마리 앙트와넷의 이야기다(정말 재미있는 이 왕비의 영화를 보려면 최근 WHV가 출시한 1938년작 동명영화를 사서 보시도록. 노마 쉬어러가 앙트와넷으로 나오는데 그녀와 그녀의 애인으로 나오는 절세 미남 타이론 파워의 콤비와 연기가 일품이다).
오스트리아 태생으로 합스부르크의 여제였던 마리아 테레사의 딸인 마리 앙트와넷(커스튼 던스트)이 처음에 황금마차를 타고 프랑스 국경에 도착, 오스트리아 것을 완전히 버리면서 알몸으로 프랑스 의상을 입는 장면이 재미 있다. 그 뒤로 마리는 루이와 결혼해 둘이 한 침대에 누우나 루이가 섹스를 할 줄 몰라 왕비가 고민하는 것이 그나마 있는 플롯이다. 마리 앙트와넷이 굶주리는 국민들에게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아’라고 한 말이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는 설이 있으나 역사적으로 증명된 바 없다. 예쁜 던스트가 혼자 영화를 짊어지다시피 하고 있다. PG-13. Sony.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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