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두가 왕의 사람들’(All the King’s Men) ★★½(5개 만점)

2006-09-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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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왕의 사람들’(All the King’s Men) ★★½(5개 만점)

윌리(션 펜)가 탄핵을 면한뒤 의원들에게 일장연설을 하고 있다.

암살당한 주지사 성공과 몰락

재밌게 하려다 산만의 늪으로

1946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로버트 펜 워렌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정치 영화다. 루이지애나 현지 촬영과 션 펜과 앤소니 합킨스 등 기라성 같은 스타들 그리고 ‘쉰들러 리스트’의 각본을 쓴 스티븐 제일리언이 감독으로 데뷔한 영화 치곤 너무나 졸작이다.
겉모양은 번듯하고 무게 있어 보이며 내용도 대중선동가인 정치가를 주인공으로 해 기대가 컸던 영화인데 막상 보니 잡탕 같은 지극히 부담스런 영화가 됐다. 펜을 빼면 나머지 배우들도 잘못 뽑았고 연기도 평범한데 쓸데없이 복잡한 플롯을 솜씨 없는 우격다짐 식으로 처리해 보기가 힘들다.
소설의 내용은 1930년대 루이지애나 주청사 건물 내서 암살 당한 휴이 롱 주지사의 성공과 몰락을 그린 것. 이 소설은 1949년 브로데릭 크로프트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오스카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인간 냄새 흙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격렬한 정치 영화로 이 영화에 비하면 리메이크판은 돈과 인력의 낭비 같은 영화다. 1949년 판을 DVD로 빌려 보시도록.
경제공황 시대. 가난한 농부 출신의 윌리 스타크(펜)는 정치권 바닥에서 노는 소시민. 그에게 돈 많은 정치 브로커 팀(제임스 갠돌피니)에게 접근, 주지사 출마를 권유한다. 팀의 진심은 촌사람 윌리를 출마시켜 레드넥들의 표를 분산, 현 주지사를 재선시키자는 것. 그러나 윌리가 이런 사실을 알아낸 뒤 대노, 두 팔을 내저으며 웅변가의 열변을 토해내면서 촌사람이 촌사람들에게 부자들 때려잡자는 식으로 선동, 그는 삽시간에 가난하고 버림받은 레드넥들의 영웅이 된다.
영화는 윌리가 주지사에 당선된 뒤 그의 선거운동을 도운 기자 출신의 잭(주드 로)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데 윌리의 더러운 야심을 간파하면서도 그에게 충실한 잭도 결국 끝에 가서 윌리와 함께 매장되고 만다. 윌리의 얘기에 곁들여 잭의 과거가 장시간 서술되는데 잭과 그의 친구 애담(마크 러팔로) 그리고 잭이 사랑하는 애담의 여동생 앤(케이트 윈슬렛)의 관계가 장황하게 얘기된다.
윌리는 주지사가 된 후 자기가 공격하던 부패한 정치인과 똑같이 되면서 의회 탄핵표결에까지 회부된다. 윌리는 탄핵을 저지하기 위해 잭을 시켜 자신의 몰락에 치명타를 가할 막강한 세력자인 은퇴한 판사 어윈(합킨스)의 뒷조사를 시킨다. 그런데 어윈은 잭의 양부. 여기에 의료센터건축을 둘러싼 비리와 이 비리의 혐의를 쓰게 되는 애담 그리고 잭의 앤에 대한 불변의 사랑과 앤과 윌리의 섹스 등 복잡한 플롯이 감나무에 연줄 얽히듯 했다. 펜의 지나친 연기는 그런 대로 볼만 하나 영화가 정열이나 추진력도 없고 도무지 배우나 내용이 실감이 나질 않는다. PG-13. Columbia.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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