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연… 전시… 독서… 커피 하우스 차와 문화가 만난다

2006-03-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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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시… 독서… 커피 하우스 차와 문화가 만난다

카탈리나 커피 컴퍼니의 도서실. 미스터리 추리소설로만 2,000권이 넘게 소장되어 있다.

공연… 전시… 독서… 커피 하우스 차와 문화가 만난다

▲패사디나에 위치한 라틴 예술 커피하우스 조나 로자.

이벤트 곁들어진 작은 공간
2000년대 대표적 트렌드로

주말 한때 색다른 경험을 주는 독특한 커피하우스 아틀리에를 연상시키는 드러난 벽과 바닥, 다소 불균형해 보이는 가구 배치, 거리낌없이 오가는 대화 뒷전으로 연주자를 굳이 알 필요도 없는 재즈 음률. 그리고 벽에는 로컬 화가의 그림이 걸려있고, 어둠이 깔리면 악기를 하나씩 든 라이브 밴드가 주섬주섬 무대에 오른다. 이처럼 2000년대 대표 트렌드로 떠오른 커피하우스는 이벤트가 곁들여진 작은 커뮤니티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80~90년대 카페 문화에서 한층 더 나아가 카페인 중독 시대에 어울리게 다양한 커피 음료와 마음 맞는 사람들이 있는 곳. 그곳에 가면 작가는 글을 쓰고, 화가는 스케치를 하며, 대학생들은 스터디 그룹 토론으로, 문화인들은 음악과 문학과 예술에 관한 논쟁으로 정신이 없다. 무선 인터넷 덕분에 테이블 곳곳에서 랩탑 컴퓨터를 펼쳐놓고 일을 하거나 게임에 열중해도 그만이고, 가벼운 책 한 권에 빠져 커피가 식어 가는 것을 잊어도 누구 하나 방해하지 않는다. 주말 오후, 색다른 분위기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거나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시끌벅적 수다를 떨고 싶을 때, 혹은 단순히 혀끝에 싸한 감촉을 남기는 마키아또나 카푸치노의 맛을 느끼고 싶을 때 찾아갈 만한 독특한 커피하우스를 소개한다.


카탈리나 커피 컴퍼니
(Catalina Coffee Company)


빈티지 안락의자로 장식된, 맨션을 연상케 하는 차분한 분위기의 커피 전문점. 2000권이 넘는 미스터리 추리소설 전문 헌 책방과 도서실을 겸비하고 있어, 책을 좋아하는 독서광이나 나이가 지긋한 커피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개인 주택의 서재 분위기를 갖춘 도서실에서 소장되어 있는 책을 고르거나 본인이 직접 가지고 간 책을 꺼내 벽난로 앞자리에 파묻히면 마치 고풍스런 별장이나 도시에서 벗어난 산장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기분에 빠진다.
이 곳의 또 다른 장점은 위에서 소개한 트렌디한 커피하우스들과 달리 온 가족이 함께 오후를 보내기에 적당하다는 점. 주중 오후 시간에 꼬마들을 위한 스토리 타임을 주최하기 때문에 아이들도 이 곳 분위기에 익숙하고, 틴에이저들이 좋아하는 인터넷은 물론, 다양한 보드게임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족 중 누구도 지루하지 않게 커피와 식사를 천천히 즐길 수 있다.
주말 저녁에는 종종 라이브 콘서트가 열리는데, 최근에는 테리 힛트, 크리스튼 요핸슨, 데이브 무어 등의 가수들이 재즈와 포크 뮤직을 겸비한 무대를 선보인 바 있다.
커피에 있어서는 전통 자바와 콜롬비안에서부터 과테말란, 이디오피안, 수마트란 등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으며 향과 맛이 부드럽다는 점이 특징. 또한 매일 메뉴가 바뀌는 다양한 수프와 샌드위치가 별미라서 일반 커피하우스보다 높은 연령층이 단골인 이유를 알 수 있다. 로스트 비프와 터키 샌드위치는 완전히 집에서 직접 만든 것과 같이 싱싱하고 감칠맛이 나며, 세가지 치즈 샌드위치는 채식주의자가 아니어도 먹어볼 만 하다.
126 North Catalina Ave., Redondo Beach, (310)318-2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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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비스트로 스타일의 리터라티 카페는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커피 및 식재료 사용으로 웨스트사이드를 대표하는 커피하우스 겸 식당으로 자리매김했다.

