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믿을 건 부동산 밖에 없어”

2006-06-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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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건 부동산 밖에 없어”

베이비부머들의 부동산에 대한 애착은 각별하다. 거주하는 주택 뿐 아니라 베케이션 홈과 임대용 부동산, 심지어 빈 땅에도 즐겨 투자한다. 은퇴를 위한 저축이 충분히 돼 있지 않아 부동산을 은퇴이후의 자금원으로 삼으려는 의도에서다.

베이비부머들은 자신이 보유한 부동산을 사랑한다. 단순한 집이 아니라 은퇴 이후의 자금도 부동산에서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부동산 외에는 모아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더욱 애착이 부동산에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국부동산협회(NAR)가 2000여명의 베이비부머들을 조사한 보고서에 의하면 1946년에서 1964년생 미국인 4명중 한명은 한 채 이상의 부동산을 갖고 있다. 자신들이 거주하는 제1 주택을 소유하는 비율도 나머지 다른 연령층보다 많음은 물론이다.

베이비부머들 은퇴위한 저축 부족해 부동산에 집중 투자
거주 주택 외에 4명중 한명은 세컨드 홈 등 다른 부동산도 소유
전체 베케이션 홈의 57%, 임대용 부동산의 58% 소유

베이비부머들의 유별난 부동산 애착에 대해 NAR의 데이빗 레리 수석 분석가는 “그들은 부동산에 대해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갖고 있다. 부동산을 단순한 거주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재산 증식과 보존의 수단으로 삼는다”고 풀이한다.
베이비부머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엄청나다. 전체 베케이션 홈의 57%를 이들이 소유하며, 임대용 부동산의 58%를 소유하고 있다.
자신들이 거주하는 주택을 소유하는 비율이 높을 뿐 더러 베이비 부머의 13%는 빈 땅도 소유하고 있다. 8%는 임대용 부동산을 갖고 있고 7%가 베케이션 홈을 소유하고 있다. 또 베이비부머의 2%는 상업용부동산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이 사용하지 않는 빈땅마저 소유하는 이유에 대해 피터 프랜시스 아메리칸 데모그래픽스 잡지 발행인은 “많은 베이비부머들에게 세컨드 홈은 드림이다. 하지만 그것을 가질 형편은 안되고, 그래서 언젠가는 공지위에 멋있는 휴가별장을 짓겠다는 그림을 꿈꾸며 땅을 사는 것이다”라고 풀이한다.
베이비부머들은 부동산에 대해서는 대단한 애착을 드러내지만 은퇴를 위한 재정적 준비는 충분히 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37%만이 은퇴이후의 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고 17%는 재정적으로 곤란을 겪을 것이라는 걱정했다.
은퇴를 위한 재정적 준비가 불충분하기에 부동산에 더욱 애착을 갖는지도 모른다. 보스턴 대학 은퇴연구소의 엘리샤 먼넬 소장은 부동산은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계획에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은퇴를 위한 저축이 워낙 적은데다 은퇴연금(pension) 마저 축소되는 추세가 부동산에 집착하는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이전 세대들은 은퇴하면 으레 모기지를 완납하여 일생에 걸친 주택 페이먼트에서 해방돼 은퇴를 즐겼던 것과는 달리 요즘 베이비부머들은 은퇴해도 자금이 모자라기 때문에 거주하는 집을 ‘은행에 넣어둔 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뮤넬은 말한다. 이전 세대들은 은퇴하면 집은 손댈 필요가 없었지만 베이비부머들은 홈 에퀴티 론이나 에퀴티 라인 등 에퀴티를 이용해 은퇴생활에 소요되는 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베이비부머들이 베케이션 홈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도 단지 휴양을 위해서가 아니다. 일단 한번 살아보고 자연에 흡수돼 사는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지 시험해보기 위한 의도가 많다. NAR의 조사에 의하면 베케이션 홈을 소유하고 있는 베이비부머 10명중 4명은 종국적으로는 주된 거주지로 삼기 위해 베케이션 홈을 매입했다.
<케빈 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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