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레마을 평화의 들판

2006-04-0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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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산이 있는데 거기 동산 아랫자락으로는 시원한 냇물이 사시사철 흘러서 냇물 주변에는 각종 나물들과 이름 모르는 잡초들이 자라나 봄이면 각종 꽃 피우고 거기에 벌과 나비가 찾아들고 동산에는 각종 나무와 새들의 지저귐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다람쥐와 청살모는 이나무 저나무를 오르내리며 노는 듯 일하고 가끔씩 고라니와 노루가 방문하여 흔적을 남기는 그런 동산을 평화의 동산이라 이름지어 평화가 필요한 사람들이 들러 평화를 보고 평화로운 삶을 살도록 하고픈 그런 평화의 동산을 꿈꾸었었답니다.
어제 울타리 재료들을 사다놓고 평화의 들판을 그리며 오늘까지 울타리를 한 2,000여평 가깝게 둘러치고 거기에 어느 멕시칸에게 80불 주고 산 어미거위 8마리와 한 마리에 3불씩 주고 산 기러기 세마리와 양과 염소의 중간 쯤 되는 sheep이라 불리는 양 다섯 마리 어미염소 한 마리와 아기염소 한 마리는 지난 목요일 동물 경매하는 곳에서 경매를 통해 한마리당 평균 55불 정도 주고 사왔는데 그것들도 여기에 풀어놓고 거기에 커다란 물통(실은 우리 아이들이 여름에 쓰는 작은 풀장)을 집어넣고 물을 채워주고 통밀 먹이통을 넣어 주었더니 모두들 자유함을 느끼느라 한동안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같은 종끼리 무리 지어 풀도 뜯어먹고 거니는 모습에 이곳 두레마을 아이들은 마냥 즐겁게 그들과 한마음으로 즐거워했답니다.
이곳에 시간이 되는대로 종류별로 집을 지어주고 몇 주전에 사온 새끼거위와 어미를 졸 졸 따라다니며 평화롭게 모이를 쪼아먹는 새끼병아리 12마리와 미리 사다놓았던 병아리들을 함께 오늘 울타리를 만든 평화의 들판에 넣어주면 형식은 차린 셈이 되겠지요.
어제는 오후 내내 모진 광풍이 몰아쳐서 닭들이 좀 걱정되었었는데 오늘아침 닭장에 가보니 어미닭은 병아리 12마리를 양쪽 날개밑에 넣고 따뜻한 햇살을 쪼이고 있는 모습이 예수께서 12제자를 품고 있는 모습으로 보이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지난날 사람을 잘 품는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오늘 아침 미국에 와서 생활한 일들을 떠올리면서 사람을 잘 품지 못하며 살았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왜 잘 품지 못하였을까 생각해보니 품을 품과 날개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 당분간은 사람을 품을 품과 날개를 만드는 기도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받아서 잘 주려면 받아서 병아리가 알을 품듯 내 안에 품어야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온 것처럼 새로운 생명을 보여 주지요.
많은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기를 원해서 평화로운 산과 들판 그리고 바다를 찾아다니지만 진정한 평화를 느끼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저는 우리가 만든 두레마을의 평화의 들판에서 각종 다양한 식물과 동물, 동물과 동물이 어떻게 평화를 이루는지 보여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서로 잘 지내라고 말하는거야 누군들 못하겠습니까.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이곳에 와서 이들을 보고 다양한 것들이 어울려야 아름다움이 생긴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주고 싶은 것입니다. 평화교육이 따로 없는 셈이지요.
기회가 되는대로 여기에 소와 말 그리고 다른 짐승들도 합류하고픈 마음은 만용이 아니길 바랍니다. 오늘은 거위가 커다란 알을 하나 낳았는데 달걀과 오리알 그리고 거위알 뿐만 아니라 염소 젖등을 맛볼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방문하시는 분들은 평화의 들판과 평화의 들판에서 얻어지는 소산물을 맛볼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두레마을 평화의 들판에서 하늘의 평화를 보냅니다.

조규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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