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좋은 재료+정성=끝내주는 국물맛

2006-03-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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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 소머리국밥’
조미료 안써 깔끔… 부대찌개·만두전골도 일품

음식이 곧 건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시대에 외식을 하면서 배만 부르면 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음식의 맛은 물론이고, 청결함도 중요하고, 건강에는 좋은 음식인지, 친절하고 기분 좋은 서비스를 받았는가, 또 알고서도 먹을 수밖에 없는 조미료에 대한 찜찜한 마음까지 밥 한끼 먹으면서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맴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을 단번에 날려줄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식당이 있다. 베벌리와 샌앤드류스에 위치한 13년 전통의 ‘곤지암 소머리국밥’. 마치 숨은 보석과도 같은 곳이다.
곤지암 소머리국밥은 한국 경기도 여주에서 이미 그곳 대명사로 자리잡은 실제 소머리로 국물을 낸 유명한 국밥 집인데 LA에 들어온 지는 13년째이고 2년전 백은화 사장이 인수하여 경영하고 있다. 이 식당 명함에는 ‘기분 좋은 식당! 정성 만점 식당!’ 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는데 그 짧은 문구 속에 식당 경영 노하우의 모든 것이 응축되어 담겨있다는 것을 맛으로 눈으로 마음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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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이 끝내주는 국밥.


“국물 하나는 정말 자신 있습니다!”는 백사장은 먼저 국밥에 대한 이야기부터 풀어나갔다.
한국에서는 실제 소머리로 국물을 내지만 미국에서 소머리는 식용으로 사용될 수 없어서 가장 질 좋은 초이스 사골과 5가지 비법 한약재를 사용하여 24시간 고아 국물을 내는데 맑고 담백한 국물의 비밀은 조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 깨끗하게 정수된 물과 매시간 철저하게 기름을 걷어내는 정성이라고 한다.
특별히 가족들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만드는데 백사장 자신의 남편이 조미료 앨러지가 있어 일체 조미료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조미료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감칠맛이 없다고 하는 손님들도 간혹 있지만 자부심 하나로 버티었는데 어느 날 아들과 아버지가 와서 두 그릇의 국밥 중 하나에 조미료를 탄 후 “이 집 국밥이 맛이 없다”며 투정하는 아들에게 맛 비교를 해가면서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의 맛을 가르치는 일이 실제로 있었다고 한다. 좋다는 것은 요란하게 광고하지 않아도 소문이 나는 법, 가까운 산후조리원에서 많이 찾고 병약자, 노인, 임산부들이 특히 많이 애용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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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살로만 만든 부드러운 수육.

국밥에 들어가는 수육도 특별하다. 소머리 중 유일하게 식용으로 쓰이는 볼살(cheek meat)을 사용하는데 너무나 부드러워 놀라게 되니 이 또한 보통 정성들인 것이 아니었다. 볼살 덩어리의 3분의2는 지방인데 지방으로 둘러싸인 속에 바로 이 수육으로 나오는 살이 숨어있다. 덩어리 째 삶아내어 지방부분을 제거하고 속살만을 사용하는 까다로운 손질법을 거쳐야만 비로소 살살 녹는 수육을 맛볼 수 있는데 LA에서 볼살로 수육을 만드는 집은 이곳뿐이라고 한다.
밥 또한 가장 질 좋은 만생종 대풍쌀만을 사용하여 짓는다. 국밥과 함께 맛깔스런 4종류의 반찬이 나오는데 모두 직접 만든 깍두기, 배추김치, 파김치, 재래식 된장고추장아찌로 국밥 육수로 다대기를 만들어 담아 맛이 일품이다.
국밥 이외에 다른 메뉴도 단골들에게 오랫동안 사랑 받아왔다. 수육과 수육무침은 앞서 설명한 볼살만을 사용하고 족발무침은 보통 경우처럼 뼈와 함께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삶은 후 살만 발라내어 눌러서 썰어내기 때문에 한층 업그레이드된 족발을 맛볼 수 있다.
한창 인기메뉴로 뜨고있는 부대찌개는 한번 먹어본 사람은 꼭 다시 찾는다. 여럿이 먹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푸짐한 양이 매력적이고 역시 국밥 국물을 사용하여 맛 또한 보장되어 특히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고 아이들도 좋아한다. 국물이 좋으니 전골류도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모두 국밥 국물 사용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깊은 맛이 일품이다. 없어서 못 판다는 직접 만든 만두가 들어간 만두 전골, 일명 청와대 전골이라는 곤지암 전골은 잘 손질한 꼬리뼈, 힘줄, 인삼가루가 들어가 영양만점 몸보신용으로 그만이다. 5종류의 버섯이 들어가는 버섯전골 역시 육식을 피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
삼겹살 제육보쌈, 족발보쌈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있으며, 더운 여름철에는 시원한 막국수, 쟁반국수가 기다리고 있다. 특히 쟁반국수는 담백하고 깨끗한 맛을 내는 양념이 특별하다. 소머리 국밥 7.39달러, 물만두 7.39~12.10달러, 소머리 수육, 족발 13.86달러, 찌개, 전골류 20.32~ 25.87달러.
“한인타운 중심가에서 다소 외진 식당에 찾아와 주는 손님들을 어떻게 정성 없이 대접할 수가 있겠냐”는 백사장의 마음이 고맙다.
곤지암 소머리 국밥의 7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4653 Beverly Blvd. LA, CA 90004, (323) 469-4648

<글·사진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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