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산책 ‘가을의 생각’

2006-10-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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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 공기가 차가워졌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노랗고 빨갛고 갈색으로 물든 나뭇잎들이 본격적으로 낙엽 채비를 하고 있고, 사람들의 달라진 옷 색깔들에서도 깊은 가을이 점점 다가옴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가을의 전주곡이라 하면 길 위로 부는 바람과 그에 맞춰 “사각~사각” 대며 굴러다니는 낙엽들의 장단이 첫 번째로 손꼽히는 장면이다. 마치 허공을 가르며 춤을 리드하는 남자의 손끝과 음악에 매달려 넓고 화려한 무대를 휘젓는 여인의 모습에서 나오는 그런 바람의 모습일 듯하다. 그 바람의 끝은 뭇 사람들의 발끝을 따라 이리 저리로 헤어지고, 각자의 목적지로 향해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의 그 발끝 앞에는 울긋불긋 물 들어가는 나뭇잎들이 “휘리~릭” 하며 모여들게 하며, 정원에 핀 노랗고 빨갛게 핀 각가지 색들의 귀여운 꽃들에게는 고개를 숙이게 하는 동작의 신호가 된다.
하지만 그런 똑같은 바람 앞에서도 낙엽들이 뒹굴고 꽃잎들이 떨어질 때의 결과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이 전혀 다른 두 모습으로 나타나곤 한다. 즉 사람의 손끝에 의해 누런 낙엽의 끝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생동감 있는 희망으로 아름답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끝의 나락으로 한낱 썩어 없어질 쓰레기로만 취급되어지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낙엽이나 시든 꽃잎들도 비록 제한된 생명이기는 하지만, 주인 하기 나름에 따라서는 생동감 넘치는 생명체로 거듭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마치 부모 잘 만나 신수 훤한 자식과 그렇지 못한 자식의 오버랩으로 여겨볼 수도 있듯이, 집주인 손길의 향방에 따라 그 주택에 관련된 가족과 모든 사물들이 고급 호텔에 속한 것들이 되느냐 아니면 잠만 자고 빠져나가면 남는 소라 껍질에 속한 것들이 되느냐의 결론이 나온다.
그만큼 마당에 나뒹구는 낙엽들을 처량하게 보이게 하기보다는 운치 있는 모습으로 보이게 하고, 또 정원에 핀 꽃들도 집주인을 봐서 마지못해 피게 하기보다는 주인을 반갑게 만나기 위해 아름다운 색깔들로 피우도록 신경 써 주고 사랑해 주고 즐겨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 사람이나 주택이나 갖고 있는 ‘속성’은 같다. “계속 신경 써서 다듬어주지 않고 무관심으로 방치해 두면 쉽게 망가진다”는 김지성 목사님의 지난주 설교처럼 애착과 사랑이 담긴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즐겁게 느끼도록 해줘야 하듯이 주택도 꾸준한 사랑과 애착으로 즐겨 해주질 않고 방치한다면 주택 스스로가 자신의 밸류를 떨어뜨려 버리고 또 여기 저기 망가진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즐기지 않는 주택소유는 문서상의 소유주에 지나지 않을 뿐이며 누리라고 부여받은 홈오너의 실제 권한을 포기한 채 홈오너임에도 불구하고 그 주택을 렌트하여 지내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된다. 오히려 주택은 “렌트를 하더라도 내가 즐기면 내 것이 된다”는 생각으로 즐겨야 한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나뭇잎들도 계절에 따라 제 집들을 제각각의 색동옷으로 예쁘게 갈아 입히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주택을 잠만 자고 쏙 빠져 나오는 소라껍질로 만든다면 영장의 체면이 영 아니 될 것이란 ‘가을의 생각’을 발끝에 놓인 낙엽에서 주어본다.

(909)641-8949 www.EZfindHome.com
케니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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