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극광’(Aurora Borealis) ★★★

2006-09-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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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광’(Aurora Borealis) ★★★

로널드와 그의 치료사 케이트가 환담을 하고 있다.

차가운 20대 백수건달의 인생변화

영화의 무대인 미네소타의 겨울처럼 마음이 얼어붙은 20대 청년의 내면 해빙의 드라마로 극장용이라기보다 TV 드라마로서 더 적당할 이야기다. 그러나 배우들의 호흡 맞는 상호작용과 드라마를 진지하면서도 때로 경쾌하게 이끌어 가는 서술방식 상투적이지만 그럴 듯한 내용 등으로 즐길 만하다.
태어나서 미네소타를 한번도 떠나지 않고 성장한 25세의 던컨(조슈아 잭슨)은 목표도 방향도 없는 백수건달. 남과 자기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것도 없고 친구들과 맥주나 마시면서 농담하는 것이 삶의 전부이다시피 하다. 직장이라고 들어가 봐야 며칠 있다 해고당해 기업체 사원인 형과 사이도 별로 안 좋다. 이런 던컨이 갑자기 파킨슨씨병을 앓는 할아버지 로널드(도널드 서덜랜드가 두 손을 떨면서 진지한 연기를 한다)를 돌보기로 결심하면서 그의 인생에 변화가 온다. 할머니(루이스 플레처) 혼자 힘으로는 까다로운 할아버지를 돌보기가 벅찬 데다 할아버지가 자기를 키워 던컨은 보은을 하는 셈.
던컨은 할아버지가 사는 건물의 잡역부로 일하면서 할아버지를 극진히 돌보는데 생전 처음 누군가를 도우면서 그는 비로소 서서히 어른이 되어간다. 그의 성장을 돕는 또 다른 활력소가 할아버지를 치료하는 치료사 케이트(줄리엣 루이스). 던컨과 케이트는 서로 보자마자 첫 눈에 반해 연인이 된다.
다소 내성적인 던컨과 할말 다 하는 쾌활한 성격의 케이트의 화학작용이 보기 좋은데 둘은 사귀면서 점점 서로 간의 차이가 꽤나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둘의 관계는 케이트가 샌디에고로 거주지를 옮기게 되면서 던컨에게 함께 가자고 제의, 큰 시련을 맞게 된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평범한 내용이지만 배우들이 정답고 진지해 지루하지가 않다. 그리고 감독이 극중 인물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지 않고 그들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어 좋다. 잭슨과 루이스의 연기가 좋은데 오스카상을 받은 플레처는 소모된 셈. 제임스 버크 감독. R. 로열(310-477-5581), 타운센터 5(818-981-9811), 콜로라도(626-744-1224)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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