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리 시즌’★★★★

2006-03-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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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ck Season)

10대 소외감-고독을 신선하게 담아

제목은 오리 사냥과는 아무 상관없는 주인공 모코의 집 벽에 걸려 있는 싸구려 그림을 뜻한다. 모코의 부모는 현재 이혼수속 중으로 둘은 이 그림을 누가 갖느냐를 놓고 아옹다옹한다(이런 장면은 영화에 나오지는 않지만).
가족의 분열에 직면한 10대의 소외감과 고독 그리고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나몰라라하는 세상에 대한 방심과 우정 및 집단의식의 쾌적함을 흑백화면에 신선하고 우습고 또 우아하게 그린 멕시코 영화다. 다소 촌티가 나게 괴팍하면서 상냥하고 부드럽고 친절한데 무엇보다 10대 얘기를 피상적으로나 설교조로 다루지 않고 차분하게 들여다보고 있어 기분이 좋다.
알듯 모를 듯한 매력이 넘치는 영화로 어린 배우들의 시치미 뚝 딴 연기와 절제된 시각미와 재미있는 대사 등 모든 것이 훌륭하다. 아무 것도 없고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데도 보고들을 것이 많은 참신한 작품이다. 마치 진흙 속에서 찾아낸 진주 같다.
일요일. 멕시코시티의 서민 아파트. 모코(디에고 카타노)와 친구 플라마(다니엘 미란다)는 둘 다 14세. 둘은 만나자마자 정크푸드와 소다를 먹고 마시며 신나게 비디오게임을 한다. 둘이 중간중간 툭툭 주고받는 대사가 재미있다. 이때 이들의 아파트에 사는 둘의 누나뻘인 리타(대니 페레아)가 빵을 굽게 오븐을 쓰자며 찾아온다. 모코와 플라마는 리타를 놔두고 열심히 게임을 한다. 그런데 정전이 되면서 허기를 느낀 두 친구는 피자를 주문한다. 피자 배달원 울리세스(엔리케 아레올라)가 가게 약속보다 30초 늦게 도착하자 두 소년은 피자 값을 거절한다. 울리세즈는 돈 없인 안 돌아간다고 버틴다. 모코와 플라마는 이 교착상태를 비디오 축구게임으로 풀자고 울리세스에게 제의한다. 그래서 한참 게임을 하는데 또 정전이 되고 리타가 밀가루 반죽 속에 섞은 마리화나 때문에 무료하기 짝이 없던 소년들의 일요일 오후의 코스가 변경된다. 소년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다. 페르난도 에임브케 감독. R. WIP. 모니카(310-394-9741). 선셋5(323-848-3500),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어바인 유니버시티(800-FANDANGO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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