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명품 서비스로 자신감 입혀요”

2006-03-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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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류 세일즈 우먼 2 인

그들이 파는 건 옷일까, 이름일까, 이미지일까.
‘헤르메스 벌킨 백을 사기 위해 장기매매까지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고백하는 일본의 칼럼니스트 나카무라 우사기의 말처럼 이제 명품은 단순히 몸에 걸치는 옷이란 상식을 떠난 지 오래다. 명품은 걸치는 순간 그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도 함께 소비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한 벌에 수백, 수천 달러가 넘는 옷들을 파는 이들 역시 단순히 천 쪼가리를 파는 것이 아닌 그 브랜드의 이미지도 함께 세일즈 한다. 시즌마다 수천 달러 어치의 옷을 사들이는 고객을 상대로 옷을 파는 명품 브랜드 한인 세일즈우먼 2인을 만나봤다. 명품 의류 세일즈의 세계는 겉에서 보는 것만큼 화려하지도 않았고 그 가격대 만큼이나 결코 호락호락하지도 않았다.


옷입혀준 고객이 만족할때 보람


맥스마라 이브 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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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마라 센추리시티점 세일즈 우먼 이브 정씨가 쇼윈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고객에게 예쁜 옷을 입혀주는 것이 너무 즐겁다는 정씨는 센추리시티 점은 물론 서부지역에서도 판매 왕을 수 차례 거머쥔 세일즈 여왕이다.

한인여성들에겐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브랜드 맥스마라(Max Mara). 특히 한국 여성들에겐 그 열광의 역사가 워낙 오래되다보니 사실 이 브랜드에 대해 구구절절이 적기가 민망할 정도다. 특히 맥스마라 겨울 코트는 굳이 패션 리더들이 아닐지라도 여성들이라면 꼭 한 벌쯤 갖고 싶어하는 아이템이다. 그러다 보니 맥스마라엔 단연 한인 고객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한인 고객 수가 늘수록 한인 세일즈맨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중 맥스마라 센추리시티 점 이브 정(48)씨는 한인들이 많지 않은 곳에서 발군의 판매 실력을 자랑하는 세일즈 우먼이다. 이민 온 지 25년이 된 그는 맥스마라 입사 전에는 남편과 의류사업을 했다.

의류업에 종사한 이력도 그러하지만 그 스스로 샤핑을 워낙 좋아하고 패션 감각이 있어서인지 맥스마라에 입사한지 이제 겨우 2년밖에 안됐지만 센추리시티 점에선 도맡아 세일즈 1등 자리를 지켰고 4곳의 지점을 합친 서부지역 세일즈 왕도 수 차례 거머쥔 적이 있는 맹렬 여성이다.
“맥스마라를 예전부터 너무 좋아했어요. 그래서 판매원을 모집한다고 할 때 바로 이거다 하고 뛰어 들었죠. 내가 좋아하는 옷들을 고객들에게 예쁘게 입혀주고 꾸며줄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날씬한 고객 옷 입혀주는 것보다는 체격이 넉넉한 고객 옷 입혀주기가 훨씬 더 신바람 난다는 이브씨.
“사실 모델처럼 늘씬하고 키 큰 사람이야 뭘 입은들 예쁘지 않겠어요. 그보다는 사이즈가 크고 옷 입는데 자신 없는 고객들에게 맞는 옷을 입혀주고 고객이 만족하는 모습을 볼 때가 훨씬 더 보람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맞는 옷을 찾아주면 당연히 친구 같은 단골이 될 수밖에 없죠”
이처럼 이브씨의 판매 노하우는 따로 없다. 스스로가 옷 입혀주는 걸 즐기고 고객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게 전부란다.
“결코 옷을 팔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고객들에게 부담을 준다거나 어울리지도 않는 옷을 사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아마 그렇게 팔면 당장에야 실적을 올릴 수 있지만 단골을 만들 순 없겠죠”
또 그는 고객들의 옷차림만으로 고객들을 판단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한다.
“처음에야 옷 잘입고 좋은 핸드백 든 사람들이 구매를 할거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작정하고 샤핑을 나온 사람들일수록 편안한 옷차림으로 나온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매장에 오는 모든 이들이 내 고객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도와줍니다.”
이런 그의 열성 덕분에 센추리시티 맥스마라 구매액수로 매겨진 탑 10 고객 중 상위 3명의 고객들이 모두 그의 단골들이다.
“판매원이라기보다는 고객들의 패션 컨설턴트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다보니 결과가 좋았을 뿐”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옷 사간후 만족도 확인, 친절봉사

맥스 앤 코 줄리 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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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세일즈 경력 10년 차인 줄리 장씨는 고객에게 최선을 다해 서비스하고 애프터서비스한 덕분에 판매왕 자리를 지켜왔다. 덕분에 이젠 고객들의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베테랑 세일즈 우먼이 됐다.


미국에 런칭한 지 이제 3년밖에 안 된 맥스 앤 코(Max & Co)는 그러나 한국에서는 패션리더들에게 널리 알려진 브랜드여서 베벌리센터 점 고객들의 상당수가 한인일 만큼 한인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
의류 세일즈만 10년째인 줄리 장(39)씨는 그의 이력이 말해주듯 베테런 세일즈 우먼이다. 소녀풍의 사랑스러운 컬러와 디자인으로 20대부터 50대까지 폭넓게 사랑 받고 있는 맥스 앤 코에서 일한 지 이제 2년째 접어드는 줄리씨의 수 차례 판매왕 이력은 공짜로 따라붙은 것이 아니다.
옷을 사간 고객들에게 2~3일 뒤 고객 만족도를 직접 확인하고, 옷 수선이나 교환에 대해서도 반드시 체크한다.

심지어 세탁한 옷을 들고 와 교환을 요구하는 얌체 고객들에게도 다 알면서도 속아주는 척 교환해주기까지 했다니 그의 최고의 세일즈 비법은 너무도 평범한 ‘친절봉사’다. 덕분에 단골고객이 많은 것은 물론 고객과 언니, 동생 하는 사이가 될 만큼 절친하게 됐다.
“고객들이 꼭 옷을 사지 않더라도 매장에 들려서 점심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사탕이며 떡 등 간식거리까지 챙겨올 만큼 친하게 됐죠. 서로에게 믿음이 생기니까 이제는 제가 권해주는 옷들은 믿고 구입할 정도에 이르렀죠.”
한번에 한 고객에게 7,000~1만달러 정도까지 팔아본 적이 있다는 줄리씨는 매장에 들어오는 고객을 보면 80% 정도는 구입여부를 점칠 수 있을 만큼 ‘족집게’가 다 됐다.
“꼭 맞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요즘은 매장에 들어오는 고객들의 눈빛이나 옷을 둘러보는 폼새만 봐도 구입여부를 알 수 있을 정도는 돼요. 그렇다고 살 고객들에게만 서비스를 하는 것은 아니고 윈도 샤핑 고객들도 미래의 고객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죠.” 
취재가 끝나갈 무렵 줄리씨는 고객들에게 옷을 살 때 도움이 될만한 몇 가지 팁을 소개했다. 드레스나 수트를 샤핑 할 때는 반드시 이에 신을 구두나 셔츠 등을 가져가 함께 매치 해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한 화장을 하고 옷을 입어보는 것이 샤핑의 낭패를 막는 법이라는 것도 일러줬다. ‘친절한 금자씨’도 울고 갈 ‘친절한 줄리씨’였다.

글 이주현 기자·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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