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왕’(The Last King of Scotland)

2006-09-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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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왕’(The Last King of Scotland)

<이디 아민이 자신의 학정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답변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왕’(The Last King of Scotland)
★★★★(5개 만점)

‘인간 백정’이디 아민의 흥망
주역 위타커, 광폭-유연한 연기 일품

1971~1979년 우간다를 통치하며 50여만명의 국민을 학살한 희대의 괴물 이디 아민 다다의 득세와 권력 남용과 궁극적 몰락을 흥미진진하게 극화한 드라마다. 정치 드라마요 액션 스릴러이며 코미디이자 공포영화라고 하겠다. 아민역의 포레스터 위타커가 때로는 아이처럼 순진하고 상냥하며 매력적이다가 갑자기 광적인 사악한 인간으로 돌변하는 연기를 압도적으로 표현한다. 그의 연기는 코믹하고 무섭고 사납고 또 부드러운데 이 영화는 완전히 위타커의 것으로 실제 인물을 실제보다 훨씬 더 크게 묘사한 그의 연기는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것이다.
서술 속도도 거침없이 빠르고 전체적으로 화끈한 작품인데 내용의 어느 정도는 사실이겠지만(가일스 포든의 소설이 원작) 영화를 너무 극적으로 만들려다 보니 때론 플롯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허구적이다.
1971년 의대를 막 졸업한 자신만만하고 모험심 강한 스코틀랜드인 니콜라스 개리간(제임스 매카보이도 호연)은 우간다 깡촌에 의료봉사차 온다. 여기서 그는 선배 유부녀 의사(질리안 앤더슨)와 함께 지방 행사에 나온 막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아민의 어릿광대 같지만 정열적인 태도와 연설에 반한다. 이어 아민의 손가락 부상을 치료해준 니콜라스는 아민의 주치의가 된다. 아민과 니콜라스는 서로 마음이 통하는데 아민은 니콜라스가 남들과 달리 자기 할 말을 하는 것에 호감을 갖는다. 더구나 영국군 출신의 아민은 스코틀랜드 팬이어서 니콜라스를 총애한다.
대통령의 측근이 된 니콜라스는 아민에게 조언하는 자문 노릇까지 하면서 온갖 부귀영화를 누린다. 철없는 니콜라스가 후에 아민의 잔인성과 학정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그는 아민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게 된다. 아민의 온갖 학정과 정적과 양민 학살 그리고 아시안 추방 등이 극적으로 묘사되는데 이 과정에서 보여 주는 변덕스럽고 설득력 강하며 갑자기 대소하다 분노하는 아민의 모습이 꿈에 볼까봐 겁난다.
영화에서 제일 믿을 수 없는 것이 니콜라스가 아민의 사랑에서 벗어난 아민의 첩 케이(케리 워싱턴)와 육적 쾌락을 즐기는 내용. 여기서부터 얘기가 멜로식으로 진행된다. 아민의 포로가 된 니콜라스가 우간다를 탈출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이 에어 프랑스를 납치해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 착륙한 역사적 사건을 통해서다. 그러나 이 부분도 다소 졸렬하게 극적이다.
자칭 ‘스코틀랜드의 왕’ 이디 아민의 ‘하얀 원숭이’ 니콜라스의 눈으로 얘기가 진행되는데 아민이 여자 스커트 같은 킬트를 입고 으스대는 모습이 가관이다.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찍어 사실감이 강하다. 케빈 맥도널드. R. Fox Searchlight. 아크라이트와 뉴윌셔(샌타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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