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윈의 악몽’ ★★★½

2006-02-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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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win’s Nightmare)

“탄자니아 참상 너희가 아느냐 ”

나일홍어에 얽힌 가난과 질병 처절한 영상 고발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까지 밀어닥친 경제적 세계화의 후유증을 고발한 기록영화로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탄자니아인들의 모습에 몸서리가 처진다. 끔찍하고 참담하면서도 아름다운 악몽과도 같은 작품으로 감독 휴버트 소퍼는 서양세계가 외면하고 있는 검은 대륙의 지옥과도 같은 상황을 고발하면서 아울러 서구인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저널리즘 기록영화라고 하겠는데 감독이 인터뷰하는 사람과 1대1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진행된다. 치열한 고발정신과 함께 그의 카메라가 잡은 탄자니아의 자연 풍경은 물론이요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의 참상마저 아름다운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영화는 빅토리아 호수에서 잡히는 거대하고 흉측하게 생긴 나일 홍어가 주인공이라고 해도 된다. 이 외부에서 유입된 홍어는 1960년대 이 호수에 방류됐는데 그 뒤로 무섭게 번식하면서 다른 물고기들을 모두 잡아먹어 호수의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호수 주변 사람들이 홍어를 잡아 현지 공장에서 가공된 뒤 러시안과 우크라이나인들이 조종하는 대형 러시아제 화물기에 실려 유럽으로 수출된다. 유럽에서 고가로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충족시켜 주는 이 물고기를 잡는 탄자니아 사람들은 허기에 시달린다. 아이들은 밥 덩어리를 놓고 주먹질을 하고 가공 후 버려진 물고기 머리와 뼈들을 튀겨 먹는데 진흙바닥에서 튀기는 물고기의 머리와 뼈에 구더기가 들끓는다.
감독은 화물기 조종사들과 창녀들과 거리의 아이들 그리고 어부들과 물고기와 관련된 연구소의 야간 경비원 등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에게 화물기가 무엇을 싣고 입국하느냐고 끈질기게 묻는다.
수송기는 무기들을 들여오고 이 무기는 아프리카의 끊임없는 내전을 위해 쓰여진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나일 홍어에 의존해 사는 가난한 탄자니아 사람들의 참혹한 현실과 전쟁과 경제적 세계화의 부작용을 아름다운 이미지와 함께 폭로한 훌륭한 작품이다. 성인용. 뮤직홀(9036 wilsh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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