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향긋·쌉싸름 봄나물~ 식탁에 봄이 왔네

2006-03-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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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쌉싸름 봄나물~ 식탁에 봄이 왔네

맛깔스런 봄나물을 만들고 있는 정해정씨

3월도 어느덧 중순. 달력의 숫자로는 이미 봄이 완연하다.
겨울이 매섭게 춥지 않은 이곳에서는 제대로 ‘봄’을 만끽하기란 그다지 쉽지 않은 일. 특별히 민감하지 않으면 봄은 어느새 훌쩍 달아나 버리기 때문이다. 어영부영하다 보면 놓쳐버리기 쉬운 LA의 모호한 봄, 올해는 큰맘 먹고 가족들에게 ‘맛있는 선물’을 해보자. 봄 햇살이나 봄바람은 내 힘으로 어림없지만, 조금만 바지런을 떨면 식탁만큼은 한가득 봄을 담아낼 수 있으니 말이다.
봄 내음이 가득한 식탁을 위해서는 뭐니뭐니해도 향긋하고 쌉사름한 봄나물이 제격이다. 봄이 되면 우리 몸은 원기회복에 꼭 필요한 비타민이 고갈된 상태가 되고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으려고 피부 혈관이 확장돼 혈액이 피부로 몰린다. 그러다 보니 내장의 혈액순환이 약해지고 소화액 분비가 떨어져 입맛이 없어진다. 이럴 때 봄나물을 먹어주면 간의 활동을 도와 피로를 이기게 해주고 부족한 비타민을 채워 원기가 살아나게 된다.
맛깔스런 손맛으로 ‘한 요리’하기로 유명한 정해정씨 역시 매년 이맘때쯤이면 봄나물로 가족들의 입맛과 건강을 챙긴다.
“뒷마당에 심은 씀바귀가 이제 제법 많이 자랐더라고요. 요즘처럼 계절이 바뀌어 가족들이 입맛 없어 할 때면 뜯어다 무쳐 먹어요. 쌉싸름한 맛이 입맛을 살려주기도 하고 이유 없이 피곤해지는 춘곤증에도 아주 좋답니다”
쌉싸름한 맛이 오히려 밥맛을 돋워주는 봄나물 씀바귀는 잘 다듬어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다음 소금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담가 쓴맛을 빼내야 한다. 쓴맛이 적당히 우러나면 양념에 조물조물 무쳐내면 되는데, 새콤달콤한 초고추장 양념장도 좋지만 정해정씨는 구수한 된장 양념에 무쳐 색다른 맛을 낸다. 또한 아삭하게 씹히는 당근과 무 혹은 시원한 배를 채 썰어 함께 무치면 봄 내음 가득한 씀바귀 나물이 더욱 맛깔스러워진다.
씀바귀와 함께 정씨의 향기로운 봄 식탁의 또 다른 주인공은 달래. 요즘 마켓에 나가면 심심찮게 눈에 띄는 달래는 ‘들마늘’이라 해서 독특한 향기가 있는데 비타민 A와 C, 무기질이 풍부한 대표적인 봄나물. 깨끗이 다듬어 먹기 좋게 썬 다음 새콤달콤한 양념장에 살살 버무려 먹으면 금새 입맛이 돈다.
솜씨 좋은 정씨의 달래나물 무침은 조금 독특하다. 손질한 달래에 데친 오징어를 한 입 크기로 썰어 같이 버무려 내는데, 아삭하게 씹히면서 알싸한 맛이 나는 달래나물과 쫄깃쫄깃 씹히는 오징어가 어우러져 그 맛이 일품이다.
또 다른 스타일로 무친 달래나물도 맛있기는 마찬가지. 부드러우면서도 산뜻한 맛을 더해주는 클로버 싹과 달콤한 맛이 나는 피망을 곁들여 양념장에 무치면 샐러드 대신 먹어도 좋을 만큼 상큼하다. 특히 달래의 매운 맛이 조금 거슬린다면 이 레서피를 활용해보길!
“이제 막 달래가 나오기 시작했으니 곧 쑥과 냉이도 맛볼 수 있을 거예요. 냉이는 깨끗이 씻어 된장찌개 끓일 때 넣으면 향긋한 봄 된장찌개가 되고 쑥은 쑥 부침개 해먹으면 너무 맛있지요”
정해정씨 식구들이 모두 좋아하는 쑥 부침개는 쑥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다음 잘게 손으로 뜯어 생 쑥을 부쳐먹는 것. 밀가루나 부침가루를 이용해 부침개용 반죽을 만든다. 여기에 생 쑥을 섞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반죽만 한 국자 프라이팬에 떠 올려 얇게 편 다음 그 위에 생 쑥을 푸짐하게 올려 부치는 것. 뒤집기 전에 달걀 풀어둔 것을 고루 뿌린 다음 한번 뒤집어 부쳐내면 해물파전 같은 정해정씨 버전의 쑥 부침개가 완성된다. 한입 베어먹을 때마다 쑥 향이 그대로 살아있어 봄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그녀의 쑥 부침개를 먹어본 사람들에게는 모두 인기라고 한다.
이밖에도 정씨는 무순, 알팔파, 클로버 싹, 브라컬리 싹 같은 새싹 채소들도 봄나물과 함께 곁들여 먹으면 좋다는 어드바이스도 빠뜨리지 않았다.


