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침입자’★★★½

2006-03-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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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½

루이는 새 심장을 이식수술 받은 뒤 과거를 찾아 길을 떠난다.

(The Intruder)

심장수술 받고 다시 사는 새인생

말수가 적은 대신 뛰어난 영상미와 사물과 비전으로 인물들의 내면과 내용을 상징하고 대변하는 프랑스의 인상파 여류 감독 클레어 드니의 지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매우 복잡하면서도 아름다운 작품이다. 심장수술을 받은 주인공의 새 인생에 대한 대처방안을 고찰한 특이한 영화인데 과거와 미래와 가상의 미래를 혼성한 영상들이 있는가 하면 얘기 전개 방식이 전통적 서술형태를 떠나 매우 추상적이다.
현실과 꿈과 악몽과 예감 등이 뒤엉켜 관객을 혼란시키는데 지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한번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고도의 집중력과 함께 마음을 비운 채 문을 활짝 열고 작품을 끌어안을 준비를 해야 한다. 어려운 미스터리 영화를 보는 듯한 신비하고 매력적인 작품이다.
남불과 스위스 접경지대 외딴 집에서 개를 키우며 혼자 사는 과묵하고 터프한 중년남자 루이(미셸 쉬보르)는 심장병 환자. 그가 가끔 관계하는 사람은 시내에 사는 관계가 소원한 아들 외에 가끔 동침하는 약사 그라고 이웃에서 개들을 사육하는 도전적 여인 등이 전부. 루이가 암시장에서 산 심장을 이식수술 받기 위해 돈을 찾으러 제네바로 떠나면서 그의 오디세이가 시작된다.
심장수술 후 루이는 한국의 부산에가 새 배를 주문한다. 이어 그는 자신이 한때 살았던 타히티의 한 섬으로 남겨두고 떠났던 아들을 찾으러간다(후보자 중에서 아들 찾는 장면이 우습다). 그리고 루이는 섬에 오두막을 세우고 거주를 시작하는데 다시 심장병이 도진다.
여기서 ‘침입자’는 루이의 새 심장이자 한때 지상낙원이었으나 지금은 문명에 의해 부식돼 가는 타히티에 갑자기 들이닥친 루이를 뜻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루이가 제네바로 떠나기 전 루이집 인근 산과 들로 여러 형태의 침입자들이 들락거린다.
새로 얻은 심장으로 시작되는 제2의 삶에 대한 명상으로 쉬보르의 진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이와 함께 카메라가 훌륭하고 음악도 좋다. 촬영은 드니 영화의 단골 아녜스 고다르.
성인용. Wellspring. 23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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