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이’★★★½

2006-03-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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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½

나이 어린 부모 소니아와 브뤼노가 갓난아기 지미를 안고 있다.

(The Child)

빗나간 철부지 두연인‘속죄의 삶’

‘약속’과 ‘로제타’ 및 ‘아들’ 등에서 소시민들이 혹독하고 어려운 여건과 사우며 생존해 가는 모습을 일말의 가식 없이 사실적으로 표현해온 벨기에의 형제 감독 뤽과 장-피에르 다르덴의 또 하나의 사실주의 영화다. 이 영화는 작년 칸영화제 대상 수상작으로 방향 없이 사는 아이들 같은 두 젊은 애인이 아기를 갖게 되면서 그들의 삶에 엄청난 궤도 수정을 일으키는 이야기다.
매우 검소하고 직접적인 영화로 연기 좋고 정밀하게 관찰된 도덕 극인데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연상케 한다. 시종일관 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로케이션 촬영, 사실감이 강하다. 장소는 두 감독의 홈베이스인 벨기에 동부의 철강 도시 제라잉.
20세난 브뤼노(제레미 라이너가 젊은 빅 모로를 닮았다)는 직장을 싫어하는 날건달. 직장 다니기 보다 차라리 거리에서 구걸을 하거나 좀도둑질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에게는 18세난 아름다운 애인 소니아(데보라 프랑솨)가 있는데 소니아는 애인의 불법행위를 돕고 둘이 번(?) 돈으로 고급 물건을 사면서 즐긴다.
그런데 소니아가 아기 지미를 낳아 병원서 아파트에 돌아와 보니 브뤼노가 아파트를 남에게 서브렛을 준 것을 알게 된다. 소니아는 브뤼노에게 항의하면서도 그와 함께 움막생활을 한다. 제목의 아이는 지미라기보다 브뤼노나 소니아라는 것이 더 정확하다. 브뤼노는 돈이 떨어진데다 아이 키운다는 생각에 겁에 질려 지미를 암시장에 팔아먹는다. 이를 안 소니아가 기절하고 병원에 입원한다. 뒤늦게 자기 잘못을 깨달은 브뤼노가 다시 지미를 회수하러 나서면서 그의 속죄의 행위가 시작된다.
몇 사람의 배우만 써가며 도시의 길과 아파트 등지에서 찍어 화면이 추울 정도로 빈약하지만 그 안의 감정은 충만하다. 기술적으로도 뛰어난 영화로 젊은 배우들이 연기를 잘한다. 브뤼노와 소니아는 각기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와 소니아로 생각하면 된다.
R. Sony Pictures Classics, 파빌리언(310-281-8223), 모니카(310-394-9741),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타운센터5(818-981-9811), 사우스코스트 빌리지3(800-FANDANGO#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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