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탈에 선 아이들 뚜루차

2006-03-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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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녀석아! 너 담배 어디서 났어? 이 녀석이 바른대로 이야기 안 해?”
뒷마당 저쪽에서 큰 소리가 들려온다. PK(Pastor Kim)가 또 한 건을 하신 것이다. 지치지 않는 불굴의 투지를 갖고 선교회가 좁은 듯이 뛰어도 힘이 들지 않으신가 보다.
선교회에 입소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담배를 피웠던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너무나 어린 나이에 담배를 접했고, 마리화나를 접했으며, 참 많은 나쁜 것들을 접했기에 사실상 담배가 그렇게 나쁘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 누구나 다하는 것이니까… 나만 안 하면 바보 취급당하니까… 당연히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한 아이들에게 담배가 왜 나쁘며, 그리고 특별히 어린 나이에 흡연은 많은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아이들은 이보다 더 나쁜 마약도 했는데… 이것도 못한다면 미쳐버릴 것이라고 괴상스런 이론을 펴내곤 한다.
그러나 적어도 선교회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여러 가지 벌칙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주스(음료수를 선교회에서는 모범생들에게 원하는 일들을 요구할 때 허락해줄 수 있는 총애를 의미한다.)를 잃게 된다.
담배는 반드시 끓어야만 한다. 특히 약을 접했던 이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담배를 계속적으로 피우면 반드시 약 생각이 나게 되어 있다. 약도 거의 피우는 것이고, 쾌락의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담배와 술, 그리고 마약은 연쇄고리처럼 연결이 되어 있다.
그러므로 선교회에선 담배를 끓어야만 이 크레딧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를 강력하게 단절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특히 김 목사님은 수시로 감찰과 순찰을 돌면서 이를 저지시키고, 잡아내곤 한다. 그래서 생긴 것이 바로 ‘뚜루차’이다.
아이들이 군데, 군데 모여 있으면서 김 목사님의 행동반경을 주의 깊게 살핀다. 그러면서 김 목사님의 동선을 따라 눈들이 반짝 반짝 움직인다. 그러다 저쪽에 행여 몰래 숨어 담배를 피는 아이들에게 “뚜루차, 뚜루차…”하면서 소리를 지르면 모여 있던 아이들이 담배연기를 삼키고 꽁초를 무조건 선교회 담 밖으로 휙 하고 던지거나 급할 때 입안에 집어넣고 김 목사님 눈을 피하기 위하여 오두방정들을 떤다. ‘김 목사님이 떴다’를 알리는 자들끼리의 은어인 것이다.
아이들이 주로 모여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곳이 선교회 밴 뒤나, 옆이다. 쭈그리고 앉아서 혹은 뒤쪽 모퉁이에 숨어서 들킬까봐 정신없이 빨아들이곤 하는데 이런 현장을 김 목사님은 아주 조용하게 천천히 살금살금 다가가선 불쑥 덮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증거가 확실한 이상 아무 소리 못하고 그대로 걸려서 설거지를 일주일, 시편 119편 5번 쓰기 등등의 벌칙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담배 갑에서 방금 뜯어 한 개피밖에 못 핀 담배라 할지라도 갑 째 빼앗겨 버리고 만다.
설거지도 싫지만 제일 속상한 것은 피 같은 담배일 것이다. 선교회에서 일일이 하나하나 체크하고 돈을 주기 때문에 담배를 사봤자 까치 담배나 겨우 한두 개 사서 피울까 말까 인데 갑 째 빼앗기면 피 같은 돈으로 산 것, 속은 타 들어가도 어쩔 수 없이 김 목사님 앞에 담배 갑을 꺼내어 놓는 수밖에… 그래서 개발된 것이 바로 이 “뚜루차, 뚜루차”이다.
그러나 김 목사님은 뭐 그리도 눈치가 없겠는가? 몇 번의 뚜루차가 있은 후 벌써 뚜루차의 의미를 챙겨들은 김 목사님은 천천히 걷다가도 그 뚜루차가 나오면 뛰기 시작한다. 현장을 급습하기 위한 FBI의 철저하고 투철한 사명의식을 갖고 말이다.
오늘도 김 목사님은 뚜루차! 뚜루차! 구령에 맞추어 선교회 마당을 열심히 뜀박질하고 계신다.

한영호 <나눔선교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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