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흡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½(5개 만점)

2006-03-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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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해 주셔서 고맙습니다’★★★★½(5개 만점)

닉(아론 에카르트)이 신문에 난 자신에 대한 폭로기사에 대해 삿대질을 하며 변명하고 있다.

(Thank You for Smoking)

미국 보수파 씹어 댄 풍자극

신랄한 위트에 재미까지
연기·연출력 모두 뛰어나

맵시 있고 위트 있고 신랄하며 콕콕 찌르는 듯한 독설과 유머와 재미 그리고 통찰력을 지닌 풍자영화로 연기와 대사와 내용과 연출력이 모두 최고급이다. 할리웃의 노장 감독으로 코미디에 능통한 아이반 라이트만의 아들 제이슨이 각본을 쓰고 감독으로 데뷔했는데 아버지로부터 교육을 잘 받은 것 같다.
진보파를 비꼬는 것 같지만 사실은 부시 같은 보수파를 잘근잘근 씹어댄 영화인데 요즘 미국 세태들인 대기업의 대중 조작과 정치적 정확성 및 개인적 자유에 대한 논쟁 그리고 할리웃의 무절제와 비상식적 행위 등을 싸잡아 비판하고 조소하고 있다. 기차게 재미있는 영화로 시종일관 무릎을 치면서 깔깔대고 웃게 된다.
늘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자신만만하며 자기 일을 위해선 도덕을 헌신짝처럼 버리지만 속은 착한 닉 네일러(아론 에카르트)는 대형 담배회사조합의 로비이스트. 어찌나 말재주가 좋고 돌려대기를 잘 하는지 그의 이론을 당해낼 자가 없다.
닉은 이혼했는데 그의 조숙한 10대 아들 조이(캐매론 브라이트)는 아버지를 영웅처럼 생각한다. 끝에 닉은 아들사랑 때문에 도덕성을 회복한다. 닉의 적수는 모든 담뱃갑에 해골과 뼈의 그림을 인쇄하려고 시도하는 버몬트 출신의 상원의원 오롤핸(윌리엄 H. 메이시). 그러나 그와 그의 얼뜬 보좌관은 결코 닉의 적수가 못된다. 오롤핸과의 싸움을 위해 닉을 고용한 사람은 연초연구 아카데미의 교장인 담배공장 출신의 캡튼(로버트 두발).
한편 닉은 왕년의 할리웃 스타들은 모두 영화에서 흡연했다는 사실에 착안, 이를 스크린에 재연시키기 위해 LA로 아들과 함께 날아온다. 그가 로비를 하는 사람이 할리웃의 대형 연예 대행회사의 황제 같은 제프(선을 하는 로브 로우가 웃긴다). 닉은 살해협박까지 받으며 납치돼 죽을 뻔했다 살아나지만 직무에 충실하는데 에피소드로 진짜로 암에 걸려 죽은 말보로맨(샘 엘리옷)의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을 포기하게 만드는 장면이 있다.
그러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닉은 워싱턴 프로브의 예쁜 여기자 헤더(케이티 홈즈-탐 크루즈의 약혼녀)의 유혹에 넘어가 침대에서 자기 속을 타 털어놓은 것이 대서특필되며 죽일 놈이 된다. 그 뒤의 닉의 반격이 멋있다. 영화 중간 중간 닉이 점심을 함께 하는 ‘죽음의 상인들’과의 모임장면이 나온다.
폴리(마리아 벨로)는 알콜산업 로비스트요 바비는 무기회사 로비이스트인데 셋이 떠들어대는 대화가 재미있다. 마지막은 요즘 할리웃 스타들이 담배를 물거나 든 선전용 사진들로 장식되는데 박장대소하게 된다. 가장 뛰어난 것은 에카르트의 교활하고 뻔뻔스런 연기. R. Fox Searchlight. 아크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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