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등급미정’(This Film Is Not Yet Rated) ★★★

2006-09-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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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미정’(This Film Is Not Yet Rated) ★★★

캐나다 영화감독 에이톰 에고얀(왼쪽)과 감독 커비 딕이 등급제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미 영화 등급심사 ‘꼬집기’다큐

철저한 비밀에 싸여있는 미영화협회(MPAA) 등급심사위의 정체를 게릴라 제작방식으로 폭로한 재미있고 교육적인 기록영화다. 감독 커비 딕은 사설탐정까지 고용하는데 이들은 LA인근 엔시노에 있는 MPAA 본부를 잠복 감시, 일부 등급심사위원들의 신원을 파악하는데 성공한다.
딕은 1968년 설립된 MPAA의 등급심사위의 비공개 심사방법에 불만을 품고 심사위원들의 신원과 심사방법을 집요하게 폭로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이 영화는 흥미는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적 비판을 한다기보다 등급심사위를 조롱하고 비방 공격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왜 등급심사가 제대로 효과를 못 내고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심사를 하며 또 구체적 개선책 등에 관해 아무 말이 없다. 영화를 좀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에서 말하는 내용은 어느 정도 모두 알고 있는 것들이다. 가령 심사위는 폭력에는 관대하나 섹스에는 엄격하며 감독들은 때로 자기들이 표현하기를 원하는 장면을 살리기 위해 엉뚱한 장면을 NC-17등급(17세 이하 관람불가)을 받도록 찍는다는 사실 등은 잘 알려진 얘기다.
‘남자들은 울지 않는다’를 만든 킴벌리 피어스 감독과 ‘진실이 숨은 곳’의 에이톰 에고얀 감독 그리고 ‘쿨러’에 나온 여배우 마리아 벨로 등 등급심사에서 시련을 겪은 감독과 배우들의 인터뷰와 문제가 된 영화들의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NC-17 등급을 받은 영화들은 거의 모두 섹스 신이나 여자의 앞부분 전면 노출 때문에 이 등급을 받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1970년대가 섹스에 대해 지금보다 관대했다는 사실. 그 예로 ‘귀향’에서의 제인 폰다의 장시간의 오르가즘 장면이 나온다.
등급심사위는 중년의 중산층으로 자녀를 둔 부모들로 구성됐는데 문제는 등급판정에 투명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이들이 내리는 판정은 때로는 이현령 비현령 식이어서 영화 제작자와 감독들을 좌절감에 빠지게 하고 있다. 심사위의 판정에 불복하면 항소할 수 있지만 항소해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은 영화인들이 거의 없다. 이 영화는 섹스 장면들 때문에 당연히 NC-17 등급을 받았다. IFC. 7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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