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는 왜 화가 자주 나나?

2006-03-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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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주인 쟤가 뭐요? 왜 내 테이블만 피해서 다른 사람들 먼저 다 갖다주고 나한텐 오지도 않는거야!” 식당에서 화를 버럭 내고 있는 중년 남자. “뭐야 이차들이다. 이 돌대가리들 이렇게 밖에 파킹 못해?” 수퍼 앞에서 한 30대쯤 보이는 남자의 화난 소리. “야! 너 책가방 방에 놓으라고 했지? 또 숙제했어? 안 했어? 방바닥엔 왜 또 이렇게 머리카락이 많아!” 아이들 땜에 죽겠다는 엄마. “너 이게 국이라고 끓였어? 또 젓가락 좀 반듯이 놓으라고 했지! 너 집에서 뭐하는게 있어? 와이셔츠도 안 다려놓고!” 아내 때문에 화가 나서 못살겠다는 남편.
사랑의 칵테일을 가장 빠른 속도로 없애주는 역할을 하는 마음속의 분노. 분노가 많다는 말은 그 만큼 자라오는 과정 속에서 마음속 깊이 받은 정신적 상처가 심히 많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각자 아픔의 종류가 다를 뿐 우리 모두는 작게 또는 크게 마음이 아픈 경험을 많이 하면서 성장하게 된다.
분노 중 어떤 것들은 상대적이어서 내 아내/남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의존된 분노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 특별히 욕을 한다든지 사람을 때린다든지 아니면 칼로 찌른다든지 까지 가는 극한 분노는 한 순간에 갑자기 ‘저 여자 때문에’ 아니면 ‘저 남자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많은 경우 어려서부터 견디기 힘든 고통을 오랫동안 눌러온 마음의 상처들의 분출이다.
그 아픔이 자극될 때 우린 이성을 잃게되고 과거에 상처를 준 사람에게 가야할 분노(무의식 속에 묻혀진 상처)를 그와 비슷한 현상을 재현하고 있는 현재 내 앞에 서있는 사람에게 마구 쏟아대는 것이다.
마음속에 분노의 감정을 착착 쌓아가게 하는 환경들 몇 가지를 예를 들자면; 불공평한 차별대우를 받았을 때, 부모가 자주 싸우는 가정에서 커왔을 때, 술 중독자였고 폭력으로 괴롭힘을 당하며 커왔을 때, 부모가 너무 가난했거나 바빠서 필요한 최소한의 관심도 못 받고 컸을 때, 계부나 계모 밑에서 구박받으며 컸을 때,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혼자 너무 힘들게 커왔을 때, 부모가 바람 피우는 것을 보고 놓쳐지는 경험을 했을 때, 부모가 이혼하는 과정에서 당하는 ‘버려지는 느낌/내가 없어지는 느낌’들의 경험 등의 고통들이다.
분노가 과격하게 많은 사람 뒤에는 언제나 가슴을 도려내는 고통스런 경험들이 많이 있었다는 것은 임상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이런 사람들이 느끼는 또 다른 증상들은 가슴에 주먹보다 큰 뭐가 항상 누르고 있다가 건드리기만 하면 치솟아 오르고, 왼쪽 가슴이 항상 아픈 것도 같고, 많은 시간 동안 멍하게 아무 생각도 못하고 있고, 비디오 보면서 화나거나 눈물나는 일이 많고, 머리가 자주 아프고, 온 사방에 화낼 일뿐이어서 싸울 사람을 찾아다니게 된다.
이 쌓여진 분노가 가정 폭행까지 가게하고 모든 가정의 35-40%가 폭행으로 고생하고 있다. 빈부의 차이도 없고 직종의 계층도 없다. 목사, 교수, 의사, 사업가, 정치가 모든 계층의 사람들 속에 자라온 환경의 피해자들이 다 골고루 섞여있다는 말이다.
그럼 이렇게 환경의 피해자가 된 사람들은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 하나? 그렇지 않다. 원하기만 하면 치유를 받을 수가 있다. 이런 고통에서 자유함을 얻은 사람들은 “너무 편안해요. 온 세상이.” “내 마음속이 편안하니까 내 주위가 다 평화스럽게 느껴져요.” “다른 사람들은 다 이렇게 살고 있었다 생각하니 정말 억울해요.” 눈가에 눈물이 핑 돌면서 말한다.
아무도 과거의 피해자로 살아갈 필요가 없다. 누구든지 원하기만 하면 전문가의 도움으로 분노의 감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내가 자유로워지면 내 자녀에게 돌아갈 분노의 악순환을 내 당대에서 끊을 수 있다. 과거의 피해자로 살지 말고 내 인생을 활기차고 생동감 있게 또 자녀들에게 생동감을 불어 넣어주는 인생을 살수 있다고 모든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순자 <상담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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