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관타나모로 가는 길’(The Road to Guantanamo) ★★★★(5개 만점)

2006-06-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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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타나모로 가는 길’(The Road to Guantanamo) ★★★★(5개 만점)

부대자루를 머리에 뒤집어 쓴 테러용의자들이 관타나모로 이송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아랍계 영국인 청년 3명 체험 실화

관타나모 테러범 수용소
비인간적 가학행위 고발

최근 3명의 수감자가 자살해 세계적 뉴스가 된 쿠바 관타나모 베이의 미군이 설치한 테러리스트 혐의자 수용소에서 2년간 아무 혐의 없이 갇혀 비인간적 대우와 고문을 받았던 아랍계 영국인 청년 3명의 실화다. 보지 않고서는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공포 이야기인데 창자를 쥐어트는 듯한 역겨움과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정치문제에 관심이 깊은 영국의 마이클 윈터바틈이 맷 와이트크로스와 공동으로 감독해 올 베를린 영화제서 감독상을 받았다. 기록 영화식으로 사실적인데 실제 경험자들의 상황 설명과 함께 그 내용을 극화하면서 “우리는 수감자들을 인간적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럼스펠드의 가증스런 발언 모습 등 뉴스 필름도 혼용했다.
이와 함께 아프간과 파키스탄과 이란 등지에서 현지 촬영해 사실감을 극대화했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일등국가라는 미국의 인간에 대한 비인간적 가학 행위를 보고 있자니 구토감이 인다. 시의 적절한 영화로 관타나모 수용소에는 지금도 수백명이 수감돼 있다.
2001년 9월 파키스탄계 영국 시민으로 친구들인 루헬, 아시프, 샤피크 및 모니르는 아시프의 결혼식에 참가하기 위해 파키스탄에 도착한다. 9.11 테러가 터지고 아프간이 서방 연합군의 공습으로 쑥대밭이 되어 구호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뉴스를 듣고 아시프 일행은 칸다하르로 넘어간다.
그러나 도시가 미군의 공습으로 아수라장이 되면서 겁에 질린 4명은 황급히 발길을 돌리는데 이 와중에 모니르가 실종된다(그의 행방은 지금까지도 묘연하다). 아시프 등을 태운 피난 차량이 도착한 곳은 탈레반 본거지 쿤두즈. 세 청년은 여기서 연합군의 포로가 돼 미군에 넘겨진다.
이때부터 이들의 긴 악몽이 시작된다. 먼저 아프간에서 구타와 고문을 동반한 심문을 받은 이들은 이어 얼굴에 부대자루를 쓴 채 손과 발에 족쇄가 채워져 다른 포로들과 함께 수송기에 실려 관타나모로 이송된다.
여기서 아시프 등은 오렌지 색깔의 옷에 검은 두건을 쓰고 그 위에 검은 플라스틱 안경까지 씌운 채 온갖 학대를 받는데 그들의 모습이 마치 외계인들 같다.
아시프 등은 노천에 파견된 개장 같은 곳에 갇혀 24시간 가혹한 심문과 학대에 시달린다. 이들이 이런 지옥 같은 상황 속에서도 유머와 희망을 버리지 않는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이들은 2004년 무혐의로 풀려나 현재 런던서 살고 있다. 몸서리 처지는 영화다. Roadside. 선셋 5. 로열(310-477-5581), 타운센터 5(엔시노), 플레이 하우스 7(패사디나) 등. (관계기사) 위크엔드판 엔터테인먼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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