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뮤지컬 ‘요덕 스토리’ 정성산 감독

2006-09-17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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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연을 성사시키기가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DC에 소재한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갖기로 계획을 세웠었는데 처음에는 계약금을 25만달러를 요구하더니 나중에는 67만달러까지 올라갔어요. 이유가 여러 가지 있었겠지만 과연 공연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의심했다는 얘기지요.”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참상을 뮤지컬로 옮긴 ‘요덕 스토리’의 정성산 감독은 인터뷰 도중 몇 번이나 한숨을 내쉬면서 그 동안의 맘 고생을 토로했다.
지난 3월부터 서울서 공연할 때 미국에도 와달라는 동포들의 전화를 많이 받았단다. 지난 여름 미국을 둘러보면서 성공적인 공연을 확신했다. 그런데 막상 극장을 접촉하고 후원자를 찾으려니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글쎄 제가 미국에 와 있을 때는 돕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떠나면 흩어지는 거예요. 정말 어렵게 메릴랜드 베데스다의 스트래스모어 극장을 빌려 10월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공연을 할 수 있게됐습니다. 최고 수준의 무대로 보답할 작정입니다.”
애초부터 미국 관객들을 예상하고 작품을 만들어 외국인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서울서 앵콜 공연을 할 때는 미 8군 소속 병사들도 많이 관람했는데 “굉장히 재밌다”는 평을 얻었다. “문화의 힘이 여기에 있구나” 깨달았다는 설명이다.
11년전 북한을 탈출한 정 감독이 ‘요덕 스토리’를 만든 건 아버지 때문이다. 평양에서 노동당 고위관료이던 아버지가 수용소에서 공개 처형됐다. 요덕에 위치한 제15호 정치범 관리소 얘기를 영화로 만들려고 하다가 워낙 돈이 많이 들어 뮤지컬로 바꿨다.
무대 연출가로 시작, 평양연극영화대학, 러시아국립영화대학에서 영화연출학을 공부했고 한국에서도 연극을 두 편 이상 연출한 덕택에 뮤지컬 제작이 어렵지는 않았다.
그는 1994년 남한 방송을 듣다가 잡혀서 3개월 간 정치범 수용소에 직접 수감됐던 경험이 있다. 다행히 호송차가 구르는 바람에 탈출에 성공,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다.
그런 예술적 끼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만일 북한에 계속 남아 있었으면 어땠을까 묻자 그는 “아마 자살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 뿐 아니라 유학을 갔다온 많은 친구들이 ‘007 시리즈’ 등 외국 영화를 몰래 보면서 자본주의 사회를 간접적으로 많이 경험했고 갈등도 많았다는 것.
“요덕 스토리는 ‘북한 사람을 그만 죽이라’고 김정일에게 경고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정 감독은 “북한에 대해 식상해 하던 사람들이 ‘아 나는 너무 행복하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같은 민족인 이들에 대해 동질성을 느끼게 된다”며 워싱턴 한인동포들의 관심과 성원을 기대했다.
티켓 문의 www.strathmore .org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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