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받아들임

2006-03-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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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마을에는 야생 닭 비슷한 닭이 몇 마리 있는데 그 중에 암탉들이 여기저기에 둥지를 만들어 알을 까놓지요. 가끔씩 그 둥지가 발견되면 우리는 그 알들을 맛있게 나누어 먹습니다. 이 닭들은 너무나 빠르고 잘 날아서 잡을 수도 없고, 고양이나 개에게 쫓겨서 잠도 나무 높은 가지에 올라가서 잔답니다. 이 닭들은 농장 이곳 저곳을 다니며 풀과 벌레를 먹고 건강한 알을 까놓아서 우리들은 그것을 감사히 받아 잘 먹지요(비록 몇 개 되지는 않지만).
‘받아준다’는 것은 ‘받아서 준다’는 말이고 내가 바다가 되어서 새로운 창조를 하여 누군가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며 내가 밭이 되어 무엇인가를 잘 키워내어 누군가에게 그것을 준다는 것이지요. 사람을 받아준다는 것은 그 사람을 내 마음의 밭에서 아름답게 만들어 그에게 아름다움을 되돌려주는 것입니다.
받아들인 사람이 거칠어서 내 마음의 밭이 고생이 될 수도 있기에, 내가 다른 이를 받아들이기 전에 먼저, 내 안에 있는 마음의 밭을 잘 만들고 내 밭을 건강하고 생기 있는 좋은 밭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약한 몸에 온갖 병이 생기듯 체질이 약한 밭에는 바이러스도 잘 찾아오고 병충해도 많습니다. 흙이 살아있는 좋은 밭에는 바이러스가 찾아와도 흙 속 미생물의 먹이가 될 뿐이고 병충해도 왔다가 먼저 있던 벌레들과 공생하지 못하고 죽거나 오래 머물지를 못합니다.
내가 건강해야 다른 이와의 관계도 건강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함께 가야 할 사람이면 잘 받아들이고 그가 내 마음 밭에서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밭을 더욱 기름지게 하는 일이지요.
농부가 밭에서 흙을 잘 관리하면 흙은 생명력이 강해져서 똥이든 낙엽이든 음식찌꺼기든지 분해시켜 자신의 몸인 흙을 더 좋고 건강하게 만듭니다. 두레마을의 과일 밭이나 선인장 밭 그리고 알로에 밭 등 모든 땅은 건강해서 어떤 씨앗이 떨어지든 건강하게 자라나게 합니다.
농부는 겨우내 거름을 밭에 내어다 깔고 봄이 되면 쟁기로 그것을 뒤집어서 땅을 기름지게 도울 뿐만이 아니라 땅속의 건강한 미생물을 배양하여 어떤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이겨낼 수 있도록 흙을 돕습니다.
‘밭’과 ‘바다’의 말 뿌리는 같습니다. ‘받아준다’는 의미이지요. 바다 역시 많은 것들을 받아주어 거기에서 받아들인 것들을 새롭게 변화시켜 새로운 살아있는 창조를 하지요.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은 이미 밭을 가진 농부입니다.
바다는 세상의 모든 물과 거기에서 묻어 들어온 것들을 받아 세상에 좋은 것으로 되돌려주고, 밭은 좋은 씨앗을 받아 아름다운 열매를 주인에게 되돌려 주며, 자기의 밭에 좋은 것들을 받아들여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농부는 다른 사람과 좋은 열매를 나눕니다
예수는 ‘온유한 자(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람) 복이 있나니, 땅(밭)이 저들의 것이다’라고 말하고 예수는 스스로를 가리켜서 온유하고 겸손한 자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사람이든 무엇이든 기쁘게 받아들이는 만큼이 자기 수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말을 받아들이는 삶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말을 하는 것보다 받아들이는 것도 훈련을 해야 되리라 생각합니다. 잘 받아들이면 내 마음을 더 풍요롭게 하고 그것이 좋은 양분으로 변화되어 나를 더 건강하게 하겠지요.
그렇지만 지나친 받아들임은 5장6부를 괴롭힐 뿐만 아니라 나를 비만하게 하여 병들게 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하고 그래서 받아들임에는 절제도 필요할 것입니다. 저는 아직 약하고 모자라서 오늘 저녁도 그만 과식을 하고 말았습니다. 내일 밭에 나가 몸을 회개시킬 요량입니다. 한 주 잘 받아들이셔서 풍요로움을 누리시길 빕니다.

조규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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