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테인리스 스틸 주얼리

2006-03-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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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뉴욕 소호에 갔을 때의 일이다. 지나는 뉴요커 여성들마다 한결같이 날씬하고 세련돼, 보는 내가 즐거웠던 생각이 난다. 소호 거리의 보석 샵에는 마치 근사한 화랑에 진열된 작품처럼 디자이너들의 제품들이 쇼윈도에 디스플레이 되어 있었다. 내게는 상품이라기보다 예술적인 작품으로 다가왔다.
그러다 우연히 들어가 본 독일계 매뉴팩처러인 ‘Stahl’ 샵의 주얼리를 보았다. 스테인리스 스틸을 소재로 새롭게 디자인된 주얼리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독일 하면 으레 디자인보다는 몇십년을 써도 끄덕 없는 튼튼하고 강한 제품을 만드는 실용성과 성능을 중시하는 나라라는 인식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튼튼하고 강한 제품과 섬세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주얼리 제품 디자인과는 왠지 어울리는 이미지가 아니었다.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독일의 보석 디자인이었지만 샵 인테리어나 최첨단의 커팅과 디자인, 그리고 독일인 특유의 장인정신을 엿보게 하는 작업실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게 샵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내 자신이 보석을 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그곳의 물건들을 보며 즐거워했던 곳이다.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는 매우 단단해서 개발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소재 자체가 갖고 있는 견고함과 독특함으로 Barry Kieselstein Cord 같이 앞서가는 디자이너를 매료시킬 수 있었다. 보통 앨러지로 순수 보석이 아닌 일반제품 구입을 꺼리는 고객들도 스틸 제품은 부식되지 않으며 변색될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주얼리 소재의 영역을 한층 넓혀온 이런 끊임없는 디자이너의 창조성과 열정은 21세기의 새로운 문화 트렌드인 ‘테크노 스타일’과 썩 잘 어울린다. 그러기에 10대와 20대가 추구하는 ‘옛 것과 다르게, 남들과 뭔지 모르게 다른…. 그래서 나만의 것’ 이란 인식을 줄 수 있는 개성적인 액세서리라는 컨셉에 들어맞는 제품이다. 물론 테크니컬한 세공술 역시 필수지만 말이다.
경제적이면서도 개성에 맞는 제품을 찾는 스타일리시한 여성들의 미의식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선구적인 디자이너들 덕분에 보석상의 쇼 케이스에서 요즘은 다양한 스틸 제품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스터링 실버나 스테인리스 스틸은 모던함에 역점을 두고 있기에 개성적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컬러의 보석, 어떤 것을 넣어도 매치에 지장이 없다. 단풍이 물드는 계절이면 노란 토파즈나 페리도트, 포도주색 가넷을 넣으면 매력적인 가을 장신구가 될 것이며 봄과 여름에는 핑크빛의 쿤자이트 블루토파즈가 적격이다.
화이트 골드보다 진하고 플래티늄보다 깊이 있는 다크 그레이의 스틸 주얼리는 단순하고 미니멀한 모임이나 파티 때 아파트의 빌트 인 가구처럼 여성들의 패션에 꼭 맞는 맞춤 주얼리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메이 김 <젠 보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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