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매물은 늘고, 집은 빨리 안 팔리고

2006-07-06 (목)
크게 작게
매물은 늘고, 집은 빨리 안 팔리고

세일 간판을 내걸어도 집이 선뜻 팔리지 않는다. 집이 팔리는데 걸리는 기간이 길어졌다는 것은 바이어는 가격을 후려치는데 셀러는 아직은 응하기가 싫다는 의미로 조만간 가격이 하방 조정될 공산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주택 재고 증가로 리스팅 기간도 크게 늘어
가주 등 주택 붐 뜨거웠던 지역이 찬바람 더해
주택 붐 끝나고 조정 들어간 또 하나의 징조

집을 시장에 내 놓아도 잘 팔리지가 않는다. 지난해만해도 내놓기 무섭게 팔렸었는데 지금은 전혀 다르다. 주위를 돌아보면 매물이 많이 나와 있고, 판매에 걸리는 기간이 길다.
전국부동산협회(NAR)에 따르면 매물로 나와 있는 주택 재고는 4월30일을 기준으로 지난 12개월간 37%나 크게 늘어났다. 이런 재고량이 전부 소진되기 위해서는 6개월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년전의 경우 재고는 약 4개월분이었다.
시장에 나온 매물이 늘었고 판매에 걸리는 시간도 지연되고 있다는 것은 셀러들이 바이어가 지불하고자하는 가격이 마땅치 않아 원하는 가격을 받기 위해 버틴다는 의미며, 이는 곧 머지않아 가격이 후퇴할 것임을 시사한다.
“셀러는 바이어가 제시하는 현 시세를 부정하고 있다. 바이어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라고 뉴욕의 부동산 감정사인 조나단 밀러는 지적한다. 셀러들이 시장의 메시지를 받아들일 때 까지 거래량은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그는 관측한다.
주택 재고량이 늘고 판매에 걸리는 시간이 지연되는 것은 이미 전국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필라델피아의 경우 시장에 나와 있는 기간은 지난해 평균 23일에서 지금은 33일로 여전히 매매는 활발하다. 그러나 매물 물량은 지난해 2만1,000채에서 3만6,000채로 50% 이상 점프했다. “판매 페이스는 같으나 재고량은 크게 늘었다”고 콜드웰뱅커의 한 에이전트는 전한다. 시장 대기 기간이 증가하는 추세다.
주택 재고 증가는 주택붐이 뜨겁게 일던 지역과 안정적이던 지역이 판이하게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테네시주 내쉬빌의 한 브로커는 매물이 평균 75일만에 팔리고 있다며 일년전 65일보다 약간 길어졌다고 전한다. 디모인지역도 75일에서 지금은 평균 82일 정도다.
가격은 평행선을 긋지만 떨어지지는 않았다.
한 브로커는 주택 건설 업체들이 현재 리베이트와 무료 업그레이드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노스캐롤라이나 샬롯에서는 85일에서90일로 거의 변화가 없다. 이들 지역에서는 주택 가격도 안정적으로 지지되고 있다.
그러나 주택붐이 뜨겁게 일었던 지역은 타격도 심하다. 뉴햄프셔 하노버나 캘리포니아주 나파 등지에서는 매물 대기 기간이 극적으로 연장됐다. 뉴햄프셔는 2000년대 들어 줄곧 연간 두자리수의 가격 상승을 이어왔으며 재고 기간은 60~70일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평균 125일이 걸린다. 한 지역 전문가는 주택가격에도 이런 사정이 곧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리스팅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격은 더 떨어지게 될 것이다.
한때 뜨겁게 솟았던 샌프란시스코 북쪽 나파. 집이 팔리는데 걸리는 기간이 60일내지 90일로 크게 늘어났다고 지역 부동산 브로커들은 전한다. 일주내지 2일만이면 팔리던 때가 과연 있었던가 싶을 정도.
대표적인 붐 도시중 하나였던 보스턴도 시장 대기 기간이 52일 내지 58일로 늘어났고 피닉스는 2005년중 평균 일주일이내에 팔려나가던 집이 지금은 평균 60일이 걸리고 있다.
마이애미에도 찬바람이 갑자기 불고 있다. 불과 몇주전만해도 평균 20일이면 팔렸으나 지금은 삼사십일은 걸린다.
뜨거운 주택 붐을 구가했던 지역에서 재고 기간이 극적으로 연장되고 있다는 것은 뜨거웠던 주택 시장이 방향을 틀고 있다는 반증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셀러가 집을 빨리 처분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아주 조심스럽게 제시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집을 파는데 걸리는 기간이 훨씬 연장되거나 팔지 못하게 될 공산이 크다. 거품론이 끊이지 않던 시장에 드디어 조정은 시작됐다.

<케빈 손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