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전거 여행의 낙원

2006-04-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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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의 낙원

번화가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자전거 택시. 코펜하겐의 명동이라 할 수 있는 스트로이어 거리에서 영업하고 있으며 이 거리에는 자동차가 못들어오고 자전거와 도보통행만 가능하도록 정해져 있다. 어디를 가도 자전거 파킹장이 마련되어 있다.

자전거 여행의 낙원

청어는 덴마크인들의 식탁에 제일 먼저 오르는 필수 메뉴다.

자전거·청어· 맥주의 나라 덴마크

틈만 나면 가족 피크닉, 먹기 위해 산다는 자세로 인생 즐겨

덴마크의 상징은 자전거와 청어와 맥주다. 독일인들은 덴마크인을 일컬어 ‘먹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라고 표현한다. 덴마크인들은 일도 열심히 하지만 그만큼 먹기를 좋아한다. 모임에서도 먹는 것이 풍부해야 체면이 선다. 주식은 청어와 소시지다. 포르투갈 사람들이 대구 없이는 못사는 것처럼 덴마크 사람들은 청어 없이는 식탁이 꾸며지지가 않는다. 청어볶음, 청어찜, 청어샐러드, 심지어 청어회에 이르기까지 수십 가지의 청어 메뉴가 있다.
덴마크는 농업국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유럽에서는 어업국으로 더 유명하다. 농업 인구는 점점 줄어 1960년 전국에 20만개의 농장이 있었으나 지금은 6만개로 줄었고 그나마 노동력이 모자라 농장주 혼자 트랙터 몰고, 씨 뿌리고, 수확하는 1인3역을 해내야 겨우 유지될 정도다. 어떤 농장주는 직장에 나가 파트타임까지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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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어촌은 여전히 활기를 잃지 않고 있으며 아직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해산물 수출국이다. 덴마크에서 어업이 어느 정도 중요시되는 가는 교회마다 강단 뒤에 나무로 된 배를 걸어놓고 있는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덴마크 어업의 특징은 가족단위의 소규모이기 때문에 풍랑을 만나면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죽을 수 있다. 그래서 가족을 바다에 내보낸 여자들이 교회에 와서 기도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무사귀환을 비는 의미로 배를 걸어놓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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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맥주만을 마시는 덴마크인들. 깡통맥주는 비위생적으로 취급한다.

맥주는 덴마크인의 자존심이다. 유럽에서 독일, 체코 다음으로 맥주 소비량이 많으며 대표적인 상표는 칼즈버그다. 이들의 맥주 마시는 습관은 독특하다. 절대 깡통 맥주를 마시지 않으며 꼭 병맥주만 마신다. 서울 가면 칼즈버그 캔 맥주를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수출용이거나 현지에서 만든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은 맥주 마실 때 “스콜!”이라고 외치는데 한국어로 말하면 건배에 해당된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보며 “스콜”해야지 다른데 시선을 주면서 “스콜”하면 큰 실례가 된다.
덴마크의 상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자전거다. 아침 출근길에 수많은 여성들이 노랑머리를 날리며 자전거로 달리는 모습은 그 자체가 하나의 관광거리다. 자전거 운행 규정에서 헬멧 착용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이 모습들이 가능하다. 젊은 주부들은 아기를 태우고 직장 근처까지 간 다음 탁아소에 아기를 맡긴다. 자전거 산업이 발달하다보니 자전거 액세서리도 많아 갓난아기를 따로 태울 수 있는 유모차형의 보조 자전거를 붙일 수 있게 되어 있다. 또 야간에 좌회전, 우회전을 알릴 수 있는 야광 부착물과 각종 라이트들이 있어 밤에도 사방에서 자전거들이 대로를 누빈다. 물론 라이트를 켜지 않으면 경찰관으로부터 티켓을 받으며 음주운전 하다가 걸리는 날엔 상당한 액수의 벌금을 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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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코펜하겐의 여성들. 미국과는 달리 헬멧을 쓰지 않아도 된다.

덴마크를 알차게 보려면 코펜하겐을 대강 구경한 다음 기차를 타고 시골로 내려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것이 제격이다. 꽃이 가득 핀 농촌과 한가한 해안선을 자전거로 달리는 기분은 다른 나라 관광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범죄가 없어 시큐리티 문제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대학생들이 방학동안 배낭여행 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나라가 덴마크다.


<이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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