입맛 돋우는 쑥·달래·씀바귀…‘봄의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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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 클로버 싹 무침
▲재료: 달래 1/2봉지, 클로버 싹 한줌, 붉은 양파 1/4개, 피망 1/2개, 양념장(고추장 1큰술, 고춧가루 1/2큰술, 레몬즙 1/2개분, 설탕 1큰술, 마늘 1/2큰술, 소금 적당량, 깨소금 약간)
▲만들기: 달래는 뿌리 부분을 깨끗이 씻어 새끼손가락 길이 정도로 썰어두고 클로버 싹도 씨를 털어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 놓는다. 붉은 양파는 링 모양으로 썰고, 피망은 냉이 길이에 맞추어 채 썬다. 적당한 그릇에 분량의 양념을 넣어 고루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커다란 그릇에 손질해둔 야채를 담고 만들어둔 양념장에 버무려 접시에 보기 좋게 담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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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 오징어 무침
▲재료: 달래 1/2봉지, 오징어 한 마리, 콩 싹 한줌, 양념장(고추장 1큰술, 고춧가루 1/2큰술, 레몬즙 1/2개분, 설탕 1큰술, 다진 마늘, 깨소금, 소금 각각 적당량)
▲만들기: 달래는 뿌리 부분을 깨끗이 씻어 새끼손가락 길이로 썰어놓는다. 오징어는 껍질을 벗기고 안쪽에 칼집을 넣어 끓는 물에 데친 후 한입 크기로 썰어놓는다. 콩 싹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적당한 그릇에 분량의 양념을 넣고 양념장을 만든다. 커다란 그릇에 손질해둔 달래와 콩 싹, 오징어를 넣고 양념장을 넣어 고루 버무려 접시에 보기 좋게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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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씀바귀 된장 무침
▲재료: 씀바귀 한줌, 무 1/4개, 당근 1/4개, 양념장(된장 1큰술, 레몬즙 1/2개분, 설탕 1작은술, 소금, 다진 마늘, 깨소금, 참기름 약간씩)
▲만들기: 씀바귀는 잘 다듬어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낸다. 무와 당근은 새끼손가락 길이로 썰어 놓는다.(무 대신 배를 넣어도 좋다) 적당한 그릇에 분량의 양념을 넣고 양념장을 만든 다음 씀바귀, 무, 당근을 넣고 함께 버무려 접시에 보기 좋게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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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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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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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


쑥·냉이·두릅은 때 놓치면 못구해

한국산 더덕 중순께 마켓에

한인 마켓들에도 봄나물이 나왔는지 둘러보았다. 사실 이곳에서 살 수 있는 봄나물은 종류도 몇 가지 안되지만 잠깐 선보였다 금세 자취를 감추기 때문에 특별한 ‘센서’를 동원해야 한다.
3월 중순 현재 달래와 새싹 채소 한두 가지는 어느 마켓에서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으며, 운 좋으면 향기로운 어린 쑥도 장바구니에 챙겨 넣을 수 있다.
쑥과 냉이는 이맘때가 아니면 구경하기 어렵기 때문에 마켓에서 발견하면 한번에 많은 양을 사다 살짝 데쳐 한번 먹을 만큼씩 비닐 랩으로 싼 다음 냉동실에 얼려두면 사계절 내내 향긋한 쑥과 냉이을 즐길 수 있다. 쑥은 멸치육수에 데친 쑥을 넣고 끓이다 들깨가루로 마무리하면 구수하면서도 향긋한 쑥국이 되고, 냉이는 된장찌개에 넣는 것 외에도 새콤달콤한 초고추장 양념에 살짝 무쳐내면 색다른 별미가 된다.
아씨 마켓의 황규성 매니저는 “3월 중순께 한국에서 직송한 두릅과 더덕이 들어온다”면서 “봄나물은 요즘이 아니면 맛보기 어려우니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인다.


글 성민정·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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