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초원의 집 동료’(A Prairie Home Companion) ★★★½(5개 만점)

2006-06-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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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집 동료’(A Prairie Home Companion) ★★★½(5개 만점)

GK가 지켜보는 중에 욜란다가 딸 롤라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인기 라디오쇼 고별방송
진행과 무대 뒷얘기

출연자들 삶의 소묘 정겹게 그려

연기, 내용, 노래 등이 모두 좋고 즐거운 무대 뮤지컬 쇼인데 문제는 미 중서부인들이 특히 즐기는 이런 라디오 쇼를 과연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유명 라디오 쇼 진행자로 서민적이요 수줍음 타는 개리슨 킬러가 1974년부터 지금까지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공영방송 NPR을 통해 내보내는 라디오 쇼의 진행 장면과 무대 뒤 얘기를 아기자기하게 다뤘다.
감독은 앙상블 캐스트와 그들의 겹치는 대사를 장인의 솜씨로 부리고 사용하는 8순 노장 로버트 알트만. 노스탤지어 기운이 가득하다.
가이 느와르(케빈 클라인)는 무일푼인 전직 사립탐정으로 현재 GK(킬러)의 주간 라디오 쇼 ‘초원의 집 동료’가 생방송되는 피츠제럴드 극장의 보안담당자. 영화는 그의 해설로 진행되고 끝난다.
오늘이 이 쇼의 마지막 날로 텍사스의 갑부(타미 리 존스)가 극장을 사 허물고 파킹장으로 만들 예정. 그래서 쇼 출연자들은 슬프지만 GK는 이에 아랑곳 않고 평소대로 쇼를 진행한다.
알트만은 무대 위와 뒤로 출연자들을 따라 다니며 그들이 농담하고 익살을 떨며 또 여러 가지 문제들을 늘어놓는 모습을 재미있게 카메라에 담는다. 이들의 사적 직업적 삶의 소묘가 정답다.
쇼 출연진 중 눈에 띄는 것이 듀엣 욜란다(메릴 스트립)와 론다(릴리 탐린). 욜란다는 한때 GK와 사랑을 나눴던 사이인데 마지막 쇼 날 자살에 관한 시를 쓰는 딸 롤라(린지 로핸)가 엄마를 보러 왔다가 뜻하지 않게 무대에 나서 즉흥가사로 노래 부른다.
또 재미있는 다른 커플은 카우보이 차림을 한 듀엣 더스티(우디 해럴슨)와 레프티(존 C. 라일리). 이들이 마지막에 부르는 컨트리송 ‘상스러운 농담’ 내용이 정말 상스럽지만 웃긴다.
이밖에도 여러 사람들이 나와 킬러의 실제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 흥겨운 컨트리송을 부르는데 이 영화에 나오는 노래들이 한결같이 서민적이고 재미있다.
쇼 출연자 외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가이. 그런데 가이 앞에 흰 레인코트를 입은 금발의 미녀(버지니아 맷슨)가 나타나면서 가이의 넋을 빼앗는다. 이 미녀는 천사인데 하늘로 데려갈 사람을 고르려고 내려 왔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천사가 킬러의 쇼를 들으며 차를 몰고 애인을 만나러 가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사실(천사는 이 사실을 무대 뒤에서 GK에게 알려준다).
쇼는 출연자들이 ‘홍하의 골짜기’를 합창하며 끝난다. 그리고 극장은 문을 닫게 된다. 완전 무대 쇼를 보는 셈으로 다소 단조롭기도 하지만 즐거운 영화다. PG-13. Picturehouse. 아크라이트와 그로브 등 일부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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