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부 들러리’(The Bridesmaid)★★★★

2006-09-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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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들러리’(The Bridesmaid)★★★★

센타(왼쪽)는 필립에게 사랑의 궁극적 증거를 요구한다.

‘광기의 사랑’… 서스펜스 스릴러

프랑스의 히치콕이라 불리는 노장 클로드 샤브롤의 스타일 좋고 차분하게 진행되는 선정적이요 긴장감 있는 서스펜스 스릴러로 재미 만점이다. 보통 청년이 육감적인 사이코 연인을 만나 육체적 쾌락과 사랑을 맛보나 결국 이 ‘팜므 파탈’ 때문에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되는 불길한 톤을 지닌 영화다.
사랑의 궁극적 증거를 요구하는 여자가 애인에게 자기 사랑의 정점을 보여 주겠다며 살인마저 서슴지 않는 광적이요 집념적인 사랑의 이야기. 정통 장르영화의 형태를 그대로 따라간 영화로 삼삼하게 즐길 수 있다.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직업 청년 필립(베놔 마지멜)은 아직도 아름다운 미용사 어머니 크리스틴(오로르 클레망)과 두 여동생과 함께 산다. 어느 날 크리스틴이 자기를 좋아하는 중년의 사업가 제라르의 집에 초대를 받아 온 가족이 함께 가기 전 집 마당에 놓인 여인의 석두조각상을 선물로 가져가겠다며 가족의 동의를 받아낸다. 이후 곧 제라르는 크리스틴의 삶으로부터 사라지고 필립은 제라르의 집 마당에 놓인 여인의 머리상을 회수해 자기 방 장롱에 보관한다. 그리고 필립은 틈만 나면 이 머리상을 옆에 놓고 마치 연인처럼 쓰다듬고 입맞추면서 깊은 애착을 갖는다.
얼마 후 필립은 여동생의 결혼식에서 들러리로 참석한 센타(로라 스멧)에게 눈길이 간다. 그런데 센타는 얼굴이 머리조각상과 매우 닮았다. 폭우가 쏟아지는 결혼식 날 먼저 귀가한 필립의 뒤를 따라 전신에 비를 맞으며 찾아온 센타는 대뜸 알몸으로 남자를 유혹한다.
모델이자 배우 지망생인 센타는 아버지가 물려준 거대한 낡은 저택 지하실에서 사는데 이 곳을 보금자리로 필립과 센타는 육체적 쾌락에 탐닉한다. 그리고 센타는 필립에게 “당신이 날 사랑한다면 그 증거로 자기가 지목하는 사람을 죽이라”고 부탁한다. 필립은 처음에는 농담으로 생각하나 센타는 농담이 아니다. 센타라는 여인의 정체가 의문에 싸인 채 영화 내내 예측할 수 없는 위험하고 불길한 기운을 조성하고 있다. 연기, 촬영, 음악(클로드의 아들 마티외 작곡)도 좋다. 성인용. 14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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