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백년 앞을 내다본 알프렛 노벨

2006-03-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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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앞을 내다본 알프렛 노벨

스톡홀름의 중심가 감라스탠에 있는 노벨박물관. 역대 노벨수상자의 업적기록 및 노벨의 유품과 다이나마이트 공장의 발전과정이 전시되어 있다.

백년 앞을 내다본 알프렛 노벨

만찬회가 열리는 스톡홀름 시청홀.

지성인 축제로 승화한 노벨상, 총 776명이 수상 유대인이 22% 차지

세계 최고의 노인잔치

아카데미상이 미국의 상징이라면 노벨상은 스웨덴의 상징이다. 전자는 영화인의 잔치이지만 후자는 지성인의 잔치다. 노벨상 시상식은 노벨이 사망한 12월10일 오후 4시30분에 정확히 거행된다. 장소는 스톡홀름 콘서트홀. 기록영화를 보면 무대 왼편에는 수상자들이, 오른편에는 구스타프 왕(칼 16세)과 스웨덴 각료, 심사위 관계자들이 앉는다. 특이한 것은 스톡홀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바로 그 뒤편 2층에 자리잡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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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에 참석한 구스타프왕과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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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장 전경. 오케스트라가 2층에 있는 것이 특징.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시상식장 가운데 자리잡은 이유는 노벨상 시상식이 연주회를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포도주 ‘무통 로쉴드’의 병에 누구의 그림이 그 해에 선택되느냐가 미술가들의 화제인 것처럼 노벨상 시상식에서는 누가 노래를 부르느냐가 유럽 성악가들의 관심사다. 지난해에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가수 에리카 수너가드(스웨덴 출신 미국 소프라노)가 노래했다. 시상식을 지루하지 않게 진행하기 위해 짜낸 아이디어가 이제는 권위 있는 음악 축제로 전통이 굳어져 버렸다.
노벨상 시상식(물리, 화학, 생물, 의학, 경제, 문학상 등)은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열리지만 평화상만은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거행된다. 노벨(사진)이 왜 평화상 시상만은 노르웨이에서 열리도록 유언을 남겼는가는 아무도 모른다. 그가 이유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벨의 살아생전에는 스웨덴이 노르웨이를 통치했었기 때문에 지방 발전을 고려하여 평화상을 오슬로에서 열리도록 한 것이 아닌가 추측되고 있다.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시상식에는 스웨덴 국왕이 직접 수상자들에게 메달을 수여하지만 노르웨이에서 거행되는 평화상은 심사위원장이 수여하는 점이 두 행사의 큰 차이다. 오슬로 시상식에서는 노르웨이 국왕이 상징적으로 시상식 맨 앞자리에 앉아있을 뿐이다.
노벨 평화상은 수상자가 그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느냐를 둘러싸고 항상 말이 많다. 1936년에는 유대인 출신 오지스키가 평화상을 받게 되자 히틀러가 강력한 항의를 했다. 그 후로는 노르웨이 외무장관이 심사위원 당연직에서 제외되었다. 월남전을 둘러싸고 미국무장관 키신저가 수상자로 결정되었을 때는 가장 물의가 많았다. 평화상 시상식에서도 음악이 연주되지만 보통 실내악 4중주나 바이얼린, 피아노 독주가 공연된다. 2005년에는 첼리스트 요요마가 연주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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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상 수상자(2005년)들을 바라보며 연주하는 요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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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위에 서있는 수상자들. 구스타프 왕으로부터 메달을 받을때마다 클래식 음악이 연주된다.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민족은 유대인이다. 스웨덴 아카데미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총 776명의 수상자 중(2005년 현재) 유대인이 2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이 노벨상 수상에서는 22%를 이루고 있는 현실은 놀라울 뿐이다. 지난해 문학상을 탄 해롤드 핀터와 경제학상을 탄 로버트 아우만도 유대인이다. 이들은 시상식장에 대부분 유대인 전통의상을 입고 나와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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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은 고유복장을 하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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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식 진행과정을 설명하는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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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회가 열리는 시청홀을 구경하는 관광객들.

노벨상 시상식이 아카데미 시상식과 다른 점은 노벨상을 받는 사람 대부분이 백발이라는 사실이다. 노인들의 축제다. 노벨상 시상식장에서는 젊은 사람은 빛이 나지 않는다. 백발일수록 권위가 있어 보인다. 노인일수록 빛나는 잔치는 아마 세계에서 이 행사가 유일하지 않을까.


이 철
<이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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