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파가족 요리의 주연 되다

2006-03-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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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과(alliums)의 뿌리야채로 불리는 거의 모든 종류의 공통점은 누가 뭐래도 강한 냄새다. 하지만 요리가 시작되어 점점 시간이 갈수록 무수한 맛과 향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다른 재료의 맛과 향을 자유자재로 전달하는 엄청난 재주꾼이 또한 이들이다. 특히 마늘에 대해 옛 로마의 시인 호레이스(Horace)는 냄새가 독미나리보다 독해서 연인을 침대 반대편으로 내몰 정도라고까지 묘사했고 로마인들은 마늘을 그다지 즐겨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한인들에게는 필수 불가결한 비장의 무기이다. 마늘이나 파, 양파가 우리 한국주방의 조역들이라면, 릭(leek)이나 샬롯(shallots)은 서양주방의 조역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고 그래서 마켓에 가도 파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서양 야채의 파 과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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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펀트 갈릭. 보통 갈릭보다 4배로 엄청 크고 맛도 그만큼 순하다.

릭·샬롯·차이브·쪽파·어니언…
독특한 맛과 향 요리마다 고정 출연
살짝 데치고 노릇하게 굽고 튀기면
그 자체만으로 품격있는 메인 요리


▲릭(leek): 잉글리시 색슨족은 머리에 릭을 꼽는 것은 적이 아니라 동지라는 표시로 여겼다고 한다. 릭을 모자에 꼽는 것을 보면 서양문화에서는 친근한 릭. 부드러운 맛이 파와 양파의 중간정도 된다고 생각하면 되고, 거의 흰 부분을 중심으로 각종 스톡(stock)을 만들 때 많이 쓰인다. 하지만 간단하게 살짝 데쳐 내거나 오븐에 구워서 그 자체만 먹어도 훌륭하다. 릭의 흰 부분을 2-3인치 정도로 길게 채 썬 후 버터에 살살 볶다가 레몬즙 한두 방울과 머스터드 조금 넣고 섞어서 소금으로 마무리하면 손쉬운 요리 하나가 완성된다.
▲샬롯(shallots): 붉은 양파와 같은 색이지만 4분의 1정도의 크기로 양파보다는 맛이 부드러우면서 섬세해서 비네그렛이나 드레싱 만들 때 요긴하게 기본재료로 쓰여진다. 에샬롯(eschalots)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쪽파(spring onion)와 파(green onion): 누가 뭐라고 해도 색이 아무리 푸르다고 해도 다 양파들이다. 다만 자란 시기가 조금씩 다른 정도. 스프링 어니언을 반으로 갈라 올리브오일을 바른 후 살짝 그릴에 구워 샐러드에 섞어먹거나 고기요리의 사이드 디시로 써도 된다. 그리고 된장찌개에 넣어 끓여먹는 것은 봄을 맞이하는 주부의 기본.
▲차이브: 놀랍게도 차이브도 같은 양파가족이다. 끝에 귀여운 꽃망울이 달려있어 월남 쌈에 살짝 끼워 넣거나 각종 말이에 넣으면 아주 우아한 디시가 된다.
▲펄 어니언(pearl onions): 붉은 색, 노란 색, 아주 흰색이 있으며 크기는 성인의 엄지손톱만 하다. 껍질 벗기기가 그다지 쉽지는 않지만 끓는 물에 데쳐낸 후 벗기면 수월하다. 펄 어니언을 살짝 데친 후(포크가 들어갈 정도)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기름을 조금 넣고 노릇하게 구워낸 후 발사믹 비니거에 살짝 버무리면 달콤하면서도 동글동글하여 귀여운 요리가 된다. 그리고 모든 고기요리와 잘 어울린다

# 요리법

샬롯을 얇게 슬라이스하거나 마늘을 얇게 슬라이스 해서 중간 불에서 노릇하게 튀겨내 보자. 성공적으로 튀기려면 완성될 때까지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 그런 후 기름에서 건져내어 소금을 조금 뿌린다. 샐러드나 각종 요리 위에 몇개 뿌려내면 바삭하면서 우아한 마늘의 향이 다른 음식이 맛을 격상시켜주기도 한다.

# 보관방법

양파, 샬롯, 마늘은 그늘진 바람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하여야 한다. 싹이 나기 시작한 것은 사지 말도록, 그리고 껍질 채로 산 마늘은 냉장고에 보관하면 안 된다. 냉장고의 축축한 공기가 마늘에 닿으면 곰팡이가 빨리 생기기 때문이다. 릭이나 파, 차이브는 파삭할 정도로 초록색 부분이 신선해 보이는 것으로 사서 페이퍼타월 싸서 고무줄을 제거한 후 냉장고에 보관한다. 노란색으로 끝이 색이 변하기 시작하는 릭이나 파는 사사지 않는다.

<글·사진 정은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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