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쿠키 굽는 치과 의사

2006-03-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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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굽는 치과 의사

◀ 맛있는 쿠키 만드는 게 무엇보다 즐거운 강정윤(오른쪽)씨와 쌍둥이 동생 강정심씨.

쿠키 굽는 치과 의사

▲ 고소하면서도 보슬보슬 부드러운 맛이 느껴지는 스콘.

“바로 이맛이야!”처음 맛본 이탈리아 쿠키에 빠져 ‘JC 비스코티’강정윤씨

일반 쿠키와 달리 오븐에 두번 구워 바삭바삭
한번 맛 들이면 계속 찾아… 미 상류층에 인기
곰보빵처럼 생긴 고소한 스콘과 ‘찰떡궁합’
라이스 크리스피는 어린이 간식으로도 그만

과자를 많이 먹으면 아무래도 이빨이 잘 썩게 마련인데, 치과의사라는 사람이 쿠키 굽기에 여념이 없다니 참으로 아이러니다. 그것도 그저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거리로 혹은 이웃이나 친구들에게 특별한 선물 정도로 쿠키를 굽는 게 아니라 ‘JC 비스코티’라는 이탈리안 스타일 쿠키 점까지 운영하고 있다니 이거 세상이 불공평한 건 아닐까. 아이러니와 불공평의 주인공 강정윤씨. 소아 치과의사이자 세리토스 파이오니아 플라자 안에 자리잡고 있는 이탈리안 스타일 쿠키 점 JC 비스코티의 주인인 그녀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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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게 씹히는 맛이 색다른 네 가지 맛의 비스코티.

“오븐에서 쿠키가 구워지는 동안 얼마나 초조하고, 떨리고, 흥분되는지 아마 아무도 상상 못할 거예요. 반죽을 만들면서 생각했던 그 맛을 내는 쿠키로 잘 구워지고 있는지 너무 맛보고 싶어서 오븐을 지켜보는 10분, 15분이 정말 너무 길게 느껴질 지경이에요”
과자를 너무 좋아해 과자 굽는 일을 벌이게 되었다는 강정윤씨. 어릴 때부터 밥은 안 먹어도 과자는 꼭 먹었다는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탐식(?)해온 온갖 종류의 과자 덕분에 수많은 과자 중 맛있는 과자를 구별해내는 미각이 생겼다고 한다. 또한 과자를 먹으면서 항상 포장지에 적힌 내용물도 꼼꼼히 살펴보는 버릇 때문에 과자 한입 먹으면 대충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드는지 정도는 쉽게 알아내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날, 그저 맛있는 과자 먹는 일이 한없이 행복했던 그녀는 운명의 과자 하나를 맛보게 된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쿠키인 비스코티(biscotti)를 한입 베어 문 순간 ‘그래, 바로 이 과자야’하는 생각이 번뜩 들면서 즉각 만들기에 돌입했다. ‘반죽하고 굽고, 또 반죽하고 굽고…’를 수십 번 반복한 다음 바로 ‘그 맛’을 찾게 되었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 과자를 나만 먹을게 아니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맛보게 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 겁도 없이 일부터 벌였다. 함께 치과에서 일하는 남편과 평소 베이킹에 관심 많던 동생에게 도움을 청한 뒤 ‘JC 비스코티’라는 가게를 오픈 한 것.
“그게 벌써 4년 전 일이네요. 일단 가게를 오픈 하긴 했는데 그 다음부터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막막했어요. 지금까지 치과와 가게를 오가며 좋아하는 쿠키를 계속 구울 수 있었던 건 작은 일까지 세심하게 챙겨주는 쌍둥이 동생 정심이 덕분이에요”
언니가 벌여놓은 가게 때문이 이곳으로 이사까지 왔다는 강정심씨는 매일 가게에 나와 주문 받은 만큼 베이킹하고 자질구레한 일을 처리하는 숨은 공로자다. 이란성 쌍둥이라니 손발이 척척 맞는 사업 파트너로도 손색이 없는 모양인가 싶었는데 “언니의 다양한 능력을 함께 하는 게 즐겁기만 하다”고 말하는 듬직하고 착한 동생이다.

글 성민정 기자
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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