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억의 명화 ‘올림피아’

2006-07-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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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기 단 손기정 마라톤 우승담은
나치치하 베를린 올림픽 기록 영화

손기정이 셔츠에 일장기를 달고 뛴 마라톤에서 우승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담은 걸작 기록영화다. 히틀러의 총애를 받던 배우 출신의 여류감독 레니 리펜슈탈(사진)이 유연한 카메라 동작으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선수들의 육체와 선의의 경쟁 그리고 이상형으로서의 선수들과 경기장에서의 환희와 좌절을 기록한 불후의 작품이다.
영화는 히틀러와 그의 선전상 요젭 괴벨스가 막 득세한 나치를 세계에 선전할 목적으로 제작했다. 이들은 독일선수들을 그리스의 고전적 경기자들에게 연결시키길 원했는데 뛰어난 재질을 지닌 리펜슈탈이 이같은 바람을 완벽히 만족시켜 주고 있다.
특히 찬탄을 금치 못할 촬영과 카메라 동작 그리고 편집 때문에 이 영화는 지금까지도 위대한 영화문헌으로 남아 있다. 카메라는 처음 그리스 신전의 열주들을 다중노출로 보여준 뒤 이어 주자에서 주자로 넘겨지는 성화를 큰 걸음으로 길게 따라 가다가 마침내 거대한 베를린 스테디엄으로 따라 들어온다. 참으로 장엄미 가득하다.
머리를 짧게 깎은 약간 깡마르나 강인한 얼굴과 몸을 한 손기정이 뛰는 모습이 자세히 기록됐다. 경기장 아나운서의 일본의 손이 1등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방송과 이어 카메라는 일본 국가 연주 속에 게양되는 일장기와 월계관을 쓴 어두운 표정의 손기정의 얼굴을 교차 묘사한다.
콧수염을 한 히틀러가 관중석에 괴벨스와 나란히 앉아 독일선수의 승패에 희비의 표정을 짓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리펜슈탈은 당시 유대인 핍박으로 세계적 비난을 받던 히틀러를 인간적으로 노출시키려 했다. 영화는 또 금메달을 무려 4개나 따면서 게르만족의 우수성을 깔아뭉갠 미국 흑인 육상선수 제시 오웬스의 달리는 모습도 자세히 담고 있다.
이 영화가 훌륭한 까닭은 리펜슈탈이 단순히 경기모습과 선수들의 동작이나 표정을 기록하는데 그치지 않고 경기와 선수들의 정신과 감정까지를 탁월하게 추출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극적이요 서정적인 영화로 상영시간 210분 처음으로 DVD로 나왔다. 30달러. Pathfi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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