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몫 챙기려다 호되게 당하네

2006-10-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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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몫 챙기려다 호되게 당하네

주택 매물이 쌓이면서 전매 차익을 노린 투기성 투자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단시간에 큰돈을 벌던 호시절은 지나고 손실을 감수하고 던져버려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동산 투자가 기막힐 때가 바로 얼마 전이었다. 주식시장에서 테크 거품이 한창 터져 나갈듯 하던 당시 어린 대학생이나 가정주부가 데이트레이딩을 했던 것처럼 부동산 붐이 뜨겁게 불자 보험브로커나 의사, 자전거 수리공까지 전매차익을 노리고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다. 부동산을 매입해서 금방 팔면 쉽게 큰돈을 벌 수 있었다. 정말 손쉽게 버는 돈이었다. 그러나 그런 호시절은 지나가고 있다. 전매차익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손해를 떠안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전매차익을 노리고 집을 샀다가 지난 4월부터 6월 사이에 판매한 투기자 5명중 한명은 손해를 봤다. 전국 147개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전매목적의 부동산 거래를 분석한 ‘HomeSmartReports.com’에 따르면 지난 2년 반 동안 가장 나쁜 상황이다.

전매 차익 노린 투기성 주택 투자
경기 둔화로 호시절 가고 ‘곡소리’
이익은 커녕 5명중 한명은 손해

주택시장이 가속적으로 악화되자 투기꾼들의 입지도 급속히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주택시장은 재고 수준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매물은 쌓이고 바이어들은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입질도 않는다. 팔리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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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단언하기에는 이를지 모르지만, 주택 시장의 흐름을 타서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투자가 얼마나 위험하고 이익을 거두기 힘든 가를 최근의 사태는 잘 보여주고 있다.
플로리다주 보험 브로커인 제퍼리 엡스타인. 그는 단기차익을 노리고 지난 2004년 건설중인 타운하우스를 매입하기 위해 다운페이먼트를 냈다. “전혀 거주할 생각은 없었고, 예약금만 얼마 내고 집이 지어지면 금방 전매할 생각이었는데 일이 틀어졌다. 부동산 시장 악화로 이 지역 콘도 물량이 17개월분에 이를 정도로 쏟아져 나왔고 가격은 작년보다 11%나 하락했다. 7월에 잔금을 모두 치러야했는데 지금 팔아버려야할 상황이다. 이익은 생각보다 훨씬 적다.” 그는 앞으로는 부동산 투자에는 손을 대지 않을 생각이다.
이런 사태는 지금 한두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전국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매차익을 노린 투기성 투자는 전국에서 판을 쳤었다. 지난해 팔린 주택 4채중 한 채가 같은 해에 매입한 투기성 거래였다. 투기성 매입이 집중됐던 지역은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아리조나, 네바다 등 주택 붐이 극성을 부렸던 지역이었다. 그때의 환호성은 지금 곡소리로 역전되고 있다.
라스베가스의 럭서리 콘도를 3채나 투자했던 커넥티컷주의 한 의사. 그는 “전매차익으로 25%내지 30%는 남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손해는 아니지만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칠 것 같다”고 말한다.
주택시장의 판매 격감은 투기꾼들이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에드워드 리머 UCLA앤더슨 연구소의 디렉터는 말한다. 하지만 터무니없게 높게 책정된 가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아직도 많은 투자가들이 이익을 낼 것이란 기대로 버티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식시장에서는 뭔가 나빠지면 일제히 탈주하지만 주택시장에서는 시장이 개선될 때 까지 집을 붙들고 버티는 경향이 강하다.
투기성 거래가 곤욕을 치르는데 대해 리머 교수는 “90년대의 캘리포니아 부동산 시장을 연상시킨다. 80년대 부동산 시장에서는 돈잔치가 벌어졌지만 90년대 항공국방산업의 대규모 감원으로 부동산 시장은 완전히 망가졌다. 캘리포니아 시장이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적어도 10년 동안은 투기꾼들이 발을 들여놓을 수가 없었다.”
투기꾼 중 상당수는 이미 퇴출됐다. 셀러는 팔기 어렵고 바이어들은 헐값에 건지려고 혈안인 상황에서 전매 차익이 생길 여지가 없다. 매물은 기록적으로 쌓이고 있다.
최근 수년간 전매 투기가 판을 쳤던 라스베가스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판매된 주택 10채중 한 채가 9개월안에 되팔릴 정도로 투기가 심했던 지역이다. 지금도 매물로 나온 단독 주택중 40%가 주인이 살지 않는 빈집이다. 생각보다 전매 투기가 심했음을 짐작케 한다.
지금 집값은 뚝 떨어졌다. 지난해 53만5천달러에 팔린 집이 지금은 46만 달러밖에 못 받는다.
“충격적이다. 1년 사이 완전히 사태가 역전됐다”고 럭서리 부동산 그룹의 브루스 하이앗트는 말한다.
그러나 라스베가스에서 전매행위는 아직도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다. 4월부터 6월 사이 판매된 주택중 6%는 매입후 9개월안에 팔린 투기성 거래였다. 투기지역 순위에서 전국 7번째.
전국적으로는 전매행위는 많이 줄었다. 2분기중 4.7%로 작년 1분기 6.4%보다 낮아졌다.
전매투기로 돈을 벌기는 벌었을까. 2분기중 전매 투기로 손실을 본 경우 중간평균 손실액은 3만9천 달러였고, 이익을 본 경우 평균 4만2,500달러를 건졌다. 상황이 극히 나빠졌지만 아직도 소액이나마 이익을 건지는 사람은 있는 셈이다.
전국에서 전매가 가장 심한 지역은 플로리다 오칼라와 미네소타 헤이거스타운으로 판매의 6.7%가 투기성 전매였다. 캘리포니아의 경우는 레이크 타호 북쪽 15마일소재 트루키에서 전매투기를 벌인 사람의 67%가 손해를 봤다. 전국에서 가장 나빴다.
손해액이 가장 큰 곳은 플로리다주 게인스빌로 손실 중간 평균액이 6만3,900여달러였다. 반면 캘리포니아 나파밸리는 전매로 가장 돈을 잘 벌었던 곳으로 나타났다. 평균 8만5천여달러를 벌었다. 나파밸리는 고급 와인 산지로 주가를 높여가고 있어 지난 2000년 이후 전매시 손실보다 이익을 본 사람이 훨씬 많았다.
그러나 시장이 달아올랐을 경우에도 부동산 투기의 결과는 이익보다는 손실쪽에 더 가깝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는데, 이는 사실이다. HomeSmartReports.com 조사에 의하면 지난 23분기중 4개 분기를 제외하고는 전매를 통해 손실을 본 사람의 손실액이 이익을 본 사람의 이익액 보다 더 많았다. 부동산으로 돈을 빨리 벌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부동산 투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장소를 가려서 신중히 투자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일 것이다.

<케빈 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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