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기독시민운동과 교회

2006-06-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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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교회운동 혹은 교회개혁운동의 가장 큰 원칙은 이 운동이 교회를 도와주는 운동이어야지 교회에게 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 때문에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교회의 개별적인 잘못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언급을 회피해 왔다.
그런데 몇 년 전 한국의 대표적인 대형교회인 K 교회에서 담임목사의 세습문제가 대두되자 한국 기윤실의 젊은 간사들이 이 문제를 정식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들고 나왔었다. 전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 때문에 기독교 시민단체가 단위 교회의 부조리에 대해 침묵해오는 동안 한국교회의 도덕성은 더욱 더 나빠졌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였다. 결국 기윤실 내부에서조차 많은 반대의견이 나오는 것을 무릅쓰고 젊은 개혁론자들은 담임목사직을 아들에게 세습하려는 교회 앞에 가서 시위를 벌리는 일까지 감행하였다.
로스앤젤레스 기윤실도 지금 비슷한 문제를 만나고 있다. LA기윤실의 건강교회운동은 지금껏 교회의 윤리적 성결함과 투명함을 외칠 때, 교회나 교역자 혹은 성도들 전반을 대상으로 해왔지 단 한번도 교회 하나 하나의 문제를 건드려 본 적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성도님들이 자기 교회의 문제를 기윤실에 알려오는 것이 허다하다는 것이다. 어떤 교회는 재정문제가, 또 다른 대형 교회는 직분자의 선출에 있어서의 비적법성이, 최근에는 한 큰 교회에서의 부동산 구입을 둘러싼 잡음이 기윤실에 들려왔다.
기윤실은 이런 개개 교회의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피했으면 한다. 기윤실의 구성원들이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교회 내부 문제는 우선 그 교회내의 성도들에게 해결할 기회를 드려야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교회가 이 문제를 적절하게 풀 수 있는 용기도 지혜도 보이지 못하고, 교회 지도자는 잘못을 은폐하려고 거짓말과 협박을 일삼고, 분노한 성도들은 문제를 세상의 공안당국이나 법정 혹은 언론에 가지고 나오는 사태로 치닫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가 우리의 고민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기독교시민단체는 남의 일이라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서있어야 할 것인가? 그러다가 결국 돌들이 일어나 외치듯이 세상이 일어나 기독교도들의 용기 없음을 손가락질하면 기독교회의 도덕성은 더욱 더 훼손 당할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첫째, 문제된 교회의 비리가 충분히 의심을 살만큼 개연성이 있고. 둘째, 그 교회 성도들의 정식 제소가 있고. 셋째, 그 교회 내부에서 해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되며 마지막으로 시민단체에서 다루어야 할만큼 심각한 비리라는 결론이 나오면 시민단체는 이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고, 만일 침묵한다면 엄청난 책임회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개인 생각일 뿐이다. 기윤실은 이 문제에 대한 방향을 아직 잡지 못했음을 고백하면서 이 칼럼을 통해 성도들의 의견을 구한다. 가장 바라는 것은 기윤실이 개입할 만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이지만 말이다.
(LA기독교윤리실천운동 실행위원.
www.cem_la@yahoo.com)
박 문 규
(캘리포니아
인터내쇼날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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