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활매너 이야기 브라이덜 레지스트리

2006-04-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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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부조는 받는 당사자들에게 축하의 뜻을 전하며, 그 뜻을 기억해 달라는 메시지를 담은 선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보탬’이라는 뜻도 갖고 있습니다. 부조라는 말의 뜻은 남을 도와준다는 뜻입니다. 대사를 치르는데 다소나마 보탬을 준다는 뜻에서 나온 습관입니다.
때문에 예로부터 결혼식 선물은 현금으로 하거나, 살림에 요긴히 쓸 수 있는 물건, 또는 결혼식에 필요한 물건으로 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선택의 범위가 넓기 때문에 쉽게 선택을 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선택을 하려면 쉽게 단을 내리기가 어려운 것도 결혼 선물의 특징입니다. 상대방이 이미 갖고 있는 물건이거나, 다른 하객들이 틀림없이 하리라고 예상되는 물건이면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 선택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좋다고 생각되는 물건을 발견해도 가격 면으로 타당한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 생겨난 제도가 ‘브라이덜 레지스트리’(bridal registry)입니다. 직역하면 ‘신부(가 원하는 물품목록) 등록’이라는 뜻인데, 1924년 시카고의 마셜 필즈라는 백화점에서 시작한 제도입니다. 지금은 결혼 풍습의 하나로 미국문화 속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 제도의 골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결혼 당사자들이 원하는 백화점이나 전문점에 가서 원하는 물건의 목록을 작성을 합니다. 그 목록을 상점이 보관하고, 선물할 사람이 요청하면 보여주어 그 목록에서 선택하게 합니다. 결정되면 선사하는 사람은 값만 지불하면 됩니다. 물건은 훗날 상점 측에서 신랑 신부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상점에서는 일단 팔린 품목은 목록에서 제외함으로써 품목의 중복을 피합니다.
품목은 소소한 그릇종류부터 크게는 가구까지 신랑 신부가 가정을 꾸미는데 요긴하게 쓸 수 있는 품목이면 무엇이든 포함을 시킵니다. 좀 비싼 물건은 가격을 분할해서 몇 사람이 물게 하기도 합니다.
다음은 선물할 사람들이 지정된 상점이 어딘지를 알아야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는데, 두 가지 방법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하객 측에서 신부나 신부의 가족에게 레지스트리 한 상점을 물어보고 알게 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혼인 당사자가 하객에게 상점이 어디인지를 알리는 방법입니다. 나는 XX백화점에 브라이덜 레지스트리를 했습니다라는 쪽지를 신부의 이름으로 인쇄를 해서 돌리는 것입니다. 청접장에 동봉해서 보내거나 브라이덜 샤워 때 알립니다. 청접장에 끼워 보내는 방법은 하객에게 선물을 강요하는 감을 주기 때문에 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브라이덜 샤워는 아주 친한 사람끼리의 행사이기 때문에 무난한 방법으로 봅니다.
브라이덜 레지스트리는 풍습화된 제도라고는 하지만 쉽게 수긍을 하지 않는 층도 있습니다. 레지스트리 통지는 참고로 해달라는 부탁이며 요청은 아닙니다. 원하지 않으면 응하지 않아도 되고, 개별적으로 부조해도 결코 결례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상식화되어 있는 통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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