리터라티 카페 (Literati Cafe)

복잡한 브렌트우드 초입 윌셔(Wilshire)와 번디(Bundy) 코너. 도저히 커피하우스가 있을 것 같지 않은 슈퍼마켓 옆자리에 자리한 비스트로 스타일의 세련된 식당과 카페. 이름에서 이미 알 수 있듯이 카페 내부의 모든 벽이 유명 작가와 배우 사진으로 차있고 바닥과 여기저기 공간에 유명한 인용구나 의미심장한 문구들이 적혀 있어, 관심을 갖고 읽어보면 얼굴에 미소가 번지게 된다. 작은 테이블과 의자들이 비좁다고 느껴질 만큼 오밀조밀 모여있지만 아무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책이나 신문을 읽고, 대화를 나누고, 커피와 머핀이나 과자로 허기를 달래고, 때로는 완전히 식사까지 해결한다.
독특한 음료를 개발하는 다른 커피하우스들과 달리 전통적인 이탈리안 에스프레소와 커피를 고집하는데, 그늘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커피 빈을 사용하기 때문에 입맛이 예민한 사람은 금방 그 차이를 느낄 수 있고, 음식 역시 대부분 유기농 재료를 사용해서 맛이 깔끔하다.
주차장에서 직접 뒷문으로 통하는 카페는 주로 가벼운 식사와 커피를 찾는 젊은이들과 UCLA 학생 및 교수진이 차지하는 반면, 같은 건물의 분리된 공간에 자리한 리터라티 II는 웨스트사이드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고급 식당. 다만 분위기와 음식의 수준이 고급일 뿐 가격면에서는 일반 오개닉 식당과 비교해서 현저하게 저렴한 편이다.
두 곳 모두 지중해식 샌드위치와 파머스 마켓 야채로 만든 싱싱한 샐러드가 가장 인기 있으며, 아침 및 브런치 메뉴 중 에그스 베네딕트와 에그스 프로렌틴은 입 안에서 녹는다는 표현이 절로 나올 만하다. 수년째 LA인근 브런치 식당 중 열 손가락 안에 꼽혀왔다.
12081 Wilshire Bl., Brentwood, (310)231-7484


조나 로자 카페
(Zona Rosa Caffe)

멕시코 시티에 위치한 보헤미안 영토의 이름을 딴 라틴 분위기의 커피하우스. 남미 커피 빈을 사용하고, 멕시코산 초컬릿 음료가 일품이다. 스타벅스나 핏츠 커피와 같은 대기업 커피하우스 분위기에 식상한 커피 애호가라면 반드시 한번쯤 들려봐야 할 장소.
조나 로자의 파트너들은 모두 이민 가정에서 성장한 히스패닉 젊은이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주류사회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여유 자금을 모을 수 있었고, 그 돈으로 자신들의 뿌리를 지켜나갈 만한 비즈니스를 고르던 중 라틴 예술이 있는 카페의 개념을 생각하게 된 것.
그래서 2층 라운지에는 라틴 영향을 받은 켄턴 넬슨, 호세 라미레즈, 비비아나 마파리시오-채임벌린, 샌드라 로메로, 리치 라야 등의 그림과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라틴 음악 속에서 안락의자에 파묻혀 멕시칸 모카를 마시고 있노라면 어느덧 캘리포니아가 아니라 남미 여행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보헤미안 스타일의 단골들은 주로 한가한 시간에 혼자 앉아 독서를 즐기지만, 오후가 될수록 스터디 그룹이나 토론을 목적으로 하는 젊은이들과 패사디나 플레이하우스를 찾는 관객들, 그리고 한여름 라틴 재즈 그룹의 라이브 공연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외에도 연중행사로 고인을 생각하고 명복을 비는 ‘죽은 이들의 날(Day of the Dead)과 라틴계 고교생들의 사진전시전 등을 개최하고 있다.
15 S. El Molino Ave., Pasadena
(626)793-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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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랜드 그라운즈의 바에 그려진 벽화. 할리웃 화가 하워드 해일리스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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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마이크 나이트에서부터 라이브 밴드 공연까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와 미술작품 전시로 유명한 하일랜드 그라운즈는 젊은 할리웃 예술인들의 휴식처다.

