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대로 만들어 깔끔·고소한 ‘고향의 맛’ ‘웨스턴 순대’

2006-03-29 (수)
크게 작게
제대로 만들어 깔끔·고소한 ‘고향의 맛’ ‘웨스턴 순대’

한약재 달인 물에 쪄낸 웨스턴 순대의 순대 접시

제대로 만들어 깔끔·고소한 ‘고향의 맛’ ‘웨스턴 순대’

6가와 웨스턴의 웨스턴 순대 입구.

수십가지 한약재 넣고
달여낸 물로 쪄내
돼지 냄새 하나도 안나
아삭한 민들레 무침 별미

아직도 서울 곳곳에 남아있는 재래시장에 가면 어김없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찜통에 푸짐하게 담겨 손님을 기다리는 순대를 만나볼 수 있다.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이를 그냥 지나치기란 쉽지 않을 터. 막 찜통에서 꺼낸 뜨끈뜨끈한 순대를 김밥처럼 먹기 좋게 썰어 고춧가루 섞은 매콤한 소금이나 짭조름한 새우젓에 하나씩 찍어 먹는 그 맛이란! 열악한 주변환경(?)에도 불구하고 꼭 한 접시 맛을 봐야 가던 길을 갈 수 있을 만큼 순대는 우리에게 친숙한 별미다.
점심과 저녁사이 조금 출출하다면 6가와 웨스턴에 자리잡고 있는 웨스턴 순대에서 ‘친숙한 별미’ 순대를 맛보는 건 어떨까. 사실 흔하고 쉽게 사먹을 수 있는 것이 순대지만 제대로 만들어 깔끔하고 맛있는 순대를 맛보기란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다.
웨스턴 순대는 당귀, 천궁, 계피, 숙지황, 감초, 대추 등 수 십 가지 한약재를 넣어 달여낸 물에 통통하게 속을 채운 순대를 쪄서 만든다. 그래서인지 맛이 사뭇 색다른데, 혀끝 미각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약간의 한약재의 맛을 느낄 수 있을 정도.
“보통 속을 채운 순대는 된장을 푼 물에 삶지요. 된장 물에 삶으면 돼지고기의 잡 냄새는 쉽게 제거되지만 삶는 동안 풍부한 고기 맛이 다 빠져 나와버리죠. 번거롭지만 끓는 물에 쪄내면 고기의 고소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어 훨씬 맛있는 순대가 됩니다”
웨스턴 순대 다니엘 오 사장의 설명이다.
돼지고기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한방 삼겹살에서 힌트를 얻어 한약재 달인 물을 활용했다는 다니엘 오 사장은 각종 한약재의 비율과 한약재 달인 물의 농도를 맞추느라 진땀을 뺐다고 한다. 한약재 달인 물의 농도가 너무 진하면 순대 고유의 맛이 달아나고, 너무 약하면 돼지고기 냄새가 나기 때문인데 고소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나는 지금의 순대를 만들기까지 한달 반이 넘는 시간과 엄청난 정성을 쏟아 부었다.
몸에 좋은 한약 달인 물로 쪄내 담백한 웨스턴 순대는 부드러운 찹쌀 순대와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일품인 당면 순대 두 가지 종류가 있어 입맛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다. 순대와 다양한 종류의 고기들이 함께 서브되는 순대 접시는 웨스턴 순대의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대표 메뉴로 손님들에게도 인기다.

HSPACE=5

뽀얀 국물에 향긋한 부추와 순대를 넣어 먹는 순대국


간식거리가 아닌 한끼 식사로 손색없는 든든한 메뉴로는 순대국이 단연 인기. 뽀얀 국물에 각종 고기와 쌀국수가 말아져 나오는 순대국은 맛깔스런 양념에 부친 부추와 새우젓이 함께 곁들여 나온다. 오 사장에 따르면, 양념 부추를 순대국에 넣어 저은 다음 새우젓으로 간 해 먹으면 쌉싸름한 부추가 기름기 있는 고기 국물을 담백하게 해주고 새우젓은 풍미 있는 시원한 생선 탕을 먹는 듯 이곳만의 색다른 순대국을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순대가 국물에 담아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조그만 접시에 담아 서브되는데, 순대국에는 찹쌀 순대가 제 맛이지만 당면 순대가 더 좋다면 바꿔달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별미로는 순대볶음과 민들레 무침. 한국에서 직수입한 청양고추 엑기스로 만든 매콤한 양념장에 깻잎 줄기와 양파 등의 야채와 쫄깃하고 통통한 순대를 넣어 자작자작 볶아 만든다. 혀끝을 톡 쏘는 매콤함과 함께 향긋한 깻잎 향이 어우러져 밥 한 공기가 금세 뚝딱이다.
독특한 메뉴인 민들레 무침은 주문한 즉시 새콤달콤한 양념장에 쓱쓱 버무려 나오며 민들레의 쌉싸름한 맛이 잃어버린 입맛을 돋워주기 충분하다. 특히 순대, 족발, 보쌈과 함께 곁들여 먹으면 아삭하게 씹히는 민들레 무침이 느끼한 맛까지 없애주니 입맛을 상큼하게 마무리하기에 손색없겠다. 주소 543 S. Western Ave. LA. 전화 213)389-5288

<글·사진 성민정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