하일랜드 그라운즈
(Highland Grounds)

작은 갤러리 주인 겸 화가 출신 매니저의 노력으로 할리웃 예술가와 음악인들의 아지트가 된 곳이다. 입구에서부터 사방에 전시된 현대미술과 서너명씩 모여 앉아 이야기에 열중하는 젊은이들의 옷차림만 봐도 대번에 트랜디한 카페임을 알 수 있다.
오전부터 낮에는 커피하우스 겸 식사가 가능하고, 저녁에는 완전히 바(bar) 분위기의 식당으로 변신한다. 누구나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오픈 마이크 나이트’에서부터 라이브 밴드 공연 및 콘테스트까지 무엇이든 가능하고 허락되는 분위기의 엔터테인먼트를 갖추고 있다.
이탈리안, 멕시칸, 그리고 쿠반 영향이 다분히 가미된 메뉴는 채식주의 위주지만 닭고기 요리도 다수 있고, 햄버거와 터키 샌드위치 등도 주문이 가능하다.
야외 테이블 옆에 마련된 모닥불(fire pit) 주변은 반드시 흡연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앉고 싶어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한 번 자리잡은 그룹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7시 이전에 앉아야 모닥불을 즐길 수 있다.
742 N. Highland Ave., Hollywood, (323)466-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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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웃과 실버레이크 지역 지식인 및 예술인들의 아지트 역할을 해주는 커피하우스 부르주아 피그.

부르주아 피그
(Bourgeois Pig)

혁명을 도모하는 신사회주의 단체가 존재했다면 아마도 이 곳에 매일 저녁 모여 랩탑 컴퓨터를 켜놓고 일을 했을 것이라고 상상될 만큼 무표정한 젊은이들이 무선 인터넷에 매달려 있거나, 독서에 열중하거나, 당구대 주변에서, 혹은 안락한 소파 의자에 겹쳐 앉아 토론을 벌이는 광경이 벌어지는 실버레이크/할리웃 지역의 지식층 및 예술인들의 집합소다.
다만, 사회주의 인텔리젠시아들이 이 곳의 가격을 미리 알았다면 절대로 몰려들지 않았으리라는 추측도 가능할 만큼 커피 및 음료수 가격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지망생들과 지역 화가들이 모이는 이유는 트렌디하기 보다 학구적인 분위기 때문. 언뜻 보기에는 지나치게 어둡고 답답한 실내가 커피하우스보다는 술집 분위기를 더 내지만, 일단 테이블에 앉아 전시된 그림을 보면서 커피 향에 빠져들면 다양한 연령층의 손님들이 제각각 무엇엔가 열중해 있는 모습이 지극히 21세기 보헤미안적인 자유로움을 표방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시카고와 뉴욕의 부르주아 피크 카페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커피 음료와 디저트, 간단한 식사용 메뉴를 갖추고 있는데, 지극히 비프로레타리아적인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한번 찾은 사람은 반드시 다시 방문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맛을 유지하고 있다.
할리웃 연예인들이 많이 소속된 사이언톨러지센터(Scientology Center)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는 만큼 간혹 톰 크루즈와 같은 스타를 만날 가능성도 있다.
5931 Franklin Ave., Los Angeles, (323)464-6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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